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12)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5년 『한방 춘추』 11월호 뒷부분에는 ‘종합소식’이라는 소식란을 통해 당시 한의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방 춘추』는 1975년 간행되기 시작해 수년간 이어온 한의학 학술잡지다. 11월호에는 학술적 연구가 시리즈 형식으로 넘버링이 되어 전호를 계승하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필진으로 최용수, 이병행, 권영식, 김기택, 채인식, 김태영, 한희석, 박병곤, 이성숙, 임준규, 김한성, 허인무, 황무연, 김용한, 이성재, 오흥근, 김관수 등이 학술 관련 논문을 연이어 게재했고, 法理 코너에 대해 권용우, 정성근, 조달제 등이, 臨床 코너에 대해 이영석, 경험방 코너에 신경희, 주갑덕, 김장범, 서용현, 고석용, 연구보고 코너에 임덕성, 조한종 등이 논문을 게재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정리해서 올린다. ◦臺灣 臺北에 소재한 中國鍼灸醫學會(이사장 吳惠平)의 미국지부는 지난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에서 國際鍼灸學術大會를 예정대로 개최했다. 동 대회 준비위원회에서는 한국의 裵元植씨 등 한의계 인사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대문구한의사회(회장 양승희)는 회관을 홍제동 173의 29호(홍제파출소 옆)로 이전했다. ◦서울시 여자한의사친목회(회장 김운정)는 지난달 10일 하오 6시 만리동 소재 市한의사회관에서 월례회를 열고 새마을 무료진료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을 결의했고, 지난 9월 25·26일 양일간 부산에서 열렸던 한의학술대회에도 참석했다. ◦대한한약협회 양원영 회장은 정태웅 부회장과 함께 시대 다동 호수그릴에서 지난달 29일 하오 7시에 대한한의사협회 한요욱 회장, 이상국 부회장과 격의없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양회간에 긴밀한 협조를 취할 것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6일 경제장관회의는 마약법 중 개정법률안을 결정해 한의사도 마약을 취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했다. 종래에는 의사, 치과의사만 마약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범위를 넓혀 한의사도 포함시킨 것이다. ◦高麗醫學硏究會(회장 韓大熙)는 지난달 1일부터 11일까지 제2회 임상학술강좌를 개최했다. 1일과 2일에는 엑스레이 판독법과 상식에 대한 강의를 안병선 박사(동인엑스레이의원장)가 맡고, 3일에서 5일까지는 침구임상경험을 김관수(중해당한의원)씨가, 그리고 6일에서 10일까지는 산부인과 질환에 대한 강의를 문광철씨가 맡았다. 강의는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했다. ◦관악구한의사회(회장 조용안)는 지난달 3일 의권옹호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①의권을 침해하는 부정의료 적발 ②면허대여 과대 광고에 대한 자율정화 운동을 적극 실시키로 했다. 새로 구성된 의권옹호대책위의 임원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조용안. 부위원장: 김우식, 최병문. 위원: 김풍식, 장창성, 홍창원, 박용식, 최성암, 박득규. ◦대한한의학회 제2회 전국한의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수록하여 「한의학논문집」을 발간했다. 본서는 대회 발표자인 송재옥씨를 위시해서 약 30편이 수재되었는데, 대회 참가자에 무료 배부하게 된다. ◦경희대는 외국인사를 위한 단기 침술강좌를 실시 중에 있는데, 지난 15일부터 2주일 동안 호주 의사 15명에게 침술강습을 시켰다. 외국인을 위한 침술강좌는 앞으로 계속할 예정인데 1차, 2차, 3차로 수강자가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담당은 최용태 교수.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24>박정현 강릉애아토한의원 남자 만 64세. 2021년 8월2일 내원. 【形】 눈이 튀어나옴, 지각 발달, 이마주름, 눈썹 미려, 비공누설. 【色】 면적 【腹診】 복진시 별무이상. 양 견정압통. 【旣往歷】 2021년 6월18일 코로나 백신접종 후 급격한 기력저하로 응급실행. 가슴쪽에 혈전이 생기고, 혈소판수치1)가 8.5만 정도로 떨어져 일주일간 입원치료 받음. 【生活歷】 농수산물시장 일. 활동량 많은 편. 【症】 ① 기력저하. 6월 입원치료 후 체력 회복이 안되고 팔다리 힘이 안생김. ② 마른기침. ③ 양쪽 어깨관절 통증. 특히 좌측으로 심한 편. 양쪽 상완부 근육통. ④ 혈압약, 고지혈증약 복용 중. 【治療 및 經過】 ① 2021년 8월2일. 청리자감탕 1제(20첩 120cc 33팩) 투여(1일 2회, 아침·저녁 식후 1시간 온복). ② 2021년 11월29일. 지난번 복약 후 체력이 많이 회복되고 컨디션이 좋아졌다가, 최근에 다시 6월에 가슴쪽 혈전이 생겼을 때처럼 심장쪽으로 불편감을 느낌. 뒷머리쪽으로 띵하고 한기드는 느낌 있음. 복부 및 왼쪽 가슴쪽으로 피부발진 있음. 식욕저하. 인삼양위탕 가 시호황금(15첩 120cc 33팩) 투여(1일 2회, 아침·저녁 식후 30분 온복). 【考察】 상기환자는 체력저하 및 마른기침을 주소증으로 내원했는데, 코로나 백신접종 후 급격한 기력저하와 가슴쪽 혈전, 혈소판수치 감소로 입원치료를 받은 기왕력이 있었다. 얼굴이 붉고 눈이 튀어나온 형상적 특징과 주소증을 고려해 청리자감탕을 1제 투여했다. 이후 11월 내원 당시에는 항강, 오한, 피부발진 증상을 호소해 인삼양위탕 가 시호황금을 1제 투여했다. 【參考文獻】 ① [임상한의사를 위한 형상의학. p.667 청리자감탕] 4.해설 ③ 심(心)에 허열(虛熱)을 받는 음허화동(陰虛火動)에 청리자감탕이 가능하다. ② [임상한의사를 위한 형상의학. p.667 청리자감탕] 6.참고 ③ 음허화동(陰虛火動)은 상성하허(上盛下虛)로 얼굴의 간신(肝腎)에 해당하는 부위의 살이 빠진 경우에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 등을 쓸 수 있고, 청리자감탕처럼 심화(心火)가 동해서 음허화동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목구비(耳目口鼻)보다는 얼굴의 면(面)과 체격의 대소(大小)를 확인하는 것이다. 얼굴색이 붉은 것이 중요하며, 눈만 동그랗다고 다 화(火)가 있다고 보면 안된다. 1)정상 혈소판 수치 범위는 혈액 1mm³당 15만~40만 개. -
