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진흥재단 한약자원본부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 여준환 센터장
한약진흥재단
한약자원본부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
[편집자 주]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의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로 한의약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한의약을 통해 국민건강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국내 유일의 한의약 산업 진흥기관으로서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2016년 2월 출범됐다. 그러나 한의계에서 조차 한약진흥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연구성과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본란에서는 한약진흥재단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그리고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의약품용 한약재 생산과 철저한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용 한약재 생산을 위해서는 한약재의 기원 관리가 절대적이며 대한민국약전과 대한민국약전외한약규격집에 수재되어 있는 기원종의 확인이 필요하다.
전남 장흥에 위치한 한약진흥재단(원장 이응세) 한약자원본부는 기원한약재 종자·종묘 보급, 한약자원 표준화 및 고도화, 토종자원 한약재 기반구축 사업 등을 통해 의약품용 한약재 원료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토양에서 생산되는 한약재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여 한약재 산업을 활성화하고, 세계적으로 치열한 생물자원 보유 경쟁에 적극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토종자원의 한약재 기반 구축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라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는 자국의 생물자원을 지속적으로 조사, 확보해 생물주권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1월 제정했으며, 2018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 규범으로 구속력이 있는 나고야의정서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나고야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유전자원과 그와 관련된 전통지식이 대상이 되며, 그에 따라 유전자원의 이용국은 제공국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자원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을 제공국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약진흥재단은 나고야의정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국 토종자원의 한약재 기반구축 사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1단계 사업을 통해 삼지구엽초, 실새삼, 짚신나물, 익모초 등 우리나라 토종 한약자원 212개 품목을 수집해, 유전체 서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와 공신력 있는 생명공학 정보 연구소인 미국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에 유전자정보를 등록했다. 유전자정보 등록 자원에 대해 성상, 정밀시험, 확인시험, 함량, 중금속 등 시험법을 확립했으며, 지표성분 분리를 통한 구조 동정과 추출물, 생리활성 등을 분석했다. 2단계 사업은 1단계에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생리활성 효능 등이 있는 자원을 선발하고, 이것을 이용해 기준원료 생산을 위한 재배법을 연구한다. 또한 기준원료에서 여러 성분들을 분리하고, 본초학적 효능을 연구해 의약품용 원료의 산업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한약진흥재단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야생식물 기반 한의약 자원의 안정적 보전과 산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약진흥재단은 식물자원의 멸종 대비를 위해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 종자저장시설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Seed Vault)’에 자생 약용자원 10만점 이상을 영구 보관할 계획이다. 두 기관은 종자의 중복 보존뿐만 아니라 한의약 자원 및 산림자원에 관한 공동 연구와 수집·증식, 식물정보 교류를 통해 국가 한의약 산업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원한약재 종자&종묘 보급
한약재가 의약품 원료로 쓰이려면 공정서에 수재된 기원식물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약자원본부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는 기원한약재 종자 및 종묘 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원이 명확한 한약재를 대상으로 종자 발아율, 활력 등 품질검사를 통해 보급한다. 2011년 우슬, 식방풍, 지황, 천문동 등 4개 품목 보급을 시작으로, 올해 우슬, 식방풍, 자소, 일당귀, 강황, 지황, 백출, 하수오, 천문동, 백지, 황금 등 11개 품목을 보급하고 있다. 내년 3월엔 독활, 시호, 자근을 추가한 14개 품목 42ha 분량을 보급하며, 향후 재배 품목과 분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기원한약재 보급과 함께 다양한 재배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약재 재배교육을 실시했는데, 농민이 아닌 한의사 교육은 처음이다. 교육에 참여한 20여 명의 한의사는 토종 한약재 주권 확보의 중요성과 한의의료기관에 공급되는 GMP(우수제조관리) 인증 한약재 표준재배 과정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 프로그램은 이론학습과 약용작물 재배지 견학으로 이뤄졌으며, 지역별 한약재 생산현황과 재배시 유의점, 우슬·백출·지황 등 주요 약용작물 재배법, GAP(농산물우수관리) 재배 및 인증절차, GAP 재배지와 전시포 견학 등 한약재 재배부터 관리, 유통까지 한약재 품질 표준화 전 과정을 생생히 배웠다. 토종 한약재의 경쟁력과 안전성, 우수성을 환기시키고, 평소 한약재 재배에 관심 있는 한의사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보와 교육을 제공한 소중한 기회였다.
한약자원 표준화&고도화
의약품용 한약재는 재배과정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사업이 한약자원본부의 한약자원 표준화, 고도화 사업이다. 의약품 원료로서 품질이 균일한 국산 우수한약재 재배관리기술을 개발하고, 한약재의 사용 확대를 위한 경제성 분석과 의약품용 우수한약재 생산지 모델을 시범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현재 hGAP(우수한약재 재배관리기준 : 의약품용 한약재로서 품질 균일성 확보를 위한 재배관리 기준) 표준재배법 개발을 위해 전남지역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며, 접근성, 경제성, 재배관리 요소를 고려한 hGAP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한약재 유효성분의 생합성(효소반응에 의해 목적물질의 형성과정)에 관여하는 환경 요인별 처리를 통한 한약재 품질 균일화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hGAP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재배기술의 표준재배 지침서(SOP) 작성, 재배부터 유통까지 요소별 경제성을 평가해 국산 한약재 유통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약자원 표준화, 고도화 시범사업의 실현은 균등한 품질의 의약품용 한약재 생산관리의 체계를 갖추고, 향후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한약재의 hGAP 표준재배법 개발의 확대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