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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5)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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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강과 바다의 조수는 천지의 호흡이다. 낮밤으로 단지 두 번 밀물로 차오르고 두 번 썰물로 내려갈 뿐이다. 사람의 호흡은 낮밤으로 1만 3500번 하므로 천지의 수명은 유구하면서 무궁하고 사람의 수명은 긴 경우라도 또한 100세를 채우지 못한다.”



이것은 『東醫寶鑑·內景·身形』에 나오는 사람의 호흡과 자연의 변화를 대비한 설명이다. 호흡에 대한 이러한 설명방식은 호흡이 단순히 숨을 한번 내쉬고 한번 들이 쉬어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여 삶을 이어가는 행위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호흡은 小宇宙로서의 인체가 자연의 현상을 발현하는 하나의 증좌이기에 삶을 영위하는 동안 지속되는 자연의 변화를 건전하게 반영하고 있는 생명력의 발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호흡이 관련된 곳은 『東醫寶鑑』에서 입과 코, 가슴, 이빨, 목구멍의 부위이다. 이들 부위는 호흡을 통해 기가 왕래하는 부위로서 정의되고 있다. 특히 코의 경우 『醫方類聚』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神廬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神廬의 가운데를 마땅히 닦아서 다스려야 한다. 神廬의 사이로 호흡하여 단전으로 기운을 집어 넣는다. 神廬란 코이다. 이에 神氣가 出入하는 門이다”이라고 기술돼 있다.



호흡은 또한 脈의 정상·비정상을 판별하는 데에 기준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보통 한번 호흡하는 동안 맥이 네 번에서 다섯 번 뛰면 정상이고 그 이하이면 寒症, 그 이상이면 熱症으로 보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內經』, 『難經』 등이 나온 이후로 현재까지 통용되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다가 相反脈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첨가되어 있다.



『東醫寶鑑』에서는 호흡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몇가지 면에서 의미를 띤다.

먼저, 診斷學的 측면의 의미이다. 『東醫寶鑑』이 나오기 전까지 呼吸은 진단학적으로 그다지 주목을 받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東醫寶鑑·雜病·審病』의 ‘診病之道’에는 『內經』의 문장을 인용하여 “진찰을 잘하는 사람은 색깔을 관찰하고 脈을 잡아서 먼저 陰陽을 변별하며 淸濁을 살펴서 질병이 있는 부위를 알아내며 숨쉬는 것을 보고 음성을 들어보아서 고통받는 곳을 알아낸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숨쉬는 것을 보고 음성을 들어보아서 고통받는 곳을 알아낸다”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呼吸을 보는 것은 진단학상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둘째, 호흡을 자연 순환의 기틀인 乾坤의 闔闢(닫히고 열림)에 대비시키고 있다. 그 내용은 “주역에서 한번 닫히고 한번 열리는 것을 變이라 이르고, 가고 옴에 다함이 없음을 通이라 이른다고 하였다. 程伊川은 학문을 닦는 것과 숨을 쉬는 것은 闔闢의 벼리일 따름이라고 하였고, 또 闔闢의 왕래는 코의 숨에서 나타난다고도 하였다. 張橫渠는 사람의 숨쉼은 무릇 剛柔가 서로 문지름이오 乾坤이 闔闢의 象이다”(『東醫寶鑑·內景·氣』)이다. 이것은 반복적인 응축과 확산에 의해 영위되는 자연계의 변화는 인간의 호흡과 類比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養生術의 운용이다. 의학의 목적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天壽를 제대로 발휘하여 無病長壽하도록 하는 것이다. 天壽를 제대로 발휘하여 무병장수하는 방법에 대해 『東醫寶鑑』에서는 우주가 발생한 시점인 先天의 본원으로 돌이킬 것과 인간의 三才인 形氣神의 조화를 유지할 것과 자연의 호흡인 闔闢의 원리에 따라 호흡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호흡은 『東醫寶鑑』에서 養生의 목적에 도달하는 데에 지름길로 제시된 방법의 하나로서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眞人과 衆人(보통사람)의 차이는 “眞人은 숨을 쉴 때 뒷꿈치로 쉬고, 衆人은 숨을 쉴 때 목구멍으로 쉰다”(『東醫寶鑑·內景·氣』)이다. 이것은 숨을 얼마나 깊이 쉬느냐에 양생의 목표가 달성되느냐가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했던 胎息法을 운용하면 숨을 깊이 쉴 수 있다. 胎息法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했던대로 배꼽으로 호흡하고 입과 코로는 호흡을 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호흡에 의한 질병의 病名으로의 定位이다. 이것은 短氣(呼吸不相接續), 少氣(不能報息), 喘息 등이다. 이 가운데 短氣, 少氣 등을 병명으로 별도의 항목을 설정하여 치료의 기준으로 삼는 증상명으로 만든 것은 매우 창조적인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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