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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08일 (수)

시민단체, “병원 간 인수합병, 의료민영화의 마침표”

시민단체, “병원 간 인수합병, 의료민영화의 마침표”

시민단체가 정부의 병원간 인수합병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로 구성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7일 ‘병원 상업화와 재벌체인병원 허용하는 병원 인수합병 정책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병원은 환자의 치료공간이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미국식 체인병원을 만들 가능성을 열어주는 병원간 인수합병 가능 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 간 인수합병을 가능하도록 하는게 골자로, 박근혜 정부가 제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와 함께 발표한 대표적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이 법안은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게 해달라는 병원협회의 요구에 따라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계속해서 국회에 상정됐으나 국민들의 강한 반대로 폐기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발의된 것이다.



현행 의료법에서 병원은 인수·합병·매각이 불가능하고, 해산 시 병원 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키도록 돼 있다. 이것은 병원의 영리추구를 금지하고 영리법인이 병원을 설립할 수 없게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익성의 원칙 때문에 의료법인은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병원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 자산을 민간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조치이며, 이는 직접적인 ‘민영화’에 해당하는 게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병원이 투기의 대상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병원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병원마다 매매 가격이 책정되도록 하는 것인데 ‘상품’이 된 병원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영리행위에 몰두하게 되고, 나아가 병원은 체인화를 통한 규모 경쟁에 놓이므로 상업화가 극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 미국 NIHCM(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Care Management) 재단에서 2009년 발표한 자료는 병원 인수합병이 병원비를 최소 5%에서 최대 50% 이상까지 상승시키는 반면 의료의 질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정부는 의료법인이 만든 영리자회사에 외부 투자자가 투자하고 배당받는 것까지 이미 허용한 상황.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모(母)병원이 매매의 대상이 되면, 자회사에 투자한 온갖 투기자본의 투자금의 환수까지도 보장될 것”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와 같은 사건이 병원에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들은 정부와 병원협회의 법안 추진 목적이 ‘경영합리화’에 있다고 하지만, 병원의 경영합리화란 의료비상승 아니면 인력 구조조정에 그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정부에 의료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1983년에서 1996년 사이 미국병원 인수합병 사례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간호인력과 행정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인력 감축이 일어났다. 반면 불안정노동인 시간제 노동인력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인력이 감축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의료의 질은 필연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이러한 제도가 미국식 영리체인병원을 낳게 될 거라는 점이다. 미국은 몇몇 영리병원 체인이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체인인 HCA가 바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현재 영리병원 설립이 불가능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정부가 허용한 영리자회사를 통해 미국식 영리체인병원과 유사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결국 재벌 주도의 의료공급체계로 귀결되는 것이며 동네 의원과 지역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투기자본조차도 마구잡이로 투자하는 영리병원 체인이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시장으로 한국 의료체계를 바꾸려 한다”며 “영리자회사 허용이 한국에서 병원의 비영리성을 훼손한 것이었다면, 병원 인수합병 조치는 그 마침표를 찍을 정책이라 부를 만하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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