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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1일 (일)

김호철 교수

김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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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제형 개발에는 ‘지표효능’ 비교를 통한 약효 동등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14



간편한 제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약재를 추출할 때 물 이외의 용매로 바꾸거나 용량을 효과가 나타나는 범위에서 적절하게 줄여서 고형추출물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제형은 간편하게 바뀌었지만 개발된 제제의 약효가 원처방과 같아야 한다. 즉 약효 동등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여기서 근원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한약의 효능을 비교해야 할까? 한의학에서 한약의 효능은 복합적인 개념으로 되어 있어 환원론적인 방법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청열(淸熱), 해표(解表), 사하(瀉下), 활혈(活血) 등의 한약 효능들을 약리실험으로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약효 동등성을 확보하기 이전에 어떻게 약효를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효능 평가법이 있어야 한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유효지표성분의 함량을 원처방과 개발된 제제를 함께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비교적 쉬운 대신 문제점도 있다. 한약은 대개 하나의 성분만이 효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두 개의 성분 함량이 같다고 하더라도 효능이 완전히 같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효지표성분 함량비교보다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지표효능’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적 개념의 한약효능을 환원론에 기반한 약리작용으로 바꾼 다음, 약리 실험을 통하여 이 효능을 평가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실험방법이 간단하고 재현가능성이 있으며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임상시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한 비교가 가장 좋으며 세포실험도 때로는 추천할 만하다.



지표효능은 한약의 동등성 평가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렇게 한의학적 개념의 한약효능과 유사한 약리학적인 지표효능이 정해지면 한약 효능을 평가하기가 쉬워진다. 하나의 한약이라고 하여도 여러 효능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지표효능이 정해질 수 있다.



이 방법도 한의학 개념을 완전히 반영한 한약 효능 평가법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한의학적 개념의 한약효능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대학에서는 대입학력고사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회사에서는 입사시험을 통해 사람을 채용하지만 선발된 사람들이 가장 우수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을 뿐이다. 사람의 능력은 암기능력이나 이해력도 중요하지만 대인관계나 의사소통능력, 인성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능력에 대한 현재의 평가방법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하여 인성검사나 적성검사 등 여러 가지 최신 평가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약 평가방법도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지표효능은 한 순간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통하여 정해질 수 있다.







지표효능이 개발되어 있으면 제형을 개발할 때 약효 동등성 시험에서뿐 아니라 한약 기원을 정할 때나 한약 감별과 감정, 포제 등의 여러 분야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한약 연구를 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재 평가기술 과학화를 위하여 식약청에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5단계로 나누어 매년 약 40억원 내외의 연구비로 한약재 평가기술 과학화 사업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3단계가 끝나는 올해까지도 아직 효과적인 평가방법들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이 사업이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연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일 이 사업이 5단계에서 이와 같이 끝난다면 국가 예산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 공인된 지표효능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형 개발을 하는 연구자가 여러 상황을 검토하여 지표효능을 정하고 이를 가지고 평가하여야 한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개발한 제형이 복용에 간편하다고 하여 제형 개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원처방과 약효가 같다는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확보되어야 완전한 제형 개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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