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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2일 (월)

이수진 교수

이수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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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눈을 돌리자”



가을로 접어들면서 더운 여름 동안 미뤄두었던 다양한 한의학 관련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국제적인 행사들이 많은데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한의학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을 찾는 외국 학자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한의학이 낯설지 않고, 외국의 유수의 학회에서 한의사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여러 한의사나 한의대 교수들과 친분을 갖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되었다.



분명히 10년, 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한의학의 위상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얼마 전의 모임에서 만난 영국인도 필자가 한의사라고 했더니 본인은 요통으로 오래 고생을 해서 침을 자주 맞으러 다닌다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 왔던 경험이 있다. 외국에도 동양의 전통의학이 널리 알려졌고, 외국인들이 한의학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필자가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서태평양지역의 전통의학 실태를 조사해 본 적이 있다. 서태평양지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하나인 일본을 비롯해 한국, 호주,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에서부터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 그리고 파푸아 뉴기니, 투발루, 사모아, 피지 등과 같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까지, 사회경제적인 수준이 너무나 다른 37개의 국가들이 모여 있다 보니 보건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전통의학 분야도 마찬가지로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잘 정비된 전통의학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부터 캄보디아, 라오스와 같이 전통의학을 정비하여 보건의료체계에 접목시키고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많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에서는 전통의학이 아직도 무의(巫醫)나 민간요법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WHO 지역사무처의 역할 중의 하나가 해당 지역의 국가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이었기에 필자도 몇 개국으로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지원요청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그 중에 캄보디아와의 사례가 기억에 남아 있다. 캄보디아는 9세기에서 13세기에 동남아의 대륙지역을 대부분 평정한 앙코르 왕국을 수립하여 앙코르 와트라는 고도로 발달된 유적을 남겨 놓았으나 이후 약소국으로 전락하였고 근대에는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고,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내전을 거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이다.



캄보디아는 그러한 어려운 상황을 딛고서 전통의학이 국가보건의료체계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자 하고 있었다. 즉, 새롭게 국가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정비하고 학교 및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등 전반적인 체제정비를 하고자 준비하는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는 늘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경제적인 지원 및 전문 인력의 지원인데 캄보디아도 이러한 두 가지를 필요로 해서 상의해 왔고,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는 캄보디아의 전통의학이나 한약 관련 정책 및 규정을 제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사실 캄보디아에서 원하는 전문가는 정책이나 규정 부문만이 아니었다. 병원 및 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싶어 했기에 전통의학 의사로서 캄보디아에 머물면서 진료 및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 했으나 당시 상황이 여의치 못해 그 부분까지는 진행하지 못했었다. 다른 국가들과의 접촉에서도 그들은 정책이나 규정의 제정만이 아니라 실제로 진료와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더욱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더욱 많이 받았고, 그런 전문 인력을 쉽게 파견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KOICA에서 국제협력한의사를 우즈베키스탄, 몽골, 카자흐스탄 등지에 파견하고 있고, KOMSTA가 1993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등지의 27개국에 한방의료봉사단을 파견하였고 한국-몽골 친선 한방병원을 몽골에 설립하는 등 많은 해외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한의학의 국제적인 위상을 강화해 오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런데 한의학을 접하고 그 치료효과를 확인한 많은 국가들은 한의학을 보건의료체계에 접목시키기 위해 한의사가 장기적으로 그 국가에 와 있으면서 진료·교육에서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데 아직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파견하는 한의사 인력은 소수에 불과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8월, WHO에 근무할 당시의 상관이 식약청 방문차 한국에 오게 되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근래 전통의학의 보건부문에서의 역할 증대, 한약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의 가능성 등으로 인해 많은 국제기구들이 전통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WHO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나 국제기구에서 전통의학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전통의학의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고, 세계에서 한의사를 필요로 하는 곳도 더욱 늘어나리라 본다. 따라서 한의사들이 국제기구나 외국 의료기관에서의 근무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볼만하지 않나 생각된다.



근래에 한의계 안팎의 여러 문제들로 인하여 한의학 시장이 위축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눈을 조금 돌려 세계를 우리의 시장으로 본다면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되고 있고 전통의학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유럽, 미주 등지에서 전통의학이나 보완대체의학 학회가 새롭게 발족되고, 대학교나 병원에 전통의학 부서가 신설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때, 전 세계를 우리의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 안에서의 의료상황에 대해서 개탄하고 고민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더욱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우리의 파이를 키우고 세계 속에서의 한의학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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