인류세의 한의학 <26>김태우교수 경희대 기후-몸연구소, 한의대 의사학교실 <인류세의 한의학>은 기후위기를 다른 시선으로 읽어보려는 시도이다. 인간의 활동이 지질학적 시대명까지 규정하는 “인류세”는, 그 인간 활동의 토대가 된 생각의 방식과 차별화되는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세의 기후문제를 논하는 학자들은 비근대적 사유를 적극 인용하며, 기후위기 너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논리도 이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의학과 같은 동아시아의학에 녹아 있는 동아시아의 논리는 특히 인류세에 재발견될 내용들이 적지 않다. 여타의 비근대적 관점들과의 연결 속에서 인류세의 기후문제를 달리 읽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여름, 팽창, 인플레이션 근대 이후 인간 활동의 경향성을 짚어서 사회학자 김상준은 팽창근대라고 명명한다.1) 근대에 이르러 자원과 인력의 무한 공급에 대한 욕망이 팽창문명을 가능하게 했다. 근현대의 시대는 특히 팽창문명이 전 지구화되는 시대다. “팽창”은 근현대문명사를 지시하는 언어로서 적절한 선택이다. 팽창은 산업화 이후, 급격하게 부풀어오른 물질적, 경제적 변화의 상황을 훌륭하게 지시한다. 김상준은 기후위기의 문제의 근본으로 인간과 자연의 차별화를 지적한다.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는 외부화, 타자화된 자연, 즉 자원화된 자연이 근대 이후의 팽창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팽창은 부풀 팽(膨)과 부을 창(脹)으로 되어 있는 말이다. 말 그대로 과도한 상황을 말한다. 창만이라는 병명이 지시하고 있듯이, 한의학에서 창(脹)은 질병에 해당할 정도의 상황이다.2) 이러한 문제적 상황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 팽창문명의 정황이다. 팽창은 폭발, 성장과 일맥상통하다. 뻗치고, 펼치는 모양새를 공유한다. 폭발-팽창-성장은 연결되어 있다. 산업화 이후의 시대는 연료를 폭발시켜서(혹은 태워서) 단시간에 높은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대표되는 시대다. 이 높은 에너지는 높은 팽창의 힘을 갖는다. 그 팽창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고, 엔진을 돌리고, 기계를 돌려서 생산하는 것이 근대 이후의 인류문명이다. 폭발-팽창하여 만들어진 에너지는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 경제 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표인 성장률은 팽창 없이 불가능하다. 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지금의 경제 체계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한다. 이 경제학 용어의 동사형(inflate)이 부풀다는 의미를 가진다. 팽창의 의미가 있다. 화석연료를 폭발하고 태워서 돌린 시장은 경제를 팽창(성장)하게도 하고, 통화도 팽창[inflation]하게 한다. 봄-여름-여름-여름 화석연료의 폭발과 태움은 열을 동반한다. 열은 팽창한다. 뻗치는 모양새를 가진다.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사시(四時)로 말하면, 화석연료의 시대는 장(長)하는 기운이 주된 기운의 양태가 된 시대를 말한다. 이 시대의 모티브가 한껏 펼치고, 성장하는 것이다. 여름 하루에도 나무와 풀들이 놀랍게 성장(成長)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여름의 경향성을 끝없이 추구하려고 한다. 가을, 겨울 없이 지속하려고 한다. 팽창만 하려고 하니 수렴하고 저장하는 경향성이 존재하기 힘들다. 나뭇잎들이 단풍 들지 못하고, 겨울에도 가지에 붙어서 떨어지지 못한다.3) 팽창은 펼치는 모양새를 가진다. 그 모양새를 위해서는 여름과 같은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류세는 “팽창문명”과의 연결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팽창시키고 태우고 폭발시킨 것이 과하다. 성장하기 위해 태우고 폭발하고 팽창하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쓰는 것에만 온 주의를 집중하다보니, 폭발, 팽창, 생산 이후를 생각 못하게 된 상황이다. 인류세는 가을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 시대다. 경제성장률도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간주한다. 성장만을 계속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여름에 머무르려고 하는 이 문명의 경향성이 인류세를 낳았다. 근대팽창문명은 또한 라투르가 대표적 근대적 현상으로 지목한 하이브리드들의 양산과 연결되어 있다.4) 인간과 자연의 차별화를 통해 자원화된 자연을 마음껏 남용한 것은 수많은 하이브리드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근대라는 시대는 하이브리드를 무시해왔고, 그러한 무시가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이 기후위기로 드러난다. 인간은 석유를 순수화(purification)해서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을 만들어냈지만 이들은 연료로 사용된 후 바로 온실가스라는 하이브리드가 된다. 인간이 사용하기 좋게 순수화 했지만, 그 인간의 순수화는 바로 하이브리드가 될 수 있는 전제가 된다. 근대인들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에 도취되어 이들 하이브리드들을 무시해왔다. 지구온난화를 경험할 때까지. 지금의 상황을 (기후위기와 같이) 위기라고 명명하고, (파리 협정 같은) 협정을 맺고, (IPCC 같은) 국가 간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팽창 활동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많은 논의와 용어와 협정 속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 일로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폭발-팽창-성장 문명을 말하고 있다.5) 팽창을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 계속해서 여름이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의 시대다. 하지만 폭발-팽창-성장의 시대도 수렴과 줄임의 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이후에 디플레이션이 따라오듯이, 끝없는 폭발-팽창-성장은 불가능하다. 