[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이하 의협)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증원 결사 저지를 외쳤지만, 국민의 여론은 의대 증원에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조규홍 장관 주재로 필수의료 확충과 관련한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의협의 궐기대회를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과 더불어 의협의 불법적인 집단 진료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회장(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장)은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최소 11년에서 14년 후 배출될 의사 증원에만 관심을 보인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의대생 5명이 무대에 올라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했고, 이정근 의협부회장과 길광채 광주시 서구의사회장은 삭발식을 단행하는 등 의대 정원의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결사 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의협의 이 같은 의대 증원 반대 투쟁 의지와는 달리 국민의 여론은 의대 증원에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한 결과,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여론 조사는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표본오차 95%·신뢰 수준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사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 이상’이라는 응답이 47.4%를 차지했으며, ‘100∼1000명’이라는 답변은 32.7%, ‘2000명 이상’에는 28.7%가 응답했다.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강원·제주(95.7%) △대구·경북(93.8%) △대전·세종·충청(91.6%) △부산·울산·경남(91.2%) △광주·전라(91.0%) 등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강원·제주에서는 증원 폭을 ‘2000명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32.4%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응답자의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답했는데, 이는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은 의사가 부족해 필수진료조차 충분히 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응답자의 85.6%가 “진료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71.9%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의협의 궐기대회 및 집단 진료 거부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대응반 회의에서는 의협이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총파업을 언급한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수요자‧환자단체‧전문가 등과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끝까지 대화할 것이나, 의협의 불법적인 집단 진료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