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소방공무원의 직업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문을 연 국립소방병원이 개원 석 달이 지나도록 의료진 부족으로 병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각종 근골격계 손상과 외상, 정신적 트라우마 등에 노출되는 소방공무원의 전문 치료를 책임질 국가 의료기관인 만큼 안정적인 의료인력 확보와 진료체계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이원회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은 2일 충북 음성군 국립소방병원을 찾아 개원 이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곽영호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의료진 확보 및 병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6월8일 정식 개원한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특수성을 반영한 전문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종합병원급 국립 의료기관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현재 17개 진료과와 108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전체 302병상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원 이후에도 전문의 확보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진료기능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필요한 의사 인력의 60% 안팎을 확보하는 데 그쳤으며, 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정원 6명 가운데 2명에 불과해 응급실을 평일 주간에 한정해 운영해왔다.
소방공무원이 화재·재난·구조 현장에서 중증외상 등 응급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소방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국립의료기관에서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체 302병상 가운데 실제 가동 병상도 108병상 수준으로, 의료인력 확보 여부가 향후 병원 기능 확대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에 병원은 하반기 의료인력 추가 채용에 나서는 한편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을 추가 확보해 9월 중 365일 24시간 응급의료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서울대병원과의 의료진 파견·순환근무 활성화, 원격협진·전원체계 구축과 함께 의료진 기숙사 건립 등 정주여건 개선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곽영호 원장도 의료진 확보를 병원 운영의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전문의 배출 감소와 수도권 선호, 전문의 인건비 상승, 예산 제약 등이 충북 음성에 위치한 국립병원의 의료인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이용실적에서는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특성과 밀접한 진료과에 대한 수요도 확인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외래진료 인원은 1만2393명으로, 정형외과 이용이 가장 많았으며 △재활의학과 △내과가 뒤를 이었다.
소방공무원은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등 고강도 현장업무를 반복하면서 요통을 비롯한 목·어깨·무릎 등의 근골격계 질환과 각종 외상·화상·호흡기 질환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무거운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인명구조와 환자 이송 등을 수행하는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 손상과 만성통증 관리도 중요한 의료 수요다.
참혹한 사고와 인명피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데 따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불안, 수면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소방공무원의 건강관리는 현장에서 발생한 부상에 대한 단기 치료를 넘어 근골격계 재활·만성통증 관리와 정신건강 회복까지 포괄하는 장기적·통합적 의료체계가 요구된다.
이날 현장에서도 병원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을 위한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서 의원과 병원 관계자들은 △의료진 부족 문제 해소 △응급실 365일 24시간 운영 전환 △소방의학 연구개발 기반 구축 △병원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 확보 △건강검진센터 건립 등 수익 기반 확충 △의료진 기숙사 건립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점검했다.

특히 국립소방병원이 소방공무원 전문 치료기관이라는 설립 목적과 함께 충북 중부권의 지역거점병원 역할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료진 충원을 통한 응급·입원진료 정상화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문의 추가 확보가 실제 24시간 응급실 운영과 병상 확대, 소방공무원 특화 진료역량 강화로 이어지는지가 병원 안착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 의원은 “소방병원은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의료인력 확보와 병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소방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