탄소 “저감,” 온실가스 “감축,” (1.5도 이하로) 기온 상승 “제한” 등 지금 회자 되는 언어들은 팽창한 것을 모으고, 수렴하는 방향성이 이 인류세에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끝모를 팽창의 추구 끝에, 넷 “제로,” “저”탄소, “탈”성장,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 인류세의 여러 논의들이 이와 같은 방향성을 취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방식들은 이제 좀 가을을 맞이하자고 말한다. 김상준이 주장하는 “내장(內張)문명”도 가을의 모양새를 가진다. 안으로 채우는 문명이다.6) 가을을 맞기 위해서는 가을에 맞는 차림새와 행동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줄이고, 천천히 하고, 축소하고, 모으고, 수렴시키는 차림새와 행동이 필요하다. 에너지도 그에 걸맞게, 폭발과 태움 없는, 있는 햇볕과 부는 바람을 이용하는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의 이유 인류세의 기후는 여름이다. 이 시대의 기의 상황[즉, 기후(氣候)]은 여름이다. 여름만 추구한다. 가을이 올 거라고 생각 못한다. 기후위기는 관계의 맥락을 무시하는 데 있다. 사시의 흐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장(長)하는 기운 뒤에는 반드시 수렴하고 모으는 기운(收)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무시하는 데서 기원한다. 기후는 흐름이고 연결이다. 기후위기는 연결이 단절되는 위기다. 여름 다음에 가을이 연결되지 못하는 위기다. 여름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 기후위기의 이유다. 여름 다음에 가을이 온다는 평범한 이치를 폭발-팽창-성장의 근현대문명을 돌리느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여름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지금의 기후위기는 말하고 있다. “사시음양은 만물의 근본(四時陰陽者萬物之根本)”이라는 『내경』의 문장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지금이다. 인류세에 계속되는 여름은 만물의 근본이 뒤틀리는 일임을 사시의 이치는 말하고 있다. 1) 김상준(2021)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참조. 2) 김상준은 2023년 9월에 열린 경희대학교 기후-몸연구소 설립기념 학술대회에서 팽창문명을 논의하며 창(脹)이 동아시아에서는 병적인 상태라는 것을 직접 언급하기도 하였다. 3) 아래 사진은 필자가 2023년 12월 중순에 경희대 캠퍼스에서 찍은 사진이다. 작년은 11월까지 20도가 넘는 고온을 기록한 해다. 단풍이 들지 않은 단풍잎들이 말라서 단풍나무에 붙어 있다. 일부 단풍색이 든 잎들도 있지만, 그 입들도 12월 중순까지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평소 겨울나무와는 다른 단풍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다. 4) 브뤼노 라투르(2009)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참조. 5) 기후학자들의 단체인 Global Carbon Budget은 2023년 한 해 동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2년에 비해 1.1% 증가하여 연간 배출량의 기록을 다시 갱신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음의 웹사이트 참조. https://globalcarbonbudget.org/ 6) 만약 내장문명이 가능하다면(현재의 지구비등화(global boiling)를 멈추지 못한다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인류문명의 성숙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생장수장에서 수(收)와 장(藏)의 여물게 하고, 정밀하게 하는 방향성이 실현되는 때일 것이다. -
‘몸과 마음’의 행복한 삶을 열어가는 정신건강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정부는 새해를 맞아 오는 3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국민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 문제를 ‘정책국정 어젠다’로 삼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국민 정신건강 문제를 둘러싼 의학계의 보건의료 환경은 한·양방 의학이 각기 지니고 있는 이론체계에 걸맞는 임상 치료법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의학은 수천 년을 두고 인간개체를 ‘몸과 마음(형신形神)’의 일원적 생명현상으로 연구하고 다루는 방법을 임상에서 실증해 왔다.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인간 개체는 외인이나 내인에 의해서든 형신에 이상변이가 일어나야 질병이 되는 것으로, 한의학은 생명활동현상을 신체 내의 목·화·토·금·수 오기능 작용에 따라 동의생리학리로 관찰·연구해 왔다. 한의학에서 오기능의 상관관계를 보면 몸(형)의 생·장·화·수·장에서 생은 발생기능, 장은 추진기능, 화는 통합기능, 수는 억제기능, 장은 침정기능이다. 마음(신)의 혼·신·의·백·지에서 혼은 발생기능, 신은 추진기능, 의는 통합기능, 백은 억제기능, 지는 침정기능으로 정신건강한의학은 이를 개개인의 생활 및 환경조건에 따라 생명현상으로 분석하여 음양부조를 음양조화로 이끌어내 치유해 왔다. 임상기술 경쟁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시대의 한의학 임상현장에서 표준진료지침(CPG)과 근거중심(EBM)연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별맞춤식 변증으로 수천 년 축적된 한의임상에서의 연역적 데이터들을 한의학적 접근 근거를 통해 귀납적인 양적, 종적, 질적 연구방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형신일원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없이 나열식 해부학적 연구체계의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임상기술로 개발하는 경우, 자칫 기계론적 물리적 잣대로 AI가 인간의 형신을 자의로 선택, 편집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료분야에 사용되는 AI의 데이터 편향이나 오용 가능성의 위험성을 경고한데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올해 교황청 주제를 ‘인공지능(AI)과 평화’로 정했다. 생성형 AI가 다양한 데이터를 다중으로 분석, 추론하는 ‘멀티모달(Multi Modal)’ 기능으로 발전하는 변화의 시대에 ‘인공지능이 영적, 윤리적, 도덕적 사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들을 곱씹어봐야 한다. 