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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08일 (화)

텅빈 농어촌 보건지소…“한의과 공보의를 ‘경로당 거점 주치의’로”

텅빈 농어촌 보건지소…“한의과 공보의를 ‘경로당 거점 주치의’로”

이만희·서삼석 위원장, ‘농어촌 지역 의료·돌봄 현안 해법 토론회’ 개최
근골격계 통증·노쇠·낙상까지…생활·직업 특성 반영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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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만희·서삼석 위원장, 이달희 의원

 

[한의신문] 고령화와 의료인력 감소가 겹친 농어촌에서 근골격계 질환, 노쇠 등 지역·직업 특성과 이동·생활환경을 반영한 의료안전망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는 한의과 공보의를 활용해 경로당을 거점으로 건강상태 평가부터 한의진료·생활관리·의료기관 연계까지 담당하는 ‘돌봄한의사’를 국가 표준사업으로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과 서삼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어촌 지역 의료·돌봄 현안 해법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인구감소·고령화와 의료인력 부족으로 심화되는 농어촌 의료공백의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지역 여건에 맞는 일차의료·돌봄체계 구축과 의료접근성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만희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농촌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도시의 1.6배인 반면,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전문의는 서울의 12%에 불과하다”며 “의과 공보의마저 5년 새 68.1% 감소한 만큼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을 받을 수 있는 농어촌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삼석 위원장을 비롯 조배숙·이달희·이인선 의원(국민의힘)도 참석해 지역의료 해결과 관련 입법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농어촌 지역 의료·돌봄 현황과 제언(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 교수) △농어촌 지역의료 활성화-평창군 사례와 일차의료 강화(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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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까지 몇 ㎞가 전부 아니다”…농촌 의료, ‘찾아가는 권리’로 

 

장숙랑 교수는 농어촌 의료공백의 해법으로 의료기관·인력의 단순 확충을 넘어 ‘사는 곳으로 오는 의료와 돌봄’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기존 보건기관을 기능 전환하거나 의료자원이 취약한 군에 ‘공공 일차의료 허브’를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통합보건지소·보건진료소·재택간호센터·지역 민간의원을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와 약사·재활·영양·정신건강 인력이 참여하는 다학제 기본팀을 구성해 방문진료·방문간호·방문약료·재활·영양·돌봄·주거·이동까지 ‘사람에게 가져가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지리적 불리함이 권리의 격차가 돼서는 안 된다”며 “농어촌에 산다는 이유로 건강이 손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농촌의 의료접근성은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뿐 아니라 △교통·이동 △진료경로 안내 △기관 간 연계 △농업의 계절성·노동강도 등 생활 여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주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다니는 대신 지역이 주민의 필요를 파악하고 적절한 의료·돌봄으로 연결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읍시에서 2년간 진행한 주민주도형 통합사례관리 실증도 소개했다. 마을돌봄매니저 16명을 양성해 돌봄 대상자 발굴·욕구 사정·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주민 관계망을 활용한 대상자 발굴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복지·보건사업별로 다른 진입기준과 신청절차 탓에 실제 서비스 연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개선 원칙으로 △지역의 권한·책임과 역량 강화 △개별 사업이 아닌 체계적 접근 △인구감소·고령화 등 미래 수요를 반영한 장기적 접근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거버넌스·인력·재정·정보·평가를 농어촌 주민의 보편적 사회안전망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지역 간 건강불평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취약지역에는 추가 재정·인력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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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종합의원’이 동네의원까지 잇는다…농촌서 시작하는 의료개편

 

박건희 원장은 농어촌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공공종합의원’을 중심으로 주민을 등록해 건강증진부터 진료·재활·재택의료·돌봄까지 책임지는 지역완결형 일차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종합의원은 여러 진료과를 모은 ‘폴리클리닉’이 아닌 군 단위 일차의료 지원센터이자 지역 보건의료자원 연계 허브다. 공공종합의원을 중심으로 보건지소·보건진료소와 민간 의원을 스포크로 연결해 △방문진료·재택의료 △스마트 만성질환관리 △운동·영양 기반 노쇠예방 △다학제 통합진료 △2·3차 의료기관 의뢰·회송 등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평창군은 이미 보건의료원을 허브로 보건지소·보건진료소를 연결해 의과·한의과·치과 공중보건의사의 순회·방문진료와 스마트 건강관리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박 원장은 “민간과 경쟁하기보다 의원의 일차의료 기능을 지원하고 취약계층·재택의료 등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해야 한다”며 보건진료소의 원격협진·방문서비스 강화와 주민 등록·건강성과·의료비 절감에 보상하는 가치·성과·인구기반 지불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주민을 등록해 끝까지 책임지는 일차의료팀이 필요하다”며 △공공종합의원이라는 ‘그릇’ △허브-스포크형 ‘배치’ △건강성과에 보상하는 ‘지역 보건의료재정 혁신’을 농어촌 일차의료 강화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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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협 “한의과 공보의를 ‘경로당 주치의’로”

