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희귀질환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0개월, 진단 이후 실제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다시 10.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뿐 아니라 장거리 이동과 경제활동 중단, 무급 돌봄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추가비용도 연간 약 7조6000억원에 달해 희귀질환 정책을 진단부터 치료·돌봄까지 환자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질병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공개된 글로벌 연구기관 CRA의 국내 희귀질환 질병부담 연구에 따르면 58개 희귀질환으로 인해 비교군 대비 추가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7조6000억원, 환자 1인당 연간 약 5180만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약 20개월이 소요됐으며, 진단 이후 실제 치료 개시까지도 평균 10.6개월이 추가로 걸렸다. 돌봄의 약 75%는 별도의 보상 없이 가족과 지인이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희귀질환 부담을 의료비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진단 과정 △장거리 이동 △환자·가족의 경제활동 중단 △무급 돌봄 △생산성 손실 등을 포괄해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 의원은 “7조6000억원은 환자 개인만의 비용이 아니라 희귀질환의 부담을 환자와 가족에게 맡겨둘 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치르는 비용”이라며 “희귀질환 환자에게 진단과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며, 치료가 늦어지는 동안 건강이 악화되고 한번 진행된 장애나 기능 저하는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희귀질환 전문 진료체계 및 권역별 전문기관 역량 강화 △지역 의료기관-전문기관 간 신속 의뢰체계 구축 △진단 과정·소요기간의 국가 차원 관리 △진단 후 실제 치료 개시기간 단축 △희귀질환 특성을 반영한 의사결정 △환자·가족을 포괄하는 돌봄·고용·복지 통합지원체계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단순한 등재기간 단축을 넘어 실제 환자의 치료 개시로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등재 이후 지나치게 제한적인 기준이나 복잡한 절차로 치료가 늦어지는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환자 수가 적어 임상·경제적 근거 축적이 어려운 희귀질환의 특성도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
'
서 의원은 “희귀질환 정책의 성과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가 얼마나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적기 치료를 놓쳐 발생하는 장애와 돌봄 부담, 가족의 경제활동 중단 등 사회적 비용까지 폭넓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희귀질환관리법 등 관련 제도 정비와 함께 별도기금 도입을 포함한 안정적 재원 마련, 전담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의 희귀질환 정책은 진단과 치료, 의료비 지원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어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며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시간을 넘어 가정과 학교, 직장,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전 과정을 하나의 정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입법과 예산,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관련 제도와 재정적 보완 방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향후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치료 지연 원인과 정부의 환자 접근성 개선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입법·재정적 보완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