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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52

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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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를 버린다는 것은 거짓을 버린다는 것”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凡物或行或隨, 或 或吹, 或强或羸, 或載或 .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



노자는 천하가 도(道)를 담는 그릇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도(道)라는게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만져지는 것도 아니요, 냄새로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귀신같은 노릇이다. 그래서 ‘신기(神器)’라고 했다. 기독교의 말로 표현하면 하느님이 담겨진 그릇이요, 불교의 말로 하면 부처님이 담겨진 그릇이란 말이다.



그러니 그걸 사람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불가위야(不可爲也)’이다. 여기서 ‘한다[爲]’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인위(人爲)와 작위(作爲)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자(爲者)’는 패(敗)하고 ‘집자(執者)’는 실(失)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인위로써 하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하고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잃게 마련이다.



애쓴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가진다고 해서 가져지는 것도 아니다. 애써서 무엇을 이루었다 해도 그것은 반드시 허물어지게 돼있고 가지려고 해서 뭔가 소유했다 해도 반드시 놓게 돼있다. 그것은 천하가 도(道) 곧 하느님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그릇을 누가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는 보통사람과 성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무릇 사물이란 앞서가기도 하고 뒤따르기도 하며 약하게 불어서 따뜻하게 하는가 하면 세게 불어서 차게 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강하여 굳세고 어떤 것은 여려서 힘이 없으며 실리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상대적이면서 차별을 지닌다. 그래서 뒤진 사람은 앞에 가는 사람을 따라가려 하고, 차가운 것은 덥게 하려 하고, 약한 것은 강하게 하려 하고, 힘이 없는 것은 힘이 있게 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다툼이 일어나고 감정적으로 극단현상이 일어난다.



극단현상이란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상대적인 세계에서만 가능하지 통일된 전일적 세계, 절대적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세계에서는 교만하고, 너무하고, 사치부릴 필요가 없다. 교만한 것도 앞에 누가 있으니까 교만을 부리는 것이요, 너무하는 것도 남을 앞서려고 극단을 부리는 것이며, 사치를 부리는 것도 남보다 잘나 보이려고 그러는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고관대작 부인이 뇌물로 명품을 받았다가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왜 명품이 뇌물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것은 고가의 명품을 지님으로써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게 모두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의 병 때문에 생긴 증상이다.



그래서 성인은 사치스러운 것을 떠난다고 했다. ‘떠난다는 것’은 버린다는 말이다.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가 패물을 주면 그걸 억지로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받아서 그걸 좋은데 쓰면 된다. 그게 바로 노자가 말하는 ‘거사(去奢)’다. 물질의 사치만 사치가 아니라 마음의 사치, 언어의 사치도 마찬가지다.



온갖 아름답고 거룩한 단어로 화려하게 겉을 꾸몄으나 속에는 탐욕과 증오 같은 것들이 무덤 속 시체처럼 들어 앉아 있으면 그것 또한 사치가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면 사치를 버린다는 말은 거짓을 버린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성인은 ‘거태(去泰)’라고 했다. 교만을 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대방을 업신여기지 않고, 멸시하지 않고, 하대하지 않고서는 교만을 부릴 수 없지 않은가?



성인에게는 모두가 다 하느님이요, 모두가 다 부처님인데 누구 앞에서 목을 뻣뻣하게 세워 거만을 떨겠는가? 그러니 자연히 ‘거태(去泰)’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일반사람과 성인이 다른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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