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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의 사상의학, 세계와 만나다"[한의신문]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는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가 『동의수세보원』의 한국어/영어 대역본(對譯本)인 『The Art of Longevity and Well-being』을 e-book에 이어 종이책(2025.10.1.) 형태로 신규 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은 의학자 이제마가 사람의 체질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다르게 하는 한국 고유의 체질 의학인 ‘사상의학(四象醫學)’에 관한 이론과 치료법을 수록해 1894년에 저술한 의서다. 이번 신간에서 채한 교수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사상의학의 기본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의수세보원 이론편의 원문과 함께 현대적인 한글과 영문 번역을 나란히 수록했다. 이를 통해 해외 임상가와 연구자들에게는 학술적인 토대를 제공하고, 동시에 국내외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이 한의학과 한류의 철학적 기초를 이해할 수 있는 교양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상의학의 정수를 담고 있음에도 난해하다고 오해돼 온 동의수세보원의 기초이론을 다루는 성명론, 사단론, 확충론, 장부론, 광제설, 사상인변증론과 더불어, 이제마가 사상의학과 유사하면서도 단편적이라고 평가했던 황제내경 통천편도 함께 수록했다. 원문의 오탈자를 면밀히 검토해 전문적인 서지학적 정보를 보강했고, 색인(index)을 통해 사상의학의 핵심 단어를 영어로 표기해 번역 가이드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발표해 온 연구 성과와 학술 자료를 표와 그림으로 함께 수록해, 이제마의 생물심리학 이론을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책에는 미국의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로버트 클로닌저(C. Robert Cloninger, MD)의 서문이 8쪽에 걸쳐 실려 있다. 워싱턴대 의대에서 정신의학, 유전학, 심리뇌과학 교수로 재직한 클로닌저 박사는 통합적 생물심리사회 모델과 기질및성격검사(TCI)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서문에서는 사상의학의 통합적 인간관과 서양 생리심리학의 만남이 갖는 심신 건강과 웰빙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 이 코너는 한의사 회원이 집필한 책을 간략히 소개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서평이나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 도서에 대한 광고나 추천의 의미는 아님을 안내드립니다.> -
맞춤형 한의치료,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한의신문] 여성 호르몬 변화로 시작되는 갱년기는 중년 여성에게 큰 고민으로 다가온다. 수십 년간 유지되던 여성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면서 안면홍조, 불면, 우울감 등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 갱년기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24년 42만명에 이르는 등 여성 갱년기 증상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이며, 한의학에서는 갱년기 치료에 있어 체질과 증상에 따라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여성 갱년기는? 난소의 노화로 배란과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 결국 생식 활동이 멈추어 폐경에 이르게 되는데, 대체로 50세 전후에 나타나며, 이 시기에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는 과정을 갱년기라 한다. 이창훈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오장육부 전반의 정기(精氣)가 일정 수준 이하로 쇠퇴한 시기로 보며, 장부가 약해지는 양상에 따라 개인별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서는 여성의 생식 활동을 7년 단위의 ‘칠세(七歲)’ 주기로 구분하는데, 다섯 번째 주기인 35세부터 정기 생산이 점차 감소하고, 49세 전후에는 생식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기가 쇠퇴한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45세 이상 여성의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고, 갱년기 증상이 있으면 폐경이행기로 간주하며, 1년 간 월경이 없을 경우(무월경) 폐경으로 임상적인 진단을 할 수 있다. 더불어 갱년기 진단은 한의약적 검사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검사 종류로는 경락기능검사, 자율신경검사(HRV), 혈관의 노화 정도, 설진(혀의 형태 및 설태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관찰하는 진단법) 등으로, 검사는 10분 내외로 진행되고, 검사 결과와 환자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를 진행한다. 몸에서 열(熱) 나게 만드는 여성 갱년기 증상 갱년기 초기에는 혈관운동신경 증상이 두드러져 안면홍조와 상기감(上氣感)이 나타나고, 수족냉증과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이 동반되며, 신경과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어깨 결림, 두통, 요통, 관절통 등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정신적으로는 수면장애, 불면, 불안, 무기력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한다. 중·후반기로 갈수록 피부 건조, 손발 저림,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이상감각이 흔하게 나타나며, 이와 함께 여성 특유의 질건조증, 성교통, 반복되는 질염과 방광염, 배뇨통, 급뇨 등 비뇨생식계 위축 증상이 뚜렷해지며, 호르몬 저하로 인한 골다공증 위험 증가 역시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한의학적 치료는 여성 호르몬을 직접 보충하기보다는 오장육부 기능의 불균형을 조절해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의 근본 원인을 노화로 인한 신허(腎虛)로 보며, 여기에 간울(肝鬱), 심간화왕(心肝火旺), 심비양허(心脾兩虛), 혈어(血瘀) 등 장부 기능의 불균형을 함께 고려한다. 