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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이상곤의 타임머신

이상곤의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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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밝이 술’

청력의 근원을 파악하는 조상의 지혜



“귀밝이 술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란 뜻. 술은 맵고 더워서 어둠을 밝히면서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다. 차갑고 굳어 있는 겨울과 같은 귀의 청력을 밝히는 것은 맵고 더운 술로 데우면서 뚫어 주어야 하는 것”



세시풍속 중에 귀밝이 술은 청력의 근원을 파악하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소리를 듣는 영역은 두 가지로 나뉜다. 외부의 소리가 들어오면 비추는 영역과 분별하는 영역이 그것이다. 비추는 영역은 물에 사물을 비추는 것과 같아서 水影物이라 하며 陰적인 영역에 속한다. 분별하는 영역은 태양이 비추면 환하게 사물을 파악하는 영역이여서 明이라 한다.



귀밝이 술은 耳明酒또는 聰耳酒라 한다. 바로 태양처럼 밝은 에너지가 청력의 근원이 됨을 암시한 것이다. 태양은 낮에 떠올랐다가 밤에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축적한다. 청력도 밤에 힘을 축적하여 낮에 사용하는 밧데리와 같다. 최근에 귀에 소리가 울면서 난청이 생기는 환자가 국민의 20%가 될 정도로 많아진 것은 이와 깊은 관련이 많다. 예전과 달리 일찍 잠을 자지 않는 생활습관이 귀의 건강을 해친 셈이다. 이명과 난청 환자를 맞이해 보면 다른 원인으로 오는 사람도 있지만 잠들기 힘들고 잠이 부족해지면서 이명과 청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청력의 근원에 대한 논쟁은 도가적이지만 재미있다. 채근담에서는 자유가 남곽자기라는 사람에게 소리의 근원을 묻고 대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온갖 것에 바람이 불어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자기 스스로가 소리를 내는 것이네. 따라서 저마다 저절로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규정한다. 사실 소나무 밭에 가면 소나무 소리가 나고 대나무 밭에 가면 대나무 소리가 나는 것을 생각하면 소리는 자기 스스로가 내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귀가 소리를 듣고 인식하는 순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소리의 전달과정은 귓바퀴가 소리의 정보를 모으고 고막이 진동한다. 고막을 통해 전달된 진동이 달팽이관 속의 림프액에 파도를 만든다. 이 파도의 흐름이 귓속 유모세포를 흔들고 이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가 소리를 분별한다. 유모세포가 소리의 핵심인데 외부의 림프액 흐름과 내부의 자율신경의 떨림을 조화시켜 자기의 소리를 만든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적인 물의 비추는 영역은 림프액의 흐름을 의미하고 양적인 부분을 분별하는 영역은 유모세포를 흔드는 요람의 손 같은 자율신경의 영역을 말한다. 조용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 유모세포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20데시빌 크기로 흔들리면 조용하다고 인식할 뿐이다. 소음이 많은 곳에서 일하고 난 뒤나 총소리 같은 80데시빌 이상의 소리에 노출되면 유모세포가 끊기면서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소리를 인식하는 능력은 뇌의 강력한 전기적 힘을 바탕으로 한다. 뇌의 전기적 힘이 우리는 공짜라는 생각으로 소비한다. 밧데리 충전처럼 밤의 깊은 휴식으로 뇌의 전기적 힘도 축적되는 것이다. 난청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별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공공의 장소, 술집이나 소음이 심한데서 필요한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다가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귀를 밝힌다는 것은 거꾸로 해석하면 귀는 본래 어둡다는 뜻이다. 귀는 음적이고 어두운 기관이다. 생긴 모양도 소라고동처럼 속으로 수축한다. 외부의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과 같다. 빛이든 행성이든 빨아들여 작은 한 점으로 응축시키는 것은 겨울의 모습과 닮았다.



손이 불에 데이면 귓바퀴에 손을 대는 것도 귀가 차기 때문이다. 귀의 청력 또한 어둠을 감지하는 빛이다. 눈은 밝은 곳에서 정보를 모으지만 귀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정보를 모은다. 공포영화에서도 소리를 빼면 앙꼬없는 찐빵이 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귀는 겨울과 차가움, 물과 신장을 상징한다. 노자에서 물이 가장 낮은 바다에 내려가 모든 계곡의 물을 다스리면서 가장 위대해진다. 귀도 얼굴에서 가장 볼품없는 귀퉁이에서 자기를 낮추지만 이목구비라 하여 가장 높이 대접받는다. 그래서 물을 상징하는 신장은 신체기관 중 가장 낮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가장 높이 구멍을 내어 귀를 만든다고 말한다.



블랙홀이 화이트홀로 이어져 시작과 새 생명을 만들듯 겨울도 계절의 시작과 끝이 공존한다. 야누스란 말도 이런 의미와 맞닫아 있다. 차가운 1월이 영어로 January인 것은 야누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귀밝이 술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란 뜻이다. 술은 맵고 더워서 어둠을 밝히면서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다. 차갑고 굳어 있는 겨울과 같은 귀의 청력을 밝히는 것은 맵고 더운 술로 데우면서 뚫어 주어야 하는 것을 파악한 지혜인 것이다. 쥐불놀이도 겨울 끝에서 어둠을 밝히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적극적인 치료약물에서는 분명하게 그 인식을 알 수 있다.



청력을 도와주는 처방은 자석양신환이다. 양의 신장을사용한다. 양고기는 火畜이다. 본성이 뜨겁기 때문에 차가운 상태를 그치는 대표적 약이다. 주역에서 兌는 양이다. 태는 양이 하부에 두 개 있고 음이 상부에 하나 있다. 외부로는 온순한 듯 보이지만 내부는 뜨겁고 거센 힘이 숨어 있는 것이다. 겨울이 가장 차거운 곳에서 가장 뜨거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귀밝이 술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청력의 근원은 현대의학도 다 풀지 못한 미스테리다. 한의학은 지식을 넘어 지혜의 차원에서 청력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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