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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4일 (수)

존스홉킨스 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배선재 한의사를 만나다

존스홉킨스 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배선재 한의사를 만나다

26-1안승현 /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한의사의 해외유학을 통해 한의학의 세계화를 촉진해야”



<편집자 주>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마지막 과정인 특성화 실습을 통해 그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미국 버지니아 한의과대학과 뉴욕 맨하탄에서의 4주간의 특성화 실습 기간 동안 뉴욕 맨하탄에서 통합의료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박지혁 원장의 소개를 통해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에서 PHD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배선재 한의사(사진 왼쪽)와 7월6일에 만나 약 한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에서의 한의사의 삶을 뒤로 하고 존스홉킨스로 유학을 떠났던 그의 그간의 근황과 소회, 그가 생각하는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선생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경희대 한의대 03학번이구요. 학교 졸업 후 공보의를 마치고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에서 MPH를 마치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PHD을 하고 있는 배선재라고 합니다.



Q. 오기 전에 선생님의 기사를 두개(“왜 유학인가? 스스로에게 묻고 길을 찾아야 한다”, “유학, 무엇을 언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를 찾아보고 왔습니다. 학교 입학과정이나 그동안 존스홉킨스에서 지내왔던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저 같은 경우 공보의로 군복무를 했는데 공보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이 때 유학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임상연구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마음에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MPH 과정으로 입학을 했어요. 처음에는 이 과정이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1년 정도 여기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학문에 대해 매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여기서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고 PHD를 신청해 지금까지 여기서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MPH를 마치고 한국으로 갈거라고 알고 있었던 제 와이프에게는 좀 미안하네요.



Q. 존스홉킨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학문적 매력을 느끼셨는지요?

A. 여기서는 한국에 비해 개인이 관심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퀄리티랄까요, 수준 같은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처음 와서 제가 제일 충격을 받은 건 학교에 lunch seminar가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석학들이 와서 강의를 하거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모습을 손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세계 탑 레벨에 위치하여 현재의 의학 연구를 이끌고 가고 있는 분들을 근접거리에서 보는게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Q. 그동안 선생님께서 수행했던 연구나 현재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제가 지금하고 있는 연구는 환자의 특성에 맞춘 치료옵션(약, 수술 등)을 찾아내는 방법론을 구상중입니다. 개인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골라내는 tool을 만드는 거지요.

간단히 예를 들면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데요. 환자가 복용하는 면역 억제제 중에는 약성이 강한 것이 있고 상대적으로 좀 부드러운 것도 있는데 이 가운데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어떤 면역억제제가 환자에게 제일 적절한가를 파악하는 거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이를 위해 이전에 수행했던 선행연구로는 신장 이식 후 환자들에게 나가는 면역억제제 처방을 파악했는데 미국 모든 환자들의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면역억제제 처방이 병원별로 스타일이 다른 상황이었어요.

이외에도 신장을 기증했을 때 신장을 기증하는 사람의 특성, 신장을 이식받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장이식 수술 시 어떻게 최적의 매칭을 찾아내는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했고요. 신장 기증자와 신장이식을 받는 환자의 위험도를 컴퓨터상에서 입력하여 의사에게 recommendation을 하는 tool도 만들었습니다.



Q. 과거 기사를 보니 선생님께서는 일차의료환경에 중점을 두고 한의학 이론과 한의 치료를 검증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간의 유학생활 동안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목표가 어느 정도 성취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제가 처음에 MPH로 왔을 때는 일차의료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연구 방법론 자체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저의 학문적 베이스인 한의학을 적용하는 건 앞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은 일차의료에서는 좀 멀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PHD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역학적, 통계적 방법을 개발하는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에서 있었던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제 나름대로 생산적인 5년을 보낸 것 같다고 자평하고 싶어요. 여기에 머물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leading researcher들이 어떻게 연구주제를 포착하고 어떤식으로 이를 풀어가는지를 쉽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 보면서 저 스스로 체득화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배운 점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5년동안 한 연구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제가 할 연구를 위해 방법론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존스홉킨스에 오고 나서 여기의 언어나 문화적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3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미국 사람의 경우 어려운 이야기를 할 때 최대한 돌려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알아차리는게 너무 어려웠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사실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해야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든요. 지금은 누가 툭 쳐도 자연스럽게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아요. 언어적, 문화적 장벽에 대한 어려움이 없었다면 더 큰 성과도 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제가 여기서 느낀 건 연구에 있어서는 남들이 중요하다고 공감하는 주제를 찾아서 내가 거기서 한 층의 탑을 더 쌓아서 연구를 수행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건 사람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수준이 아니에요. 내 연구의 우수성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특히 세련된 의사 소통 능력이 굉장히 중요해요. 사실 이건 존스홉킨스에 오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맞춰 전달하는 것들은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연구와 문화는 갈라놓을 수 없어요. 이외에는 나름대로 즐겁게 공부를 했고 저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지만 정말 하나도 힘들진 않았습니다.