실제 갱년기 환자들은 안면홍조, 다한증, 피로, 불면, 가슴 답답함 등을 흔히 호소하며, 대부분 한약과 침 치료를 병행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계피탕, 사오계피탕, 청심련자음, 가미소요산, 계피문단탕 등이 사용된다. 이창훈 교수는 “갱년기는 노화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걱정과 달리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도 있다”면서 “체질에 맞는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이 슬기로운 방법”이라고 밝혔다. 갱년기, 호르몬 채우기보다 몸의 균형 찾는 것이 먼저 이 교수는 이어 “여성 호르몬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감소하며, 이는 노화로 인해 생식 기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생기는 변화”라며 “한의학의 갱년기 치료는 여성 호르몬을 직접 보충하기보다 오장육부 기능이 편중된 부위를 조절해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을 먼저 고려하고 있으며, 갱년기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면 전문가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갱년기 증상은 환자 환경과 성격, 오장육부 쇠퇴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전체 여성의 75%가 별다른 치료 없이 호전된다. 따라서 증상에 적응하면서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치료를 병행하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치료 기간은 일상의 불편함이 줄어들면 중지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치료받는 등 증상에 맞춰 진행된다. 더불어 갱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한데,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향상하고, 요가와 필라테스로 근력 강화와 유연성을 증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상기감이 지속되면 주변을 서늘하게 유지하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❾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삼의 효능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대보원기(大補元氣)’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인삼은 원기를 크게 보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보기약 중에서도 으뜸이니 피로를 풀고, 식욕을 돋우며, 기운을 북돋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해석은 고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한의학에서 효능은 글자의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이 실제로 어떤 병증을 치료했는가에 따라 정의된다. 다시 말해, 효능은 언어가 아니라 주치(主治)의 축적에서 형성된 개념이다. 고전의 약물학은 처음부터 지금처럼 효능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다. 《신농본초경》이나 《황제내경》에는 ‘보기(補氣)’라는 효능명조차 없었다. 인삼의 효능도 ‘보오장(補五臟)’, ‘안정신(安精神)’, ‘정혼백(定魂魄)’, ‘명목(明目)’, ‘개심익지(開心益智)’ 등으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기허를 치료한다’는 말은 명나라 시기 《본초몽전(本草蒙筌)》에서 처음 등장한다. 효능이라는 분류 체계는 금원사대가를 거쳐 명청대에 이르러 비로소 확립됐다. 따라서 오늘날 본초학에서 사용하는 100여 개의 효능명은 본래의 주치에서 파생된 후대의 용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이론은 청대의 용어체계를 따르고, 임상은 명대의 《동의보감》 전통을 잇고 있기 때문에 두 체계가 어긋나 보이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다. 대보원기의 주치는 보기와 다르다 효능이 주치에서 생긴 개념이라면, 인삼의 대보원기가 실제로 어떤 병을 치료하는지를 봐야 한다. 만약 대보원기가 단순히 보기(補氣)의 강화형이라면 그 주치는 식욕부진, 피로, 권태감 같은 기허증이어야 한다. 그러나 고전의 기록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대보원기’라는 효능명이 인삼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황기(黃芪), 백출(白朮), 인삼과 함께 대표적인 보기약들 중에서도 ‘대보원기’라는 효능은 오직 인삼에서만 쓰였다. 본래의 의미에서 대보원기는 단순히 ‘보기를 크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이 꺼져가는 위기의 순간에 원기(元氣)를 회복시키는 작용, 즉 회양(回陽)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황기나 백출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대보원기’의 효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명나라 이천(李梴)의 《의학입문(醫學入門)》에는 “氣脫者,汗出肢冷,脈微欲絶也(기탈한 자는 식은땀이 나고, 사지가 차며, 맥이 끊어지려 한다)”라고 하여, 인삼이 이러한 기탈 상태에서 사용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청대 왕앙(王昂)의 《본초비요(本草備要)》 역시 “人蔘,回陽救脫,補脾肺二經,生津止渴”라 하였고, 같은 시대의 《증치준승(證治準繩)》에서도 “人蔘治氣脫欲絶,汗多面白,四肢厥冷者”라 하여 인삼을 기탈·허탈의 응급 상태에서 쓰는 약으로 명시했다. 《동의보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附子與人蔘相伍,內外兼固(부자와 인삼을 함께 쓰면 안팎의 양기가 모두 견고해진다)”고 하였다. 이 문장은 인삼과 부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생명 회복 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부자는 외부 순환을 돌려 양기를 밖으로 펴고, 인삼은 내부의 중심을 붙들어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게 한다. 