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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윤지연 원장

윤지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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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이 너무 싫어요~!

개원가 일기



우리 병원 근처에는 인쇄소가 많은데, 환자분 중에 근처 인쇄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계셔서 납품하고 남은 책들을 가끔 가져다주시곤 한다. 그런데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지레짐작으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으리라 생각을 하셨는지 아이들한테 갖다 주라면서 초등학교 교과 참고서와 어린이 동화책 등을 챙겨다 주신다. 감사히 받기는 했지만 쌓여가는 책을 보며 어찌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소아과에 오는 아이들에게 챙겨주기로 했다.



아이들 중에는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는 아이들도 있어서 나이에 맞는 책을 미리 챙겨두었다가 진료가 끝난 후에 주곤 하는데, 책을 받은 아이들은 책이 어떤 것인지 확인도 하기 전에 그냥 무언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좋아서 아주 열심히 배꼽인사를 하고 가거나 기쁜 마음에 감사의 편지를 써서 주기도 한다.



어느 날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짜리 아이가 울면서 진료실에 들어왔다. 항상 얼굴에 장난기를 머금고 활짝 웃으면서 들어오는 아이인데, 눈가에 눈물이 고인채로 울먹이면서 들어오는 것이었다. 너무 생소한 모습에 아이에게 왜 우는지 이유를 물어봤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영어책이 없어요. 선생님이 가져갔어요.”



이 말을 들으면 아이의 책을 빼앗아간 나쁜 선생님이 연상되기에 엄마에게 눈짓으로 물어봤더니, 어린이집에서 영어책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데 채점을 하기 위해서 어린이집에 놓고 가라고 얘기를 했더니 이렇게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인쇄소에서 일하시는 분께서 가져다주신 아이들 영어책이 생각나서 울먹이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진찰 잘 하면 새 영어책 줄테니까 울지마.”

이 말을 들은 아이는 금세 눈물을 뚝 그치고 열심히 진료를 받는 것이었다.

진료가 끝난 후에 영어책을 찾아서 줬더니 마치 책이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품 안에 안고서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열심히 배꼽 인사를 하고 갔다.

그런데 영어가 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어느 날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에게 수학과 과학 참고서를 챙겨서 주었는데, 책을 받으려고 하지 않고 곤란한 얼굴로 나와 책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의 반응이 이상해서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러니?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으면 해도 돼~.”

그러자 아이가 대뜸 하는 말이,

“선생님, 아래 있는 책은 뭐예요?”

아이의 말을 듣고 내가 들고 있는 책을 쳐다보니 수학책이 위에 올려 있고, 과학책이 아래 놓여 있었다.

내가 과학책을 빼서 보여주자 아이가 미소를 띄우면서 하는 말이,

“과학책만 주세요. 저는 수학이 너무 싫어요!”

“그래? 그럼 과학책만 가져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서 과학책을 건네주자 아이는 신나게 인사를 하면서 진료실을 나가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신 회계사 출신 어머니는 난처하고 미안한 얼굴을 하면서 말씀을 하셨다.

“우리 아이는 수학을 너무 싫어하더라고요. 저를 안 닮았나봐요….”

이 말은 들은 아버지는 옆에서 어색한 웃음을 보이시면서 말을 아끼셨다.



우리 소아과에 다니는 남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도, 과학도 아닌 바로 체육이다. 체육 참고서는 없으니 챙겨줄 수도 없고….

얘들아~ 씩씩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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