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균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약법제정책연구회
법무법인 명석 구성원 변호사
1. 들어가며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의 발전과 국민건강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면허된 범위 내의 의료행위임을 명확히 하였으며,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이원적 의료체계를 훼손하고 사법적극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무면허의료행위 처벌의 전제가 되는 ‘면허된 범위 외 의료행위’의 해석에 대한 검토”라는 논문(대한의료법학회 『의료법학』 제26권 제2호, 이하 ‘논문’)은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며 반대의견이 더 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본 기고문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논문의 주요 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자 한다.
2. 이원적 의료체계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
가. 이원화 체계의 진정한 의미
논문은 이원적 의료체계를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원칙으로 이해하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이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이원화 체계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당시 이원화 체계를 도입한 입법자들의 의도는 한의학과 양의학을 엄격히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오랜 역사적 유산으로서 전통한의학이 국민들에게 보다 널리 뿌리내린 현실을 주목하고 한의학에게도 대학과 학과의 설립 등을 통해 과학화를 진전시킬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여 의료직업으로서 한의와 양의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이원화 체계를 채택한 것이다(선정원, 『의약법 연구』, 박영사(2019년), 304-305면).
즉, 이원화 체계의 핵심은 한의학의 독자적 발전과 과학화를 보장하는 것이지, 한의학을 전통의학의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 또한 “한의사가 정확한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범용성, 대중성, 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원적 의료체계의 한 축인 한의학의 과학화, 정보화를 촉진함시킴으로써 독자적인 발전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자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지역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의료 사각지대 없이 의료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원리 및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는 이원화 체계의 본래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해석이다.
나. 한의학 과학화의 필요성
한의학이 동의보감과 사상의학으로 대표되는 전통의학의 수준에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한방의료행위도 한의학과 과학의 융합이 진전됨에 따라 외국에서 발전된 의료과학기술을 수용하여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선정원, 『의약법 연구』, 박영사(2019년), 307면).
「한의약육성법」 제4조는 “한의약기술의 과학화·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이러한 법적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3. 교육과 전문성에 관한 반박
가. 한의과대학 교육의 현실
논문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다른 주장이다.
대법원 판결이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최근 국내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은 모두 ‘진단학’과 ‘영상의학’ 등을 전공 필수과목으로 하여 실무교육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고, 한의사 국가시험에도 영상의학 관련 문제가 계속 출제되어 왔으며, 매년 그 교육 정도가 심화되고 출제비율도 증가하는 등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행위의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 제도·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되어 왔다.
나. 면허와 지식의 관계에 대한 오류
논문은 “지식과 경험이 있는 것과 면허가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면서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사례를 들어 비유한다. 그러나 이는 적절하지 않은 비유다.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는 이미 부여된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지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한의사가 면허의 범위 내에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의사는 적법하게 면허를 취득하였고, 그 면허 범위 내에서 한의학적 진단을 수행할 권한이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이러한 진단행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다.
4. 보건위생상 위해에 관한 반박
가. 초음파 진단기기의 안전성
논문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초음파 투입에 따라 인체 내에서 어떠한 생화학적 반응이나 조직의 특성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세포막 손상, 염색체 손상, 산화, 중합 반응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으며, 초음파 진단기기는 임산부나 태아를 상대로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인 범용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는 위해성 정도 2등급(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는 “다기능 전자 혈압계, 귀 적외선체온계와 같이” 일상생활 영역에서 널리 이용되는 의료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대법원 판결 참조).
나. 오진 가능성에 대한 편향된 시각
논문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의 위험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한의사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적하듯이, 전체 의사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할 경우에,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하여 그 사용으로 인한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실제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들도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오진 가능성을 문제 삼지 않으면서 유독 한의사에게만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이라고 할 것이다.
5. 한의학적 진단행위의 본질
가. 복진과 초음파 검사의 연속성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한의학적 진단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찰법 중 절진(切診)은 “한의사가 손을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 표면을 만져 보거나 더듬어보고 눌러 봄으로써 필요한 자료를 얻어내는 진찰법”이다. 복진(腹診)은 이러한 절진의 일종으로, 환자의 복부를 진찰하는 방법이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으로 사용하던 절진의 일종인 복진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변증 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과 같은 방법에 부가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적 원리와 무관한 행위가 아니다.
나. 변증(辨證)과 초음파 검사
한의학에서 진단의 핵심은 변증(辨證)이다. 변증이란 질병의 원인, 성질 등을 분석·종합·개괄하여 증후를 파악하는 과정이며, 팔강(八綱) 변증이란 환자의 상태를 음(陰), 양(陽), 표(表), 리(裏), 한(寒), 열(熱), 허(虛), 실(實)의 여덟 가지 기준에 따라 분석하는 것이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이러한 팔강 변증 과정에서 보조적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다. 한의사는 초음파 영상을 통해 환자의 내부 장기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한의학적 변증 체계에 통합하여 진단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환자의 자궁 부위에 관한 초음파 영상을 관찰하고, 환자에 대해 기체혈어형(氣滯血瘀型) 자궁 질환[석가(石瘕) 내지 장담(腸覃)]으로 변증(辨證)하였다”고 했다. 이는 명백히 한의학적 진단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