다시 말해, 인삼의 대보원기 효능은 피로를 푸는 보약의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중심이 꺼져가는 순간에 내부의 불씨를 붙잡는 회양 작용이다. 문헌에 보이는 인삼의 회양 작용 중국 명청대 의가들은 인삼을 회양의 약으로 기술한 사례를 남겼다. 청대 오당(吳塘)의 《의학심오(醫學心悟)》에는 “氣脫欲絶,汗出如珠,四肢冷厥,急用人蔘救之,可回陽復命(기탈로 죽음이 임박한 자에게 인삼을 급히 쓰면 양기를 회복시켜 생명을 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인삼 조문에도 “久病元氣將脫,宜獨蔘湯(오래 앓아 원기가 탈락할 때는 독삼탕을 써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록들은 인삼이 회양구역의 상황, 즉 맥이 끊어지고 체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응급약으로 쓰였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독삼탕(獨蔘湯)은 인삼만 단독으로 대량 사용하여 기탈을 회복시키는 대표 처방이다. 또한 부자(附子)와 병용하여 내외의 양기를 함께 돋우는 삼부탕(蔘附湯)은 《의학입문》과 《동의보감》 모두에 기록돼 있다. 부자가 외양을 돌리고 인삼이 내양을 붙든다는 인식은 조선시대 의가들도 공유한 바 있으며, 조선 후기 《동의수세보원》에서도 인삼의 작용을 “益元氣而救脫(원기를 돕고 탈락을 구한다)”이라 하여 회양의 개념과 동일하게 설명했다. 이러한 문헌적 전통은 인삼의 대보원기가 단순히 ‘보(補)’의 개념이 아니라, 생명 기능이 정지될 위기에서 양기를 되살리는 응급성 보제(補劑)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악전서(景岳全書)》의 장경악은 “元氣者,生命之根本也。人蔘最能回復其脫(원기는 생명의 근본이며, 인삼은 그 탈락을 가장 잘 회복시킨다)”이라 하여 인삼이 원기의 소멸을 회복시키는 최고의 약이라고 칭했다. 대보원기와 회양구역은 같은 작용이다 그렇다면 왜 같은 작용을 하면서 부자는 ‘회양구역(回陽救逆)’이라 하고, 인삼은 ‘대보원기(大補元氣)’라 불렀을까. 이는 생리적 차이보다 한의학의 철학적 언어 체계에서 비롯된 구별이다. 부자는 불의 약이다. 강렬하고 외향적이며, 즉각적인 회복을 이끈다. 인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 내향적이고 지속적인 회복을 담당한다. 같은 불이라도 부자의 불은 밖으로 타오르는 불이고, 인삼의 불은 안으로 오래 타는 불이다. 그래서 하나는 불을 붙이는 작용으로 ‘회양’, 다른 하나는 그 불을 지키는 작용으로 ‘대보원기’라 표현된 것이다. 그러나 두 현상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부자의 회양이든 인삼의 대보원기든 결국 혈류가 회복되고, 체온이 오르고, 심장이 다시 박동하며, 생명 에너지가 재가동되는 현상이다. 현대 생리학으로 보면 이는 순환성 쇼크(circulatory shock) 상태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며, 말초 혈류가 회복되는 과정에 해당한다. 부자의 주요 성분인 하이게나민(higenamine) 은 β-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자극하여 심근 수축력을 높이고,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순환 회복을 돕는다. 한의학적으로 말하면 부자가 외부의 순환망을 급히 열어 양기를 밖으로 퍼지게 한다면, 인삼은 내부의 중심 에너지망을 붙잡아 기운이 내부에서 회복되도록 한다. 인삼의 대표적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Rg1, Rb1 등) 은 미토콘드리아 내 ATP 생산을 촉진하고 AMPK 경로를 활성화하여 전신 세포 대사를 재가동시킨다. 효능은 글자가 아니라 반응이다 한의학에서 효능은 문자의 뜻이 아니라 인체의 반응이다. 효능은 주치의 집합이며, 같은 병을 치료하면 같은 효능이고, 주치가 같으면 효능도 같다. 인삼의 대보원기와 부자의 회양구역은 주치가 동일하다. 사지궐랭, 맥미욕절, 한출기탈, 허탈 등이 그것이다. 표현만 다를 뿐 작용은 같은 생리적 현상이다. 결국 인삼의 대보원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기를 북돋는 보기약’이 아니라,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의 위기에서 내면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는 회양구역의 한 형태다. 다시 말해, 인삼의 대보원기는 강도의 표현이 아니라 작용의 방향을 나타내는 언어다. 부자의 불이 외부 순환을 돌린다면 인삼의 불은 내부의 중심을 붙든다. 두 약은 안과 밖에서 하나의 생명을 완성하는 짝이며, 고전의 언어는 그 차이를 구분해 두었다. 이제 효능을 다시 볼 때다. 효능은 문자가 아니라 생리의 기록이다. 인체의 반응과 시대의 임상 속에서 살아 움직여 온 언어다. 인삼의 대보원기와 부자의 회양구역은 같은 생명의 불을 바라보는 두 개의 이름일 뿐이다. 우리가 그 본뜻을 다시 이해할 때, 한의학의 효능은 추상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재현 가능한 인체 반응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
“황제내경 영추경 특강, 한의학 본질 되새긴 뜻깊은 시간”[한의신문] 경기도한의사회의 지원 아래 고양시한의사회(회장 신동권)·김포시한의사회(회장 조용식)·파주시한의사회(회장 송정섭) 등 3개 분회는 연합으로 22일 ‘임상 중심의 황제내경 영추경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임상 특강은 고양시한의사회가 사무실 이전 후 첫 강의를 연 것으로, 한의학 이론의 뿌리와 기본을 이루는 한의학의 원전인 ‘황제내경집주-소문/영추’를 완역한 박태민 원장(파주시 박태민한의원)이 초청돼 임상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날 신동권 회장은 “고양시한의사회가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전하고 첫 학술행사를 열게 돼 매우 뜻깊다”며 “회원들이 한의학의 근본을 다시 살피는 자리가 된 만큼 앞으로도 분회사무실을 회원 학술교류의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조용식 회장은 “최근 임상현장에서 과학적 근거와 실증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한의학의 기본을 되짚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특강을 통해 영추에 담긴 원리를 실제 환자 진료에 접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정섭 회장은 “파주시한의사회 회원들을 위해 마련된 강의가 고양·김포시 회원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실제 임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특강 기회를 더 많이 갖겠다”고 밝혔다. 한편 3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해 깊은 관심을 끌었던 ‘임상 중심의 황제내경 영추경 특강’은 29일 고양시한의사회 사무실에서 한 번 더 진행될 예정이다. -
