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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윤지연 원장

윤지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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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아과 환자야~!

개원가 일기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과장님들이 가끔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신다.

“소아과장님! 소아과 앞에 지나가다보면 애들 우는 소리에 떠드는 소리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던데 힘드시겠어요.”



다른 과장님들의 말씀처럼 소아과는 정신이 없다. 유치원처럼 보이는 알록달록한 벽지에, 대기실에 모여 앉아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까지 더해지다보니 손주를 데리고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진료실에 들어오시자마자 “아이구, 정신없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들로 정신없는 소아과에 꿋꿋하게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어느 날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

대기실에서부터 “여기 소아과 맞지?”라고 재차 확인하시면서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소아과이지만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가족 소개로 오시는 어른들이 종종 있으셔서 이 분도 소개로 오셨나보다 생각했다.

진료실에 들어오신 할머니께서는 진료실 벽지와 나를 자꾸 훑어보시더니 이렇게 물어보셨다.



“젊은 사람이 언제 이런 의술을 배웠대?”

내가 미덥지 않으신지 할머니께서 이렇게 질문을 하시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나보다 먼저 대답을 했다.

“할머니, 우리 과장님 공부 많이 하셔서 박사까지 하셨어요. 그리고 보기보다는 나이가 많으세요.”



졸지에 공부를 많이 한 나이 많은 한의사가 된 나는 할머니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손발이 차고 소화가 안 되시는 분이셔서 침과 뜸 치료를 함께 해드렸는데 치료받고 괜찮으셨는지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시간 맞춰서 열심히 오셨다.

그런데 3번째 치료를 받으러 오신 날, 할머니께서 이렇게 물어보셨다.



“여기는 소아과가 왜 이렇게 유치원처럼 꾸며놨대?”

“할머니, 소아과니까 이렇게 꾸몄어요. 애기들이 와서 울면 안 되니까요.”

“소아과에 애기들이 많이 오나보네.”

“소아과니까 애기들이 많이 오지요.”

“아이구, 이런! 소화가 안 되는 아이들이 많은가보네.”

“네?”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할머니의 말씀을 더 들어보니, 할머니께서는 소아과를 오신 게 아니라 ‘소화과’를 찾아오신 거였다. ‘소화기내과’가 생각이 안 나신 할머니께서는 원무과에 ‘소화과’를 찾으셨고, 원무과에서는 찾으시는대로 ‘소아과’에 접수를 해준 것이었고….

이런 이유와 인연으로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셨는데, 걱정과 달리 치료를 받으시러 열심히 소아과로 오셨다.

그러던 어느 날 대기실에서 할머니와 개구쟁이 남자 아이가 하는 대화가 들렸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소아과에 왔어요?”

“소아과 선생님한테 치료받으려고 왔지.”

“어? 왜 할머니가 소아과예요?”

“나도 소아과 환자야.”

“이상하다. 소아과는 우리들이 오는 덴데…. 엄마~!”



대화내용을 듣고 순진한 아이의 말이지만 할머니께서 무안하시고 기분이 좋지 않으실 것 같아서 대기실로 나가보려고 하는데, 할머니께서 먼저 진료실에 들어오셔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사람들이 나이 들면 다시 애가 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봐. 내가 소아과가 딱 맞네. 그려.”

“우리 할머니 소아과 맞으시네요. 하하!”

할머니~ 이제는 배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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