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개최한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 토론 결과를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의사 수 증원 요구에도 의대 증원 등 대책 마련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처방, 동의서 작성 등 의사 대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노출되는 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이하 PA)은 해마다 늘어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를 열고 △병원 현장의 불법의료 실태조사 결과 보고(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병원 현장, 불법의료 어디까지 하고 있나(현장 조합원 영상 증언) △의사인력 부족이 불러온 불법의료 현장을 말한다(국립대·사립대·민간병원 노조 조합원)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이날 오선영 정책국장은 병원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5대 불법의료로 ‘대리처방’, ‘대리동의서’, ‘대리수술’, ‘대리처치 및 시술’, ‘대리조제 및 복약지도’를 꼽고 “환자 치료와 안전에 직결된 의사의 주요 업무를 PA나 간호사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며 “PA의 의사대리 업무는 교육과정이나 자격조건이 없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로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선영 국장은 이어 “의사업무를 대행하다 의료사고 등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니 법적으로 환자를 보호할 수도 없어 간호사들은 수시로 불안에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 병원의 PA는 2016년 770명에서 2017년 885명, 2018년 850명, 2019년 951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20년 7월에는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1020명을 기록했다.
26개 국·사립대 병원에서 일하는 PA는 올 4월 기준 1680명에 달했으며 이중 절반인 13개 병원이 평균 50~99명의 PA를 보유하고 있었다. 15.4%에 해당하는 4개 병원에는 100명 이상의 PA가 근무하고 있다.
진료과별로는 일반외과 PA가 45%로 가장 많았으며 내과 27.9%, 정형외과 7.0%로 그 뒤를 이었다.
5대 불법의료행위 중 대리처방을 한 중환자실 PA는 ‘구두처방 대리입력’(85.3%)과 ‘각종 검사, 처치, 시술 처방’(85.2%)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는 ‘약물, 검사, 시술 등 정규처방(73.6)’, ‘입·퇴원 처방(67.7%)’, ‘신규환자 처방’(58.8%) 순이었다.
대리처치 및 시술 경험이 있는 흉부외과 PA는 ‘각종 배액관 관리’(88.5%)에 가장 많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 드레싱’(87.1%)과 ‘수술 후 처치’(82.9%)가 그 뒤를 이었다. ‘각종 관 관리 및 제거’(80.0%), ‘수술 전 처치’(65.7%)나 ‘수술 보조’(65.7%)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대리 기록을 작성한 신경외과 PA는 ‘경과 기록지’(88.5%) 업무에 가장 많이 투입되고 있었으며 ‘입·퇴원 기록지’(80.8%), ‘소견서·진단서’(65.4%), ‘수술기록·진료기록’(61.5%) 업무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국장은 “PA는 자신이 간호사도 의사도 아닌 직종이라고 생각하며, 환자는 자신이 보지만 의사 이름으로 서명하는 데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판단에 환자를 맡기고 환자의 치료방향까지 결정하라는데 문제가 생기면 결국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토로한다”며 “감염병 상황에서 더욱 열악해진 간호사의 업무 여건을 이제는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병동간호사·PA “의사 수 부족” 한 목소리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9~10월에 실시한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현장간호사 실태조사’ 설문 결과를 보면, 근무 중 간호업무 이외의 의사업무를 수행하는지의 여부를 묻는 문항에 응답 병동간호사의 76%인 632명이 ‘의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PA의 93.4%인 269명이 근무 중 의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응답한 PA의 100%가 의사업무에 투입된다고 답했다.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의사업무를 전가하는 이유로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38.7%로 가장 높았으며 ‘비용 절감’ 이 17.6%, ‘모호한 업무분장’이 12.5%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병동간호사(34.6%)와 PA(50.7%)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의사업무 전가로 가장 어려운 점은 병동간호사, PA 전체에서 ‘책임소재 불분명’(34.9%)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업무과다’(28.8%), ‘불명확한 업무지시’(10.9%)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