파주시한의사회, ‘임상 중심의 황제내경 영추경’ 특강[한의신문] 파주시한의사회(회장 송정섭)는 10월15일부터 29일까지 ‘임상중심의 황제내경 영추경’을 주제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총 3회에 걸쳐 학술 모임을 갖는다. ‘임상 중심의 황제내경 영추경–1편 구침십이원’ 강의는 <황제내경 영추집주>, <황제내경 소문집주>를 번역 출간한 박태민 원장(박태민한의원)이 특별 강사로 초청돼 원전(原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송정섭 회장은 “이번 ‘임상 중심의 황제내경 영추경’ 학술 모임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우리 한의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원전을 어떻게 적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영추는 경혈·경락과 한방 생리·병리의 근간을 담고 있어 임상에서 놓치기 쉬운 기본기를 다시 다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한의학은 내가 살아온 삶의 전부”<편집자주> 현동한의원 김공빈 원장(현동학당 대표)이 『동의보감』 강의 28년째의 오랜 내공을 통해 동의보감 번역서인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이에 본란에서는 김공빈 원장으로부터 한의사들의 학술 연구 모임체로 자리매김한 현동학당의 역할과 『현동 직역 동의보감』 저술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공빈 원장은 28세라는 늦깎이 학생으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그의 조부님은 생전에 “내 뒤를 이을 후손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자주 언급했다. 그가 늦은 나이에 한의사의 길을 걷고자 결심한데는 한의사였던 조부님의 뒤를 잇고자 했던 것도 한 이유다. 이후 한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현동(玄同)’이라는 자신의 호(號)를 딴 현동한의원을 개원했고, 한약분쟁이 발발했던 1993년부터는 동료 한의사들과 ‘『동의보감』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1997년 1월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서 ‘현동학당’으로 새롭게 출범 후 2003년부터는 중랑구 묵동으로 옮겨서 현재까지 활발한 학문탐구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1997년부터 시작한 제1기 『동의보감』 강의는 올해까지 26기에 이르는 수료생을 배출 중이며, 이 과정에서 ‘현동한의학연구소’ 개설(2004년)과 『玄同韓醫學新聞』(2005~2006), 『玄同韓醫學學術誌』(2006~2010) 등 신문과 학술지를 각각 발행해 학문적 성과를 기록하고, 자산으로 남기는데도 공을 기울였다. Q. 오랜 세월 현동학당을 운영하는데 따른 가장 큰 보람은? : 현동학당에서 강의를 듣고 한의학의 재미와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로 기쁘다. 한의학의 가치와 뜻을 이해하는 학도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한의학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된다는 점이 큰 보람이다. Q. 최근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 『동의보감』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한의학 용어를 훼손하지 않고 원문의 본뜻을 전할 수 있을까, 그것을 고민하다가 직역으로 번역하는 방법을 택했다. 『동의보감』 번역 작업을 한 것이 햇수로 20년이 넘었는데, 워낙 길고 힘든 과정이다 보니 번역을 하다가 중간에 『난경본의(難經本義)』,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 『사진심법요결(四診心法要訣)』 등 다른 의서를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능숙치 않다보니, 중간에 번역 작업을 한 파일 상당 부분이 날아가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마음이 매우 홀가분하다. 한의사들이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통해 한의학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의 본뜻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지금껏 숱한 저술 활동을 해왔다. : 처음 출간 한 책은 『難經本義(난경본의)』이다(2005.9). 이 책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동신대 한의대에서 『難經本義』를 강의하며 번역했다. 두 번째로 발간한 책은 의성 허준 선현께서 진맥과 침구에 관해 저술한 『纂圖方論脈訣集成(찬도방론맥결집성)』을 원문에 충실하게 직역해 출간했다(2005.11). 이후 한의학 진단의 기본이 되는 사진법(四診法)을 『황제내경』의 오행 이론에 바탕을 두고 해설한 진단학 교재인 『四診心法要訣(사진심법요결)』을 직역하여 출간했고(2006.8), 2009년 11월에는 현동학당에서 강의한 강의록인 『동의보감 내경편』을 출간했다. 전국한의과대학 겨울방학 특강 중 강연했던 『동의보감』 육기편(六氣篇)과 『난경본의』 강의를 정리한 『하늘기운을 품고 있는 우리 몸』을 출간했고(2011년), 『동의보감』의 도인법(導引法)에 관한 『하늘기운을 닮아가는 우리 몸』도 출간했다(2012년). 또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현동학당에서 『동의보감』을 강의한 강의록이라 할 수 있는 『玄同醫鑑(현동의감)』 「內景篇」, 「外形篇」, 「雜病篇」 전 3권을 출간했는데(2017.1), 이 책은 현재 현동학당의 주교재로 활용 중이다. 현동학당 임상토론 수업에 참여한 회원들과 함께 당시의 수업 내용을 녹취하고 정리한 『2018 현동학당 PBL(Problem-Based Learning) 임상토론집』을 출간했고(2019년), 동의보감을 비롯한 여러 의서의 처방 중 실제 임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처방을 모아 정리한 『玄同處方集(현동처방집)』의 발간(2023년) 이후 드디어 올해 20년이 넘게 작업한 『현동 직역 동의보감』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Q. AI시대를 맞아 한의학의 강점을 특화시킬 방안이 있다면? :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아울러 전인적인 관점으로 본다.