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黃帝內經素問』의 「上古天眞論篇」에서 ‘上古의 사람들은 陰陽을 법칙으로 삼아 음식과 생활에 절도가 있었으며, 함부로 무리하지 않았기에 신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어 天壽인 100세를 넘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오로지 그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에만 힘쓰며 음식과 생활에 절제를 잃어, 50세가 되기도 전에 쇠약해진다.’라고 했다.
“소화가 잘 안되고, 아침이면 손이 붓고 관절통이 심해요. 그리고 체중이 갑자기 많이 늘었어요.” 4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약 5년 전 소화불량을 주 증상으로 내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치료 결과는 좋았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내원한 환자의 건강 상태는 이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체중이 약 12kg 증가했고, 손가락 관절통이 심했다. 얼마 전에는 무릎에 물이 차서 양방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얼굴 여드름 및 피부 증상도 한 번씩 발생하여 이소트레티노인과 레보세티리진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최근 시행한 건강 검진에서 위내시경상 위체부 전벽의 위염 소견이 관찰되었고, 조직검사 결과 염증 소견 및 헬리코박터균이 관찰되어 양방내과에서 제균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환자는 자주 더부룩하고 복부에 가스가 차는 등 불편함을 호소했다.
5년 전에 알려주었던 음식과 생활 방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물었다. 한동안은 본원에서 교육받은 음식과 생활 방법에 관한 내용을 잘 지켰다고 했다. 하지만, COVID-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서 배달 음식에 대한 노출이 잦아져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무너졌고, 그로 인해 1년 만에 체중이 약 10kg 증가하여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식습관 및 생활 습관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5년 전에 비해 정제 당분, 액체 형태의 당분, 과일, 알코올, 가공식품 및 배달 음식 등 섭취 비율이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생체 전기 임피던스 분석법을 이용하여 체성분을 측정했다. 5년 전의 체중 52.7kg, BMI 20.7kg/㎡ 에서 체중이 12kg 증가하여 지금은 체중 64.7kg, BMI 25.2kg/㎡로 과체중 상태였다. 이 중에서 골격근량은 1.3kg, 체지방량은 9.9kg 증가했고, 체지방률은 21.8%에서 33.0%로 증가한 것이 관찰됐다(그림1).
그림1. 생체 전기 임피던스 분석법(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을 이용한 체성분 측정 결과
정맥천자를 통한 채혈로 진단의학적 검사를 시행한 결과, hs-CRP 1.13mg/L, K(potassium) 5.3mmol/L 등 비정상 수치가 관찰되었으나 큰 이상 소견은 없었다(표1).
표1. 환자의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를 활용하여 氣口脈(요골동맥)에 대한 脈診을 시행했다(그림2). 脈象이 전체적으로 沈•滑 하였으나, 특히 우측 寸脈•尺脈이 좌측보다 더 沈한 모습을 보였다.
그림2.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를 활용한 氣口脈(요골동맥) 검사
舌診상 舌質의 色이 淡紅하고 齒痕이 관찰되었으며, 舌苔는 白•薄했다. 목젖을 포함한 연구개가 전체적으로 충혈되어 있었다. 비강의 점막 역시 발적 및 비후된 모습이었으며, 분비물이 다소 존재했다.
5년 전 진료 기록, 그리고 지난 5년 동안의 병력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환자의 상태를 과체중, 관절통, 위염 및 여드름으로 辨病, 脾虛濕痰證으로 辨證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첩약 복용을 기반으로 한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첩약은 『東醫寶鑑』에 수록된 淸上防風湯을 加減하여 구성했다.
약물 치료 외에 식습관 및 생활 습관에 대한 교육도 다시 시행하여 포괄적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치료 계획을 구성했다. 특히, 정제 당분, 가공식품 및 배달 음식 섭취를 최대한 제한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치료 12일 후 체중의 급격한 감소가 관찰됐다. 치료 30일 후 체지방량 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났으며, 골격근량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첩약 복용이 종료되는 때까지 체지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 골격근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여 체지방률이 크게 회복됐다. 결과적으로 치료 85일 후에 5년 전의 체중과 체성분을 되찾았으며, 치료 100일 후에는 과거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회복했다(그림1).
이 과정에서 관절통 및 소화불량 증상도 호전되었으며, 여드름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 화학약물을 복용할 필요가 없었다.
환자는 “나에게 맞는 음식, 양질의 음식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전체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어 좋았어요. 이번 치료는 나에게 건강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치료에 관한 생각을 말했다.
대부분의 질병은 우리가 살아온 방식, 일상의 선택이 누적된 결과이다. 특히, 비감염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 비만,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증, 심근경색, 뇌졸중, 퇴행성관절염, 악성종양 등 ‘생활습관병’은 음식 섭취 및 생활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진료실에서 “우리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음식과 생활에 절도가 있었던 上古 사람의 지혜를 담고 있는 한의학은 질병 치료와 건강 회복에 있어 환자의 삶을 조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은 단순히 약물, 시술 및 수술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함께 이야기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여정을 동행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