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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김호철 교수(경희대한의대 본초학교실)

김호철 교수(경희대한의대 본초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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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효능 연구에 힘써 한약 효과의 근거 확보하자”



최근 들어 한의학계의 위기라고 하는 소리가 잦다. 한의원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사 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환자수가 줄어든 이유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의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위기의 원인으로 쉽게 몇 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한약을 대체할 만한 건강식품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건강식품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한약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의원에서 보약을 복용하는 대신 홍삼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소아 보약 시장도 홍삼 관련 회사 제품에 잠식당하고 있고, 성인 남자들의 보양약 시장은 비아그라가 차지하고 있다.



둘째는 양의학계로부터의 견제이다. 양방병원에 가면 한약을 무조건 복용하지 말라고 하거나 한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아예 진찰받을 수 없다고 써 붙인 곳도 있다고 한다. 작년에 필자가 한약을 이용하여 기억력 강화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결과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에 등재하였을 때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에서 연구내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결과의 의미에 대하여 깍아내리기 식의 성명서를 언론에 흘리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의료계의 분위기에 실망하였던 적이 있다.



셋째는 한약의 안전성이나 독성, 표준화, 제형 등 한약재에 대한 문제이다. 많은 한약재들이 중금속이나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한약은 복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일반인들에 널리 퍼져 있다. 한약의 탕제는 복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이 외에도 한의학계에 오랫동안 산적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협회나 학회를 비롯한 한의학계의 리더들은 나름대로 고민하여 여러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중금속이나 독성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거나, 제형을 간편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또 건강식품 시장에 한의사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하고, 서양의학과 협력하여 화해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어느 의견이나 모두 일리가 있으며 실행에 옮긴다면 상당히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의학계에서 내고 있는 대안들이 일시적으로 환자를 증가시킬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대안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현재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위기를 해결책보다는 이를 기회로 장기적인 한의학의 발전 토대를 마련하여야 한다.



나는 지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국제신경과학회에 참석하는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세계신경과학자 3만여명이 참가하는 대형 국제학회이다. 첫날 발표되었던 심포지엄 중 하나는 오메가3나 울금이나 강황 중의 성분인 쿠르쿠민 등 영양물질의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예방효과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에 대한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나도 관심있는 분야라 내용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물질들에 대하여 이미 여러 건의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비롯하여 수십건의 연구 결과가 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이 심포지엄 결론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오메가3나 쿠르쿠민이 들어간 카레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서도 황금이나 가시오가피를 비롯하여 HT008-1, HT009 등의 복합물질들이 이 식품들에 비해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지만 이들에 대한 연구의 양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 결과들이 널리 알려진다면 한약의 우수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치매 예방 관련 뇌질환 시장을 비롯한 보약시장은 또 여기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으며, 이 외에 다른 분야의 연구들도 점점 발전될수록 한의학의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한약의 효능 연구에 더욱 힘써서 한약의 효과에 대한 근거를 많이 확보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한의학계를 비롯하여 의학, 약학, 생명과학, 농학 등 자연과학자들이 한약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한약의 효능을 연구하기보다는 한약을 수단으로 하여 신약 개발 성분을 분리하는 연구들을 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약을 치료 목적으로 생각하여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물들을 쏟아 내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약이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효능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양을 사용하여야 하는지, 얼마 동안 사용하여야 하는지, 어떤 약물과 복합하면 효능이 더 좋은지 등에 대한 연구들을 하여야 한다. 이 연구 결과들이 한의학의 발전에 직결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의학 구성원들이 모두 동참하여야 한다.



또, 한의학계의 위기는 한의학계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큰 손실을 가져온다. 국민 건강에 손해가 되는 것은 물론 무형의 자산인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치료경험들이 손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서 한약효능 기반구축연구를 하여야 하며 한약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여야 한다. 기반 구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천연물 관련 신약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천연물 연구에 경쟁에서 뒤지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한의학을 과학화시키고 한의학을 국제화시키며 한의학을 산업화시키는 기틀이 될 것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 일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집중하여야 밝은 한의학의 미래와 함께 우리나라 천연물 연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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