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고 더 나아가 환자의 삶 전체를 조망하여 건강한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한의사의 역할이자 강점이다. 그런 점에서 환자를 대하거나, 진맥할 때, 칠정(七情)과 맥(脈)에 드러나는 기(氣)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AI 활용만으로는 온전히 알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각과 마음의 공명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한의사들이 AI 기술로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한의학의 기본 이론을 탄탄하게 공부하여 한의학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진료한다면, 한의학이 AI 시대에 굉장히 경쟁력 있는 분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후학들에게 평소 가장 강조하는 점? : 한의학의 가장 큰 강점은 진단이다. 망문문절(望聞問切)을 통해 색맥(色脈)을 합참(合參)하여 진단하는 것은 오진(誤診)을 줄이고 실수를 줄이는 뛰어난 방법이다. 진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동의보감』의 각 조문을 이해해야 한다. 진단 방법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맥(脈)이다. 『상한론』을 저술한 장중경 선생도 맥을 가장 중시해 『상한론』의 각 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맥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학들에게 항상 진맥을 포함한 한의학 진단의 기본 이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진맥은 이론을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터득하기 어렵고, 부단한 연습을 통해 심득(心得)이 되어야만 한다. Q. 본인에게 한의학이란? : 내게 한의학은 곧 삶이다. 지금껏 줄곧 내 삶에 한의학을 녹여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한의원과 현동학당을 운영하면서 살아온 과정, 한의학 강의를 준비하고, 진료해 온 모든 과정이 내 삶에 한의학을 어떻게 녹여내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해온 공부도 모두 한의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간 도인(導引)과 풍수(風水), 명리(命理) 등을 심도 있게 배우고 익힌 것도 한의학을 더 잘 이해해 보고자 했던 노력의 발로였다. 돌이켜보면 한의학은 내가 살아온 삶의 전부이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번역한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갖고 어떻게 『동의보감』을 강의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동학당의 교수진 및 학술 총무들과 더불어 현동학당의 진단학 교재를 출간하고, 그간의 임상례를 정리한 의안집 작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현동학당은 앞으로도 꾸준히 한의학 연구를 이어가서 기회가 닿는 대로 연구와 저술, 다양한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파주시한의사회, ‘한의학의 정체성’ 주제로 학술 세미나[한의신문] 파주시한의사회(회장 송정섭)는 16일 파주 쩜오책방에서 ‘황제내경을 통해 본 한의학의 정체성’을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한의학의 원전이라 할 ‘황제내경집주-소문/영추’를 완역한 박태민 원장(파주시 박태민한의원)이 특별 강사로 초청돼 원전(原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송정섭 회장은 “원전 연구에 조예가 깊은 박태민 원장을 모시고 특별 강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특강을 통해 회원 여러분들께서 한의학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기회이자, 임상 실제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강에 나선 박태민 원장은 “오랜 시간 소원해왔던 ‘황제내경 집주’를 완간하고 여러 선후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파주시분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황제내경의 ‘소문’과 ‘영추’는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 기(氣)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서툰 의사는 눈에 보이는 형체만 쫒고 명의는 기의 움직임을 살핀다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 기를 잘 살펴서 균형과 조화로운 생명을 이어가는 게 한의의 근본이라 할 수 있으며, 그 기를 보는 원칙을 제공해주는 게 바로 황제내경”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또 “학부시절 한자로만 이루어진 책을 보느라 너무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기에, 황제내경 번역을 통해 후배들이 원전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게 초점을 맞췄다”면서, 황제내경 영추와 집주의 완역을 위해 10여년을 보낸 긴 세월의 소회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파주시한의사회 송정섭 회장, 최호성 총무이사, 권해진 기획이사를 비롯 파주시와 김포시 분회 회원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 보였다. -
