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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0일 (월)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22)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22)

홍순용의 상한론 비판론
“홍순용, 사상의학의 입장에서 상한론을 비판하다”

김남일.jpg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洪淳用 先生(1909∼1992)은 號가 懷山으로서, 충북 충주 출신의 한의학자이다. 1970년 3월19일 대한사상의학회가 창립될 때 초대 회장이 되었다. 


1964년 홍순용은 『醫林』 제47호, 제48호 등 2회에 걸쳐 「상한론의 사상의학적 비판」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홍순용 선생의 두 논문은 1960년대 한국 한의학계가 고전 의학인 『상한론』의 권위에서 벗어나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해 나가는 학술적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래에 이 논문을 홍순용의 목소리로 정리한다.

평생 한의학을 탐구하고 환자를 돌보며 다다른 확신은 장중경의 『상한론』이 한의학의 금과옥조이자 훌륭한 병리 체계임에는 틀림없으나 사람의 체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方證相對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장중경이 말한 六經은 病證에 불과하다. 이제마 선생이 밝혀내었듯 사람에게는 각기 다른 臟腑性理에 따른 사상 체질이 존재한다. 『상한론』의 三陰病證과 섭생 중 태반은 사실 少陰人의 병증에 해당한다. 장중경의 치법대로 소음인의 태양병이나 양명병에 무분별하게 發汗, 利小便, 攻下의 三法을 쓸 경우 진액이 고갈되어 亡陽證이나 胃家實의 위급한 변증으로 빠지게 된다. 


예컨대 양명병 대승기탕증에서 “맥이 강한 자는 살고 약한 자는 죽는다”고 한 장중경의 논법은 심각한 모순이다. 맥이 약한 소음인에게 대승기탕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해놓고 맥 탓을 하는 격이니, 이는 살아있는 사람을 살리는 약이 아니라 다치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소음인에게는 巴豆로 통변한 후 升陽益氣하고 溫補해야 마땅하다. 체질 진단과 사상방의 우수성은 실전 임상에서 명백히 증명된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이천에서 피란하던 중, 열병에 쓰러진 82명의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주변 마을에서는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내가 거주하던 마을의 환자 80여 명 중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중 80%는 소음인이었고 10%는 태음인이었다. 72세 소음인 노부에게 독삼탕을 투여해 즉시 쾌유시킨 경험 등은 사상의학의 임상적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체질별 상한 병리의 차이는 매우 엄격하다. 태음인은 無汗이 문제가 되므로 마황발표탕이나 갈근해기탕으로 발한, 해기시켜야 하며, 구슬 같은 땀이 전신에서 자연스럽게 나야 정기가 회복된다. 만약 태음인의 寒厥에 무한이 지속되면 熊膽과 같은 급제를 써야 한다. 


반면 소양인은 열이 많아 변증이 매우 빠르다. 소양인의 결흉증에는 십조탕이나 대함흉탕보다 甘遂末을 온수로 복용시켜 토증을 가라앉힌 뒤 형방도적산이나 지황백호탕을 쓰는 것이 신효하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소양인 體質로서 극심한 熱病과 대변비폐를 겪을 때, 찬물을 갈구함에도 억지로 열탕을 마셔 사경을 헤매다 냉수와 백초림을 마시고 살아난 아찔한 체험을 한 바 있다. 출혈증(구혈, 토혈, 각혈)의 치료 역시 체질에 따라 명확히 갈린다. 영등포의 한 병원에서 코피가 멈추지 않아 의식을 잃어가던 20세 태음인 청년에게 補肺元湯 세 첩을 투여하여 첫 첩에 즉시 지혈시키고 완쾌시킨 임상례가 있다. 소음인의 출혈에는 독삼팔물탕, 소양인에게는 서각지황탕이나 열두미지황탕, 태음인에게는 보폐원탕이 확실한 正方이다.  


동무 이제마 선생이 창제한 사상방은 비록 67방에 불과하여 잡병 치료의 변통에 미흡한 점이 있을지언정, 체질을 확정하고 투약할 때의 간단하고도 묘한 이치는 古方이나 後世方이 넘볼 수 없는 경지이다. 동무의 말대로 소음인, 소양인론은 비교적 상세하나 태음인, 태양인론은 아직 개척해야 할 처녀지로 남아있다. 사상의학의 미래는 이 미진한 영역을 넓혀나갈 후학들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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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의림’ 제47호, 제48호에 나오는 홍순용의 상한론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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