임상사례 40대 후반의 부인이 상기된 얼굴로 내원했다. “대학병원에서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향정신약을 수년 간 복용해도 불면, 두통, 가슴이 답답한 증세는 여전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심하게 화도 나고 마음이 뒤집어지다가 우울해진다”라며 “숨이라도 제대로 쉬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망문문절 진단하니 맥활삽긴하초허(脈滑澁緊下焦虛) 간실폐허하였다. 한의사: 어쩌다 대학병원에 가게 됐나요? 환자: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시아버지가 갑자기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어머니는 코로나에 중풍후유증으로 1년 새 두 분 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가게 됐어요. 한의사: 저런, 어찌 그런 일이... 환자: 아, 네. 두 분 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돌아가셔서 아예 장례식도 못하고 한참 후에야 겨우 화장을 치렀어요. 제가 시부모님 병간호에, 병원비에 이것저것 다 챙겨드렸는데도, 오히려 손위 시누들이 저한테 ‘일도 잘 못한다’며 모진 말들을 쏟아내고, 유산분배로 형제들 다툼까지... 남편은 누나들한테 말 한마디 못했고요. 진짜 제가 속 썩은 거 말로 다 못해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숨도 못 쉬겠고 너무너무 억울해요. 한의사: 정말 시부모님을 잘 돌봐드렸던 효부시네요. 환자: 친정엄마에게도 잘해드리려고 해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셔서 지금도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언니, 오빠, 동생까지 있는데도, 엄마는 오직 저한테만 하소연하시고 제가 다 현실적으로 해결해드렸어요. 얼마 전엔 폐렴으로 입원하셨는데 그 병원비도 제가 다 내드렸어요. 한의사: 고생 많으셨던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시겠어요. 환자: 조금이라도 엄마에게 도움이 되려고 저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며 야간고등학교에 다녔어요. 그때 엄마는 어떻게 월급날을 알고, 딱 맞춰서 찾아오시는지... 언니, 오빠한테는 몸 약하다고 엄청 위하셨고요. 엄마가 저한테만 의지하시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한의사: 천성이 어릴 때부터 능력이 있어, ‘뭐든지 잘한다’고 동네어른들에게도 칭찬받지 않았나요? 환자: (살짝 웃으며) 네. ‘제일 야무지다’고들 하셨어요. 부모님 속 한 번 썩인 적도 없고요. 한의사: 정말 대단하시네요. 남편도, 친정엄마도 환자분에게 무척 고마워할 거예요. 환자: 남편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서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엄마도 저를 늘 든든해하시고요. 시부모님도 그러셨어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 환자분은 가족에 대한 사랑도, 타고난 재능도 많은 분이세요. 좋은 남편도 만나셨고 아이들도 잘 키우시고요, 환자: (눈물이 맺히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간 속상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살아갈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네요. 혼·신·의·백·지는 생활현상을 다루는 치료법 복약 석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지어주신 한약을 복용하면서부터 요즘은 제 몸이 고단해도 향정신약도 끊고 선생님 말씀을 되새기면서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며 “모두 선생님 치료 덕분”이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필자는 공황장애의 원인이 ‘부모님을 잘 돌봐드려도 고맙다는 형제 하나 없다’는 칠정의 억울함, 갈등, 코로나 충격 등 스트레스에서 오는 병증을 기초개념으로 외부를 향한 노(怒)로 편항(偏亢)된 환자의 생활현상을 분석, ‘가족 사랑과 스스로의 유능함’의 유스트레스로 전환시켜 자발적 자기대사력으로 회복시켰다. 이에 ‘심계정충, 불면증’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간양상항, 화병, 대장한습’으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하여 이를 오신의 통합·억제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지언고론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보폐안신탕으로 침구·방제해 정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신건강정책 국가 어젠다시대’를 맞이하여 정신건강한의학이 선도학문으로 우뚝 서는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관찰·연구하기 보다는 오기능의 작용에 따라 형신의 기층부로써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를 도입하여 산·학·연·병도 새로운 한의학적 임상의료기술들을 함께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 한약 복용의 안전성에 기여할 수 있어”(주)파나큐라 장형진 대표 [한의신문=기강서 기자] 한국한의약진흥원이 개최한 ‘제3회 한의약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에서 (주)파나큐라의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주)파나큐라 장형진 대표로부터 수상소감 및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자신을 소개한다면? 생화학 전공으로 미국립보건원 NIH의 노화연구소에서 5년간 근무했으며, 메릴랜드대학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2021년도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아이코어사업을 통해 창업을 하게 돼 겸직으로 ㈜파나큐라의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식약처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이번에 장려상을 수상한 소감은? 