2025년도 대한한의학원전학회 정기학술대회 ‘성료’[한의신문] 대한한의학원전학회(회장 정창현)가 10·11일 이틀간 경북 경주 동국대 WISE캠퍼스에서 ‘2025년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의학 통합강의에서의 원전학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전국의 원전학 연구자, 교수진, 대학원생 등이 참석해 열띤 발표와 토론을 펼쳤으며, 한의학의 뿌리이자 철학적 기반인 원전학이 통합교육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계승·발전되어야 할지에 대해 실질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정창현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원전은 단순한 과거의 문헌이 아닌, 현대 한의학 교육과 임상에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살아있는 지식의 보고”라고 강조하며, 통합강의 체계에서 원전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활발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져 원전학의 학문적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학술대회와 함께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한의학 특유의 존재론의 성격을 밝혀 한의학 원전의 가치를 새로운 시선으로 재조명한 김태우 교수(경희대)의 ‘『내경』이 다루는 “것들(things)”: 복수 존재론적 지형에서의 한의학의 물(物)들과 교육에서의 함의’가 최우수발표상을 수상했다. 또한 우수발표상은 ‘조선 유학자, 유희(柳僖)의 황제내경 연구’를 발표한 오재근 교수(대전대)가 수상했으며, 특히 신진연구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두드러져 김명환(부산대)·변준현(부산대)·박명실(경희대) 대학원생이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신진연구자발표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대회를 주관한 이병욱 동국대 한의대 학장은 환영사에서 “한의과대학 간 통합강의 사례와 새로운 교수법을 상호 참관하고 공유함으로써, 원전학 교육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황제내경 번역은 나의 운명···10여 년의 세월 담아”<편집자주> 최근 박태민 원장(파주시 박태민한의원)이 번역, 출간한 <황제내경 소문집주(黃帝內經 素問集注)>가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한의학 분야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한의사들의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박태민 원장으로부터 번역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봤다. Q. <황제내경>은 한의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요? : <황제내경>은 한의학의 근본입니다. 신농의 <본초경>, 복희의 <주역>과 함께 ‘삼분(三墳)’이라 하여 가장 어렵고 난해한 책으로 꼽힙니다. 황제내경은 <소문>과 <영추>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론과 원칙을 담은 ‘경(經)’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제내경>은 약 2500년 전 의학이지만 한의학 치병의 근본 이론과 원칙이 모두 여기서 발원하였기에 ‘원전(元典)’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의 중심이론인 상한론은 물론 동원의 비위론, 경악의 대보론, 진음론 등이 모두 <황제내경>에서 발원했습니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도 <황제내경>의 원문을 근거로 치법과 처방을 유도하고 있을 정도로 황제내경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서적입니다. 한의학이 과학적이냐, 실험을 거쳤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1473년생인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여 자연과학의 획기적인 변환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문에서 귀유구(鬼臾區)는 천지의 오운육기를 ‘10대에 걸쳐 연구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기백(岐伯)은 ‘지구는 대기에 받쳐 천공에 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 1년이 되고 윤달을 만들어 약간 남는 편차를 조절했습니다. 동서남북 방위를 정하고 시간을 정했습니다. 달력과 24절기가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60년의 주기를 알아내 기후 변화와 그로써 일어나는 만물의 변화와 질병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황제내경은 천문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Q.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지총의 집주를 완역하셨는데, 장지총은 어떤 인물인가요? : 장지총의 집주는 황제내경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국 청대에는 연구와 학문이 발달한 시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리가 되길 꺼려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학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장지총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고사종과 제자들이 여유당에서 경전을 연구하고 토론하여 <황제내경>, <상한론>, <본초> 등에 관한 집주를 많이 출간했습니다. 진수원은 장지총의 서적을 전인이 알지 못한 것을 깨우친 것이 많아 ‘한나라 이후 최고의 서적’이라고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Q. <영추집주>에 이어 <소문집주>까지 번역하셨다. : 학창시절 선배들이 스터디 동아리 ‘이오율’을 만들어 후배들을 이끌어주었는데 그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방학이나 휴교할 때 선후배가 모여 노량진 수동한의원에서 선우기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황제내경> 장마합주(장지총*마현대)를 꽤 오랫동안 공부했습니다. 워낙 내용이 어렵고, 한문 실력도 미미하여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으나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 이후 <황제내경>은 내 책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고, 끝까지 공부해나갔습니다. 