Q. 한의사로서, 어떻게 보면 이방인으로서 이곳에 와 계시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A. 돌이켜보면 저는 여기서 외국인이고 한의학 베이스로 왔다 보니 그로 인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장점으로는 연구에서 주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한의학에서는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를 실시하는게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 지지만 여기선 그렇진 않았거든요. 단점은 예를 들면 교수한테 메일을 하나 보낼 때 한국 같은 경우 예의를 갖추고 각종 미사여구를 써서 메일을 보내잖아요?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특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온 학생이 교수님을 대할 때 어려운 점을 많이 겪는 것 같습니다. 교수와 학생간 상호 수평적인 토론이 가능해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교수와 학생은 수직적인 면이 많고 이로 인해 학생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또 교수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걸 건방지다고 생각하니까요. 여기 대학원레벨에서는 교수와 학생간에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고 받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요즘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설립 목표도 ‘한의학의 세계화’인데요. 선생님께서는 평소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걸로 압니다. 유학동아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는데요. 구체적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A.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K리그와 EPL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에요. K리그 안에서도 축구를 얼마든지 열심히 할 수 있고 나름대로의 업적을 낼 수 있지만 EPL에 진출한 선수들이 세계적인 레벨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육성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현장에서 쉽게 지켜볼 수 있고 세계적인 레벨에서 부딪혀 봄으로 인해 선수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잖아요.

이처럼 유학을 함으로써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통하는게 어떤 건지, 이러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 개인은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leading researcher들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한국에서 연구하면서도 좋은 저널에 논문을 한 두편 낼 수는 있지만 전 이걸로 만족하면 안된다고 생각을 해요.

논문을 한 두편 내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 시스템이 한의학계에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구요, 무척 어려운 목표지만 그나마 이를 가장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건 유학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의과대학은 대학 내에 유학동아리가 존재하는 곳도 있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한의학을 배우는 학생들 중에서도 유학을 가서 세계적인 교육을 받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근데 현재로서는 그 길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사정들을 한의학계에서 파악해서 그러한 학생들의 토플시험 비용이라도 지원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의사 출신이면서 세계적 연구역량을 갖춘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 한국 한의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이런저런 사정으로 유학을 떠나지 못하고 국내에 남아있게 될 경우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요?

A. 사실 지금 한국 한의학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세계의과대학 리스트에 한의대를 집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후반에 한국 한의대가 거기서 사라졌는데, 다시 한의대가 그 목록에 들어가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외국에서 한의사 면허를 인정받는 것도 굉장히 쉬워지겠죠. 의사로서, 인증된 의대 출신이라는게 상당히 메리트가 있거든요.

단순히 유학뿐만 아니라 해외병원에 클리닉 참관을 나갈 때도 한국에서 양방의과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은 지금도 존스홉킨스 같은 세계적인 병원에 일년에 몇십명씩 참관을 오는게 현실입니다. 연구뿐만 아니라 클리닉 경험을 쌓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렇게 인증이 필요합니다. 한의대를 목록에 다시 집어 넣는 건 한국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넣을 수 있다고 봐요. 지금 이게 안돼 있는 상태에서 한의학의 세계화니 머니 이야기하고 있는 건 군인한테 총 안주고 전쟁터에 떠미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저처럼 개인의 취향이나 연구주제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학을 감행할 경우 한의학의 세계화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런 경우 그냥 국내에 남아있는게 좋을지, 아니면 유학을 가는게 더 좋을지요?

A. 유학을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무조건 나오는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공보의 때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이 때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했지만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일 경우에는 방학 동안에 유학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유학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한의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유학을 통한 영향력은 굉장히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 지금 의학계에서 연구주제는 어떻게 보면 일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연구자로서의 역량은 평생 간다고 보거든요. 연구자로서 유학을 통해 大家들로부터 트레이닝을 받고, 또 그들과 네트워크를 맺은 상태에서 한의학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연구를 할 수가 있을 겁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잖아요? 저도 유학나오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늘 저의 인터뷰가 한국에서 연구하고 싶어하는 한의사들에게 많이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고, 대규모의 유학생파병운동(웃음)이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2013년에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하버드에서 포닥을 하셨던 학교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 중 일년에 한의사 열명만 유학을 나와도 한의계의 미래가 달라질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C21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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