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최근 한의학 전문·중심·집중의 AI 서비스인 ‘한의비서’(https://hanbi.ai)가 본격적인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한의학 AI 서비스 플랫폼은 이선동 전 상지대 한의대교수(전 대한예방한의학회장)가 개발·보급했다. 본란에서는 이 서비스를 개발한 계기와 향후 활용 방안 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Q. 한의학 전문 AI 서비스인 ‘한의비서’를 개발한 동기는?
: 한의 진료 현장에는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굉장히 많이 축적돼 있다. 다만 그 지식과 정보들이 논문, 고전, 교과서, 임상 경험, 보험 기준, 각종 자료에 각각 흩어져 있어 실제 진료 중에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의비서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다. 한의사가 진료실에서 더 빠르게 자료를 검토하고, 더 넓은 근거를 참고하며, 환자에게 더 정확하고 올바르게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 결국 목표는 AI가 한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의 사고와 판단을 보조하는 든든한 비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Q.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으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 한의비서의 토대는 20여 년에 걸쳐 축적해 온 논문과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료이다. 이를 실제 진료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본격적인 개발에는 약 2년이 걸렸다. 단순히 챗봇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이라는 전문 영역에 맞는 데이터 구조와 검색 방식, 답변 품질, 사용성을 모두 함께 설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세 가지인데, 첫째는 한의학 전문 데이터를 AI가 실제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둘째는 답변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었으며, 셋째는 한의비서만의 차별성과 독자성을 갖추는 일이었다. 한의비서에는 18만개 자료(논문)가 구축돼 있어 한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병이 포함돼 있다. 이는 여러 AI에서 제공하지 않는(할 수 없는) 한의비서만의 특징이다.

Q. ChatGPT, Gemini, Claude 등 기존의 AI와의 차별점은?
: 기존 AI들은 범용성이 매우 뛰어난 반면에 한의학 진료 현장의 맥락, 용어, 처방 체계, 변증, 본초, 침구, 보험 청구와 같은 세부적인 실무 흐름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 이에 반해 ‘한의비서’만의 차별점은 한의학 전문 영역에 맞춰 설계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한의사가 실제 진료실에서 궁금해 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출처 링크의 정확성이다. 다른 AI 서비스에서는 논문을 안내받더라도, 제시된 링크가 열리지 않거나 설명과 다른 자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한의비서는 안내한 논문을 실제로 찾아 확인할 수 있도록 논문 제목과 연결 경로를 점검하는 데 공을 들여 한의사가 직접 출처를 확인하고 자신의 임상 판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Q. 진료실에서 한의비서를 100% 활용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 가장 좋은 활용법은 막연하게 질문하기보다, 실제 진료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화불량 처방 알려줘”라고 묻는 것보다, 환자의 주 증상, 동반 증상, 체질적 경향, 설진·맥진 소견, 기존 치료 반응 등을 함께 넣으면 훨씬 더 유용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는 한 번에 정답을 요구하기보다 비교와 정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이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는 변증을 비교해줘”, “이 처방과 저 처방의 차이를 정리해줘”, “환자에게 쉽게 설명할 문장으로 바꿔줘”처럼 사용하면 진료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AI를 최종 판단자로 쓰기보다, 빠른 자료 조사자이자 정리자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Q. 한의비서가 한의원의 진료 형태를 좀 더 객관화시킬 수 있는가?
: 진료의 판단 근거와 과정을 더 명확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 진료는 한의사의 경험과 판단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동시에 그 판단 과정을 더 명확하게 정리하고 비교할 수 있다면 진료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증상에 대해 어떤 변증을 고려했는지, 어떤 처방 후보를 비교했는지, 환자에게 어떤 설명을 했는지 등을 AI와 함께 정리하면 진료 사고 과정이 더 구조화된다. 이는 개별 한의원의 진료 스타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한의원의 강점을 더 명확하게 만들고 기록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Q. ‘전면 무료’로 개방한 특별한 이유는?
: AI는 앞으로 의료 현장의 기본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부만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가능한 많은 한의사가 먼저 경험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비서를 무료로 개방한 이유는 한의계 전체의 AI 활용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명의 개발자나 한 개 회사가 잘되는 것보다, 많은 한의사가 AI를 직접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주고, 함께 발전시키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결국 한의비서는 특정 개인의 도구가 아니라, 한의계 전체가 함께 키워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한의비서’에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있다면?
: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많다. 우선 음성인식 기능은 진료실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 진료 중 대화를 바탕으로 차트 초안을 정리하거나, 환자 설명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하는 기능은 한의사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지 분야에서는 설진, 피부 상태, 체형 평가 등 한의 진료와 관련된 시각 자료를 보조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의료 영역인 만큼 정확도와 책임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한 흥미 기능이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영상이나 교육 콘텐츠 기능도 가능성이 있다. 환자에게 생활관리, 운동법, 복약법 등을 쉽게 설명하는 자료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은 한의원의 환자 소통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한의사에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 이제는 단순히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하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이다. 한의사에게 중요한 역량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질문하는 능력이다. AI 시대에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은 답을 얻는다. 둘째는 판단력이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 상태와 임상 맥락에 맞게 걸러내야 한다. 셋째는 소통 능력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환자가 이해하고 신뢰하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AI 시대의 한의사는 지식을 외우는 사람을 넘어, 지식을 연결하고 판단하고 설명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 AI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동시에 너무 맹신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한의비서는 한의사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한의사가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사용할 필요는 없다. 환자 설명문을 정리하거나, 처방 후보를 비교하거나, 진료 기록을 다듬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렇게 사용하다 보면 AI가 내 진료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한의비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는 플랫폼이다. 많은 한의사분들이 사용해주시고, 불편한 점과 필요한 점을 알려줄수록 더 실제 진료에 맞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한의계가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