이오율을 만들고 이끌어주신 육동신 선배가 출간된 <소문집주> 책을 보고서 ‘이오율 최고의 결과물이 50년 만에 드디어 나왔다’며 많이 기뻐해주셨습니다. Q. <영추집주> 번역 후 <소문집주>를 나중에 번역한 이유가 있는지요? : <영추>는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의 변화를 보고 치병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번역을 시작하고 방대한 양이라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추집주>에는 나의 임상과 연결하여 30강을 넣어서 펴냈습니다. <소문>은 영추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던 음양과 오행 위주의 설명과 함께 오운육기로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 이를 이해하면 전체적인 한의학의 구조가 잡힐 거라 생각합니다. Q. 번역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시는 이유는? : 한의대 재학생들을 상대로 <영추> 강의를 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수업을 들을 때는 이해하는 듯해도 한문이 어려워 진전이 더디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지금 한의학계의 문제 중 하나가 한문 해독 능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안병국 교수님이 항상 전공문맹이라고 한탄하셨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는 원전이나 한의학 서적을 보지 않아 한의학이 도태될 위기에 처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한글로 쉽게 풀어내어 많은 분들이 원전을 접할 수 있도록 번역, 편집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Q. <황제내경>은 한의사 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 <황제내경>은 현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임상을 잘 하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봅니다. 처방을 많이 모은다고 임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원리를 잘 알아야 임상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있는 처방과 병증이 일치하는 환자는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황제내경>은 경(經), 즉 바이블(Bible)입니다. 경은 원칙, 법칙, 기준을 말합니다. 임상은 판단의 연속이기에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양 허실 한열 표리를 구분하고 보사를 행하여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는데, 이 책이 원칙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Q. 번역 과정의 힘들었던 점과 보람됐던 점은 무엇인지요? : 선배들이 번역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 숙제가 나에게까지 와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시작했지만 순간순간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내용도 어렵고, 양도 방대했지만 시대가 달라 부실하고 애매한 부분을 맞닥뜨렸을 때 특히 어려웠습니다. 완역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고, 잘못된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마음만은 뿌듯합니다. 이것을 토대로 후학들이 좀 더 한의학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Q. AI 시대에 한의학을 특화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 AI는 기존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취합하여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은 질병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상태를 맥으로 판단하여 처방하는 것이기에 모든 정보는 맥에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맥에 관한 자료가 없기에 AI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이르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한의학의 장점이 앞으로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원장님께 ‘한의학’이란? : 한의원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보살이 진료를 받고 나서 지나가는 말로 나에게 ‘장차 한의학의 대가가 되고 불경을 읽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굳게 믿은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오래 남았고, 아마도 내심 기대가 없지는 않았나봅니다. 40여 년이 지나 장지총의 <황제내경 집주>를 번역 출간하고 나서 ‘아! 어쩌면 이것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추>가 1천 쪽, <소문>이 1천5백 쪽, 모두 2천5백 쪽에 거의 10여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번역을 해냈으니 말입니다. 이런 걸 보면 운명적으로 정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한·중 학술대회, 주요 발표내용은?”[편집자주] 오는 7월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전국한의학학술대회 호남권역’에서는 한·중학술대회가 함께 개최된다. 본란에서는 이날 발표자들로부터 주요 발표 내용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한의학 진단 및 처방의 현대기술 융합 양웅모 교수(경희대 한의과대학) 양웅모 교수는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단체계를 현대 기술과 융합해 객관화하고 정밀화한 디지털 진단 플랫폼 ‘예진(Ye-Jin)’의 개발과 임상 활용 방안을 중심으로 발표한다. 