많은 우수한 제품과 기술이 있었는데, 수상하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오랜 연구에 대해 인정을 받은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다. Q.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를 소개한다면? 10년 전 경희대한방병원 정우상 교수 팀과 프로테옴텍이 함께 보건복지부 과제를 통해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 연구를 시작했으며, 2016 년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로 개발하게 됐다. 이후 보건복지부 의료기기 임상 시험과제와 한국한의약진흥원 임상실증 과제를 통해 사업화를 진행하게 됐으며, 관련한 SCI 논문 5편과 2건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는 한약에 대한 알레르기뿐 아니라 식품이나 집 먼지 진드기, 견과류, 꽃가루, 곰팡이 등의 알레르기를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알레르기 진단키트다. 봉독, 행인, 회향, 녹용, 인삼, 천궁, 황기, 갈근, 감초, 도인, 창이자 등 빈용 한약재 11종과 식품 알러젠 33종에 적용할 수 있다. 알레르기 부작용을 대비 하는 진단기술로 한약 복용의 안전성과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코자 개발하게 됐다. Q. (주)파나큐라는 어떤 회사인지? ㈜파나큐라는 의·약학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 회사로 중풍예방제, 항암제, COPD, 천식, 당뇨, 비만 치료를 위한 한약재, Novel Compound, 천연물 기반 치료제 연구 및 개발과 의료기기 등을 개발 하고 있다. 현재 중풍예방제인 HH333과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 그리고 pan-FiT(신속 감염병 진단 PCR 기기)와 같은 30분 내로 감염병 진단이 가능한 신속성과 정확성을 가진 휴대용 PCR기기 사업을 하고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한의과대학 교수로서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가 죽어있는 학문이 아닌 실용적이고 살아 숨쉴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또한 한의학과 한의약이 얼마나 좋은지를 ㈜파나큐라의 사업을 통해 실현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뇌파계, X-ray 등 다양한 현대 진단기 기 사용과 진단용 키트를 활용한 감염병 진단 및 치료가 합법이라는 사법부의 판결이 있었던 한 해였다. 한의사들의 진료 영역을 진단에서부터 넓히고, 다양한 의료기기를 통한 정확한 진단으로 질병의 치료를 시작하는 2024년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이 시점에 한의약의 관심 또한 올라가고 있다. 한약 복용의 수요증대와 함께 한약의 안전한 복용을 위한 한약알레르기 진단키트의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약에서의 감염병진단기기 등 체외 진단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한약의 안전한 복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고향에서 받은 혜택 보답코자 장학금 전달하게 됐죠”[한의신문=주혜지 기자] 본란에서는 매년 지역사회 후배들이 장래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이우정 덕산한의원장으로부터 장학금을 전달한 계기 및 기부의 원천, 한의사로서 느끼는 사회적 책임감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자신을 소개한다면. “대구한의대에 08학번으로 입학해 2019년 1월 고향인 영주에서 개업하게 됐다. 현재 6살 아들, 5살 딸, 와이프와 같이 살고 있다. 덕산한의원 영주점의 대표원장이고, 네 명의 부원장들과 열네 명의 직원들과 함께 한의원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Q. 기부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는? “제게 큰 가르침을 주신 선배님들 모두 주변에 다양한 경로로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엔 그냥 멋있어 보여서 따라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기부가 제일 의미 있게 느껴졌고, 개업을 하면서 우연히 기회가 생겨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 또한 고향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받으며 자란 것에 대한 감사함에 보답키 위해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Q. 지역사회와의 협업도 중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멘토 형식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해주고, 장래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형식의 기부를 하고 싶었다. 이후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기부방식을 찾다가 시청에서 일하는 친구 소개로 영주시 인재육성장학회에 기부를 시작했다.” Q. 앞으로 계획한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있다면? “아직까지 새로운 계획은 없지만, 현재 기부하고 있는 장학회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꾸준히 기부하고 기부금액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목표다. 사회공헌 프로젝트라고 할 만큼 거창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저도 많은 선배들께 좋은 가르침을 받고 도움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저희 부원장님들이 최대한 세상에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한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 이야기는 많은 분들께 들은 이야기이며, 저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 저 역시 아직 진행 중이지만,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현재 어떤 위치에 있든, 진심으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속도는 다르더라도 결국 그곳에 도달하는 것 같다. 