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추나 시술 시 성추행 혐의 주장 대처법은?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의료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분쟁의 원인과 효과적인 대응책을 살펴본다.
필자의 지인인 한의사는 침 시술 중 환자의 동의 없이 신체의 민감한 부분을 만졌다는 이유로 성추행 혐의로 고소(신고)하겠다는 겁박을 받았다. 침 시술 관련 혈자리를 찾기 위해 부득이 환자의 신체를 만질 필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한의사는 침 시술시 직원을 참여시켜 시술 부위에 대한 설명을 했으며, 필요에 따라 환자의 신체를 만져야 했던 상황을 목격자(직원) 진술로 강력히 반박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참여한 직원으로 하여금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게 했고, 참여했다는 목격자 진술서도 준비했다고 한다.
그 후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환자의 지인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한의사는 침 시술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됐다고 한다.
일선 한의의료기관에서 이러한 상황을 겪을 수 있어, 시술 전 환자에게 시술의 필요성과 시술 부위에 대해 설명하고, 환자와 참여 직원으로부터 설명 동의 관련 자필서명 날인을 받는 절차를 정례화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로부터 오는 이의제기가 전화나 문자로 이뤄질 경우, 증거 확보를 위해 휴대폰 녹음도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침 시술 과정에서 커튼을 치고 한의사가 단독으로 시술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 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환자인 을의 입장에서 성적수치심을 느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한다. 그렇다고 모든 침 시술 과정을 CCTV로 녹화하고 녹음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경우 자칫 환자 측에서 자신의 동의 없는 녹화와 녹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영상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 성폭력특별법상의 영상유포혐의로 형이 가중될 수도 있다. 따라서 침 시술 과정의 CCTV 녹화 및 녹음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침 시술 뿐만이 아니다. 추나요법 시술시에도 환자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만졌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추나요법 시술 전 한의사의 설명 의무와 시술 방법에 대한 환자의 동의 관련 서명 날인 확보가 중요하다. 만일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 노약자 등 시술 전 설명이나 동의 관련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자로 하여금 한의사가 이러한 설명을 했다는 내용에 대한 서명날인과 동의 관련 서명날인도 필요하다.
의료행위에서 환자에 대한 신체적 접촉은 불가피하다. 때로 악의적인 환자나 그 관계자들은 이를 악용해 의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신고)하며 겁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경찰, 검찰, 법관은 다음 사항들을 확인한다.
△시술 관련 설명: 한의사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제공한 시술 관련 설명의 내용과 이를 환자가 이해했는지 여부.
△동의 확인: 환자 또는 보호자가 시술 방법에 대해 동의하고 이를 자필 서명으로 확인했는지 여부.
△서명 진위 여부: 제출된 자필 서명이 실제 환자 또는 보호자의 것인지 확인.
더불어 대한한의사협회 등 전문 기관에 의료행위 중 이뤄진 신체적 접촉이 한의학적으로 허용된 범위인지, 아니면 과도한 접촉인지 여부에 대한 사실조회를 하기도 한다.
성추행 혐의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져도 형사처벌될 수 있으며, 기소된 후에는 사회봉사, 교육명령, 신상정보등록 또는 공개명령, 나아가 취업제한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환자를 대함에 있어 늘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한의사에게 성추행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합의금을 노린 악성환자인지 아닌지를 면밀한 관찰하고 이와 함께 관련 기록 유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