임상 의사결정지원시스템(KM-CDSS)인 ‘예진’은 KCD 질병코드와 연동된 증상 DB 구축, 한의 변증 용어 표준화, 예후 척도 및 약재 추천 알고리즘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한의 진단의 객관성·재현성·임상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번 강의에선 예진 플랫폼의 향후 한·양방 융합 정밀진단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한의학 진단은 변증을 기반으로 한 개별 환자 중심의 탁월한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주관성에 따른 객관성과 재현성 부족이라는 한계도 존재해 정밀한 진단과 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며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현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며, 향후 정밀의료와 융합의료 실현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강연의 주제를 선정하게 됐으며, 최근 트렌드인 AI와 정밀의학의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 한의학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바이러스성 폐렴에 대한 반응 연구 양도문 교수(중일우호병원) 양도문 교수는 발표를 통해 바이러스성 폐렴에 대한 전통의학적 치료방안을 공유한다. 양 교수는 “바이러스성 폐렴의 핵심 병기는 정기가 부족하고, 사독이 강하다는 것으로, 긍정과 결핍은 질병의 기초가 되고, 사기는 외적 병인이며, 내부와 외부가 결합돼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악으로 인해 내독이 생기고, 내독과 양기의 대결 상태가 질병의 중증도와 예후를 결정하는 만큼 이를 바로잡고 해독하는 것이 바이러스성 폐렴 치료의 근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호흡기는 폐계, 폐주기, 사위외기, 정기가 강하면 발병하기 쉽지 않고,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가볍고 예후가 좋다고 설명하며 폐의 위외 기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培土生金(배토생금) △平抑肝木(평억간목) △避虚邪贼风(피허사적풍) 등을 공유한다. ☞ 한·중 체질의학의 전통과 발전 유준상 교수(상지대 한의과대학) 유준상 교수는 발표를 통해 한국의 사상의학과 중국의 체질이론에 대해 강연을 진행한다. 유 교수는 “한의학을 세계에 홍보할 때 항상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은 무엇이냐는 것으로, 그때마다 사상의학과 사암침법이라고 얘기한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사상의학은 그 근거가 황제내경 통천편에서 힌트가 보이지만, 이제마 선생이 독자적으로 장부·생리·병리·치법 등을 만든 것이며, 중국은 변증논치체계 및 병리 속에서 다양한 체질이론이 있다가 현재는 9개의 체질로 정의돼 있다는 것. 유 교수는 “사상의학은 국내 한의 임상에서 대략 25% 정도가 활용한다고 조사돼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체질 진단이며, 간혹 체질 진단이 어려운 환자를 만나다 보니 체질의학이 대중화·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중국에서는 9개의 체질에 대해 설문지를 사용해서 점수가 가장 높은 것을 해당 체질로 결정해 거기에 맞는 양생법을 제시하며, 이를 중심으로 치미병(治未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 교수는 “향후 양국이 체질의학 분야에서 서로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면서 “앞으로 양국이 전통의학에서의 체질에 대한 상호 교류를 통해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관상동맥질환 중의학 치료 및 임상 실습 왕계 중국중의과학원광안문의원 원장 왕계 부원장은 발표를 통해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중의학의 인식에서부터 중의학의 장상이론, 병의 원인과 메커니즘, 증세와 원로 중의의 경험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왕 부원장은 “관상동맥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건강 도전 과제로, 그 치료에 대한 중서의 협력 혁신이 시급한 분야”라며 “현대의학은 혈액순환 재건술에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수술 후 합병증과 삶의 질 저하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반면 중의학은 개별화, 증후군 판별과 ‘가래 정체 및 결핍’의 전 과정 예방과 통제 및 치료 방법의 활용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왕 부원장은 “중의약은 광범위하고 심오하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 관상동맥질환 치료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그 광범위하고 심오한 배경과 현대화된 연구,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 등과 같은 최신 트렌드를 공유함으로써 관상동맥질환이라는 임상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 진태을 침구의 마비 치료 임상 분석 왕춘영 광저우 명의당대건강 총재 왕춘영 총재는 침구의 마비 치료 이론 체계 및 임상 응용법에 대해 △진태을 침구치료법 △마비의 변증과 병기(病机) △급성기 치료 △회복기 및 후유증 치료 △효과분석 등으로 나눠 강연한다. 왕 총재는 “마비는 중풍 등 질병의 흔한 후유증으로 전통의학은 기능 회복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진태을 침구는 고전이론과 혁신적인 기법을 융합해 임상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으며, 이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강연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왕 총재는 “한국과 중국의 전통의학은 같은 뿌리와 근원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전체적인 관점과 변증시 치료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면서 “진태을 침구치료법은 마비 치료에서 ‘경락-신경’ 결합과 관통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임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강연을 통해 침 치료와 현대 재활의 협력 경로를 탐색하고,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국제화·표준화를 공동으로 추진해 환자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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