저도 지금 아주 천천히 그 길을 가면서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후배 여러분도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나가리라 믿고 있다.” Q. 한의사의 사회적 책임이란? “사회적 책임은 한의사로서 제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가 돈이든, 명예든, 여유든, 이뤄내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고, 그 꿈을 주변에 전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꿈의 씨앗들이 계속 싹틔우다 보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많은 기부를 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말하는 재주도 없고, 시간도 부족해 이렇게 마무리하는 점이 송구스럽다. 부디 모든 한의사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하며, 서로에게 힘을 주며 더 발전하는 한의계가 되길 바란다.” -
보건의료노조, 임시대의원대회 ‘성료’[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이하 보건의료노조)은 4일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2024년 제1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10대 집행부 부위원장과 회계감사위원을 선출해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날 최희선 위원장은 “지난 9대 집행부는 2021년 노정합의, 2022년 정책대회, 2023년 총파업 투쟁과 감염병전담병원 재정지원 촉구 투쟁 등 굵직한 투쟁을 벌여왔다”며 “이제 보건의료노조는 이제 9만명에 가까운 조합원, 224개의 지부로 성장했고, 대한민국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산별 노조로서 발전하고 있는 만큼 10대 지도부는 소통, 실천, 신뢰로 현장을 강화해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적대의원 302명 중 201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부위원장으로 박민숙 전 부위원장)·백소영 전 경기본부장)·이선희 전 부위원장)·정재범 전 부위원장 등 4명을, 또한 회계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김경희 청주의료원지부장·석주연 SRC지부장·송수명 인천사랑병원지부장·이경민 서울아산병원지부장·이은영 경희의료원지부장 등 5명을 각각 선출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내달 21일부터 22일까지 2024년도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해 9대·10대 집행부 이·취임식을 진행하고, 2023년 사업평가 및 2024년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
“한의학, 한 의학”한진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3 최초의 한의사는 누구였을까요. 의사학 시간, 침구에 관한 역사를 더듬다 문득 떠오른 의문입니다. 처음 침을 잡고, 또 약을 달인 이는 누구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엉뚱한 상상 끝에,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걱정하고 슬퍼했을 평범한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가족 혹은 친구의 아픔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사람. 마디마디를 눌러보고,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던 그가 최초의 한의사가 아니었을까 하고요. 그 최초의 한의사와 같은 꿈을 꿉니다. 어찌할 도리를 모르는 아픔과 다툴 의료인이 되고자 합니다. 가까운 이의 몸을 살피는 마음으로 의술을 행하고 싶습니다. 어제도 저의 어머니는 재활도 어려운 무릎을 짚고, 밤새 아픈 아이들의 곁을 지키셨습니다. 그 무릎을 고치는 것이 저의 꿈이고, 같은 마음으로 다른 이의 어머니를, 또 누군가의 아버지를, 혹은 소중한 사람을 돌보는 것 역시 저의 큰 꿈입니다. 가장 처음의 한의학처럼 잔병치레가 많았던 어린 시절, 최고의 처방은 어머니의 음식이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치료뿐 아니라 마음을 담아 전하는 모든 것이 곧 약이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술기를 행하기 전 관심과 정성이 없으면 치료도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밥상이 곧 약이 되고, 의사의 태도가 치료의 변수가 된다는 한의학의 가르침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학, 전문성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은–어쩌면 이토록 친근한 한의학의 모습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언어와 의사의 맨몸으로 아픔을 더듬는 의학이었기에. 한의학에서 다루는 개념을 어떤 이들은 의학의 차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맥(脈)이 빠지고, 담(痰)이 결리며, 체(滯)하는 몸을 늘 경험하면서도요. 한의학을 하나의 의학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은 결국 치료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밥상을 통해 ‘식약동원’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한의학이라는 배움으로 이끌렸듯 말이지요. 아픈 이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을 최초의 한의사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치료에 모든 심혈을 기울인 그 마음은 오늘날의 환자에게도 최선의 설득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른 직역의 의료인과 힘을 합치고, 새로운 진단기기를 도입하는 것 역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아픔을 최대한 들여다보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당신에게 한의학이란 어떠한 장벽도 없는 진료실을 상상하며 수어(手語)를 몇 년간 배웠습니다. 