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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박소임 전공의

박소임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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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료체계, 남한의 의료체계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체제 긴밀



※이 논문은 지난달 20일 ‘제32회 통일부 통일논문 공모전’에서 통일부장관상(장려상)을 수상한 논문입니다.



북한의 경제난·식량난이 가장 심했던 1990년대 후반에 월경(越境)하는 북한 주민의 수가 급증하였고 이들 중 일부는 남한으로 입국하였다. 최근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남한으로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있고 통일부에 의하면 2013년 9월까지 총 25,649명의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수준은 남한 주민보다 낮은데, 이는 북한 거주시 식량 공급의 부족, 노동집약적인 노동생활 환경, 의료체계 붕괴 등의 원인과 탈북 과정의 육체적·정신적 어려움,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적응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의료는 필연적으로 그것이 속한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분단 후 남한은 분단 후 자본주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화로, 북한은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화로 다르게 발전하였기 때문에 각각 다른 의료와 건강신념이 형성되었다.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동한 것은 다른 사회, 문화로 이동했음을 의미하며, 각 사회에서 의료나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북한 의료체계는 남한의 의료체계보다 신의학(서양의학)과 고려의학(한의학)의 협진체제가 긴밀하다. 남한과 달리 신의사가 고려의학으로 치료하고 고려의사가 신의학으로 검진하는 등 진료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이는 증상의 표현 및 인식 등 건강신념이 남한과 다른 방향으로 형성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2007년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북한이탈주민 중 전체 54.7%가 3개월 이상 만성질환을 앓았다고 응답하였다. 북한이탈주민의 상병명 중 빈도수가 높은 순서를 조사한 2008년의 연구에서 ‘달리 분류되지 않는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이 소화기계통 질환, 근육골 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 건강상태 및 보건서비스 접촉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행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체 증상들(Medically unexplained physical symptoms, 이하 MUPS)을 북한이탈주민의 정신 건강과 연관하여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로 파악하고 있다. 다수의 북한이탈주민이 신체화 장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정신 건강 문제가 신체 건강, 특히 만성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이 자발적으로 호소하는 신체적 증상을 서양의학으로 표준화된 기준에 맞춰져 해석된 것이 아닌지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진료 지원이 가능한 지정 병원 중 국립중앙의료원은 유일하게 한의약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다. 국립중앙의료원 한방내과에서 북한이탈주민 환자를 진료하며 경험한 바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표현이 한의학의 표현과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의사에게 신체화 장애로 흔히 오해받는 표현 중 ‘덩어리’와 ‘랭병(冷病)’이 있다.



북한이탈주민 환자가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을 호소하여 방사선 검사나 촉진을 통해 ‘덩어리’가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덩어리가 매달려 있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한의학에서 설명하는 적취(積聚)와 비슷한 개념이다. 북한이탈주민이 흔히 호소하는 “목에 덩어리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도 한의학의 ‘매핵기(梅核氣)’를 설명한 것인데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표현이므로 MUPS로 오인되기 쉽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중 함경북도 출신이 가장 많은데, 함경북도는 1월 평균 기온이 -18~-24℃로 매우 추운 지역이어서 한증(寒症)이 생기기 쉽다. 한사(寒邪)가 침습하여 생기는 증상을 북한에서는 랭병이라고 하는데, “겨울에 차가운 압록강을 건너며, 추운 날씨에 행상(보따리 장사)을 다니며 제대로 입지 못하고 신지 못해 발이 선듯하다”라는 북한이탈주민의 표현을 한의학의 한증(寒症)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 PTSD나 신체화 장애로 이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의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인 질환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Bhui et al., 2007). 남한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된 건강과 질병에 대한 표현 방식이 북한이탈주민의 표현과 다르고, 선동적인 어투와 말씨가 다른 상황에서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북한은 부족한 검사 장비로 인해 망진, 촉진 등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므로 북한이탈주민 표현에 따르면 ‘인간적인’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1960년대 초 김일성의 지시로 보건의료인들이 인민에게 헌신적으로 복무하며 정성을 다해 진료하는 ‘정성(精誠)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이로 인해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환자를 정성껏 진료하는 의사상(醫師象)을 갖고 있다. 병원에서 컴퓨터만 쳐다보며 질문하고 약을 처방하는 남한의 의료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의사의 진료 방법은 북한이탈주민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료 환경, 의사상과 더 유사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친근감이 높은 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늘어날수록 이들을 접하는 의료인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향후 언젠가는 맞이할 통일 시대에 더 많은 북한 출신 주민을 진료하게 될 것이다. 분단 이후의 60년의 세월 동안 남한과 북한은 각자 다른 사회, 경제, 문화 속에서 발전하였고 건강과 질병에 관한 인식 및 표현 역시 차이가 있다. 통일 시대에는 땅의 통일과 더불어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시기에 서로의 ‘다름’에 주목하는 것보다 ‘같음’에 주목하는 것이 사람의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의 다른 의료 환경에서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동질성을 바탕으로 통일 시대의 의료 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향후 통일 시대에는 신의학과 고려의학의 협진이 원활한 북한의 의료 환경과 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남한의 의료 환경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장점을 취하며 통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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