 

한의협은 의과 공보의 급감으로 농어촌 보건지소의 의료공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인력이 유지되는 한의과 공보의를 활용, 경로당을 ‘마을 단위 건강·돌봄 거점’으로 전환하는 국가 표준사업화를 제안했다. 김동환 한의협 의무이사는 “공보의가 농어촌 현장에서 급감해 보건지소가 거의 비어가고 있다”며 “이미 지역 구석구석에 뿌리내린 한의 인력, 특히 한의과 공보의를 활용한 경로당 돌봄한의사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과 공보의 충원율이 22% 수준에 그치는 가운데 의과 공보의는 2017년 2116명에서 현재 593명으로 급감한 반면, 한의과 공보의는 약 10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경로당 방문진료는 청양·고양·칠곡·인제 등에서 시행돼 호응을 얻었지만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일회성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 이사는 경로당 방문진료를 국가 표준사업으로 제도화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1∼2개 경로당을 책임지는 ‘담당주치의형’ △여러 경로당을 정기적으로 찾는 ‘순회 건강관리형’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비스는 한의진료 제공을 넘어 △상태평가 △관리계획 수립 △한의치료·상담 △모니터링 △필요시 2차 의료기관 연계로 이어지는 주치의형 관리체계로 확대하고, 관리영역도 근골격계 통증뿐 아니라 노쇠·수면장애·낙상위험 등으로 넓히고 생활습관 교육을 결합해 질환 중증화를 예방한다는 구상이다.

 

김 이사는 최근 보건의료원을 찾아 한의과 운영과 경로당 순회진료·보건진료소 방문진료 현장을 살펴본 경험을 소개하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자 중심, 제도 중심의 난제에만 매몰되기보다 지금 당장 농촌 현장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경로당을 마을 단위 건강·돌봄 거점으로 전환해 질환 중증화 예방·의료비 절감·지역돌봄 강화와 ‘Aging in Place’를 구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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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골격계 질환에 절단사고까지”…의료공급자 없는 섬, 해법은 달라야

 

한편 김선아 한국어민신문 편집국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작업 중 사고 위험이 높은 섬 주민의 의료·돌봄 공백과 함께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의료접근성 보장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창영 홍성의료사협 이사장은 농촌 의료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지적했다. 그는 “통합돌봄 등 제도 변화에도 보건지소 의사 방문은 주 2회에서 1회로 줄어드는 등 현장 체감도는 낮다”며 제도 신설보다 정책 집행구조 점검을 주문했다.

 

이종화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장은 농촌 중심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어촌·섬 지역의 의료공백을 환기했다. 진도항에서 3시간 걸리는 맹골도 사례를 들며 “섬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어업 현장은 △양망기 작업 중 절단사고 △반복적인 고강도 노동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성 손상·질환 위험이 높지만 의료기관은 물론 돌봄체계 자체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섬 닥터’ 사업을 제시했다.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섬 주민이 비대면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배편으로 전달받는 방식이다. 이 원장은 “섬에는 정말 공급자가 없는 사회”라며 의료공급 자체가 부재한 도서지역에는 일반 지역과 다른 예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인프라 구축 △부처 간 조정 △지역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 등을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기존 보건지소 중심의 인력 배치만으로는 농어촌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 내 의료자원을 연계·활용하는 방향으로 의료안전망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구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장은 “도시든 농어촌이든, 고령이든 장애가 있든 필요한 기본적인 의료와 돌봄서비스는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획일적 사업보다 인구·의료자원·주민수요에 따른 지역별 모델 구축을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는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인구·의료자원·주민 수요에 맞는 의료모델을 직접 설계·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의 기능도 지역 여건에 맞게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김동환 이사의 취지에 공감한 박건희 원장은 “농어촌에선 보건의료 직역별로 역할을 나누기보다 한 주민을 중심으로 각 분야가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 접근이 중요하다”며 “한의사를 비롯한 각 의료인이 코디네이터가 돼 건강·돌봄을 연계하고, 운동·영양 전문가까지 한 팀으로 움직이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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