수어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그 직관성에 크게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의학은 수어로 ‘진맥’, ‘탕약’, ‘전문’이 세 단어로 표현하지요. ‘사람을 가까이서 살피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학문’이라 이해했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마다 다른 약을 쓰고, 환자 개인의 역사를 자세히 살피는 의학. 한의학의 친근한 얼굴이 수어에도 담겨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환자를 가족처럼 살피는 한 한의사를 알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배님께 남몰래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의료계에는 직역의 구분이 있어도, 아픔에는 그러한 구분이 없다”며 늘 더 나은 술기와 지식을 찾고 나누는 모습에서 새로운 한의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최초의 한의사’처럼 홀로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아니라, 이젠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변화하는 한의학의 미래를 떠올려 봅니다. 완도의 한 작은 섬마을에는 저를 ‘허준’ 선생님이라 부르는 꼬맹이들이 있습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섬을 떠나는 날, 손수 만든 ‘허준상’을 아이들이 건넸습니다. ‘허준처럼 귀한 지식을 나눈 선생님께 이 상장을 드립니다’라 적혀 있었고요. 한의학, 한의사의 역사를 ‘나눔’이라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 믿음을 지키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게 한의학은 -아픔을 향한 치열한 고민과, 환자에게 다가서는 마음, 나눔의 역사를 담은- 한 의학입니다. -
소청위, 청룡의 해 한의협 상설위원회로 ‘비상’[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위원장 황만기·이하 소청위)는 4일 가진 새해 첫 회의에서 소아청소년 서적 출판 지원 대상작과 교의사업 공로자를 선정하는 등 청룡의 해를 맞아 도약을 다짐했다. 특히 소청위는 지난해 한의협 분과위원회규정 개정에 따라 상설위원회에 포함돼 집행부 임기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존치하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4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을 위한 서적 출판 지원’ 대상작으로 △하이브리드 이과생(최규희 서초 하이키한의원장) △하나도 안 무서워(글 정혜인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그림 이승지)가 최종 선정됐다. ‘하이브리드 이과생’은 이과생이면서 외고를 나와 한의사가 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로 고민 툰(Toon)’으로, 오는 202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이 예고된 가운데 도서를 통해 중·고등학생들에게 진로 선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하나도 안 무서워’는 한의약 관련 동화책으로, 어린이들에게 한의원에서 시행하는 한의 진료 내용과 그 효과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표현해 한의약에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했다. 이들 작품은 소청위가 지난해 10·11월에 걸쳐 한의협 홈페이지 및 전 회원 대상 안내 문자 발송을 통해 접수된 작품 중 △한의사와 한의약에 대한 대중성(친숙·흥미 유발) △독창성(참신·차별성) △완성도(글 구성 및 흐름) △디자인(그림, 사진 등 디자인 요소) 등을 주요 기준으로 평가해 선정된 것으로, 내달 중 한의협이 운영하는 도서출판 KMD를 통해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이어 심수보 위원(공보의 교의사업운영 소위원회 위원장)의 교의사업 관련 논문 ‘도서지역 초등학생 대상 공중보건한의사 교의 프로그램의 효과-완도군 성교육 사례를 대상으로’가 KCI 등재 학술지인 대한예방한의학회지 제27권 3호(2023년 12월)에 게재됐다고 보고됐다. 이 논문은 지난 2022년부터 전남 완도군 관내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공중보건한의사 교의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지역 교의사업의 효과와 높은 만족도를 도출한 것으로, 소청위는 이를 향후 교의사업 제안에 있어서 근거로 제시해 교의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날 소청위는 2023회계연도 교의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한 대상자로 △임석현 공보의(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보건지소) △김석우 공보의(경상북도 칠곡군 칠곡보건소) △장석주 공보의(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보건소) 등 공보의 17명을 선정해 표창 상신하기로 했으며, 관계 기관 2곳과 12명에게는 감사패 및 감사장 수여를 상신키로 했다. 황만기 위원장은 “새해부터 교의사업 관련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소식 등 긍정적인 출발을 알렸다”며 “향후 이를 공공보건 환경에서 교의 프로그램이 보다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초자료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그동안 소청위 위원 및 공보의 선생님들이 열정을 갖고 소아청소년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참여한 사업들의 알찬 결실로 소청위가 한의협 상설위원회로 전환됐다”며 “그만큼 더 지속적이고, 내실 있는 사업 성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밝혔다. -
부산광역시, 전국에서 고령화 진행속도 가장 빨라[한의신문=강환웅 기자] 한국고용정보원(원장 김영중)과 한국지역고용학회(회장 권우현)는 지역의 고령화 현황과 고령자 고용정책 과제를 주제로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겨울호(통권 10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호에서는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를 지역의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으며, 고령화 정도와 속도의 지역별 차이 및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한편 고령자 대상 일자리 정책의 개선과제를 제안했다. 이 가운데 ‘이슈분석1: 지역별 고령화와 고령층 노동시장 현황(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에서는 통계청의 인구센서스 자료를 이용해 250개 시군구의 고령화 정도와 속도를 분석해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대 이후 기대수명 증가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의 고령화율과 비교해 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의 2010년 대비 2049년 고령화율은 2.9로 미국의 1.6, 일본의 1.5에 비해 약 2배 가량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안준기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급격한 고령화는 수요와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키고, 재정부담을 심화시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면서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성 하락과 더불어 젊은 계층의 재정부담 증대 및 정부의 재정 악화가 우려되며, 고령층의 양극화 문제와 결합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별 고령화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통계청의 인구센서스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전국의 고령화 속도는 0.677로 최근 7년간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연평균 0.7%p씩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는 면부에서 0.810으로 가장 높았지만, 읍부(0.584)보다는 동부(0.686)의 변화 속도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즉 지방의 경우 해당 지역의 인구가 밀집돼 있는 읍 단위보다는 그 주변부인 면 단위에서 고령화가 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불어 도시 지역의 고령화도 지역과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도 단위에서의 고령화 속도에서는 부산광역시가 0.968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젊은층의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가 -0.040으로 가장 느리게 진행되는 시도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7.7%로 나타났으며, 행정 구역 단위별로 구분했을 때 면부가 32.4%, 읍부가 18.4%, 동부가 16.0%의 순을 보이고 있다. 행정구역의 구분이 해당 지역의 면적보다는 인구수에 근거해 나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구 단위가 적은 지역일수록 고령자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15년 고령자 비율이 13.0%였고, 면부·읍부·동부가 각각 26.7%·14.4%·11.2%인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 변동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시도 단위에서는 대체적으로 광역시보다는 도 단위에서 고령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전라남도가 24.7%로 가장 높은 고령자 비율을 보이고 있었고, 세종특별자치시가 10.1%로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이밖에도 이같은 지역의 고령화는 여러 사회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가운데, 이 중 노동시장 관점에서의 문제들을 고려해 보면 우선 일하는 근로자들의 연령대가 계속 상승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경우 산재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령화는 노동 수급 불균형 확대 등으로 인해 고용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지역의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가 일자리의 미스매치 확대를 초래하고, 이에 따른 고용지표 악화는 지역 기업의 역외이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 경우 유출-유입 지역간 노동시장 격차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지역의 고용지표 악화는 지역의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준기 부연구위원은 이같은 문제의 개선방안과 관련 고령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 구축 및 지역균형발전 등의 노력을 통해 지역의 산업구조를 생산성이 높은 구조로 재전환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고령 근로자의 환경 개선과 관련 현재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과 제도 등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령자의 다름을 인지하고, 업무를 배치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또한 수도권에 집중된 인력의 지역 분산을 촉진키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주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인 인력 확충의 유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연구기관, 금융-경영, 전문직 등의 핵심인력 등이 지역에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의 중소기업과 대학, 공공 및 민간 연구소의 확대 등을 통해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들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