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급변하는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한의계의 미래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자 일차의료 보건의료 전문가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을 초청, ‘가치기반 지불제도- 한의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신현웅 실장은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 혁신과 관련 필요성을 시작으로 현재의 추진 방향, 로드맵 및 실행 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신 실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적 기반의 행위별 수가제(건강보험의 86% 비중)를 중심으로 지불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획일적인 구조인 반면 미국·독일·영국·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은 묶음지불(Bundle)과 성과기반(P4P)를 적절히 배합해 운영 중에 있다.
행위별 수가제에 편중…다양한 문제점 야기
획일적인 지불제도 운영으로 인해 더 많이 할수록 더 보상받는 구조가 정착돼 의료비 급증 및 건강성과 정체가 발생하고 있으며, 기능 분화에 따른 유인 부재로 인해 모든 종별에서 기관간 경쟁이 심화돼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지는 문제 또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고령화-만성질환 시대, AI·디지털 혁신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이 어려운 문제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력 부재로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다.
신 실장은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질병 특성에 맞는 혼합지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즉 행위별 수가제는 급성기에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만성·예방·연속케어 등에서는 약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행위별 수가제의 강점은 유지하되 취약 영역의 경우에는 성과보상이나 등록제 등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혁신적 지불제도로의 직접 전환이 불가한 만큼 49개의 시범사업을 통해 이행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 49개의 운영 현황(’25년)을 보면 △부가지불 30개(61%) △묶음지불 11개(22%) △포괄수가 3개(6%) △사람기반 5개(10%)로 분류되며, 이를 혁신적 지불제도의 이행기 전략으로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신 실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부분의 시범사업을 보면 행위별 수가제의 틀 안에 머물러 있어 이행기 전략으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실제 시범사업의 61%가 단순 가산방식으로, 질 연동이나 사람기반 관련 사업의 확대 없이는 혁신적 지불제도로의 이행은 어려울 것이며, 더욱이 가치기반형 사업의 경우 공급자 참여율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공급자가 외면하는 지불제도의 확산은 불가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2030년 질병 특성별 최적의 지불방식 도입 목표
그는 이어 “시범사업이 이행기 전략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적 근거 미흡 △통합관리체계 미흡 △본사업 전환 기준 불명확 △성과평가 및 환류 부재 등의 있다”고 밝히는 한편 행위별 수가제의 강점 영역은 유지하고 취약 영역은 대안적 지불제도로 보완하는 △급성+표준 △급성+비표준 △만성+표준 △만성+비표준 등으로 질병 특성별로 구분한 모형 제시를 통해 혁신형 지불제도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신 실장은 “정부에는 2030년을 목표로 질병 특성별 최적의 지불방식을 매칭하고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양적 경쟁을 넘어 가치 기반 협력 생태계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면서 “결국 어떤 질병이냐에 따라 어떻게 보상할지를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 사람 단위로 보상하고 등록된 환자의 건강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현웅 실장은 “지불제도의 혁신은 수가체계 개선(행위별 수가제 내 개선) 및 건강보험 시범사업 혁신(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한의계 등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제안했다.
먼저 행위별 수가제 내에서의 보상 합리화를 위한 개선방향으로 △수가 불균형 해소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예측가능성 향상 등을 위한 근거 기반의 합리적 수가관리 체계 구축을 제시한 신 실장은 “보상 합리화를 위해선 객관적 기준 확보와 선별적 인상구조 전환, 통합 관리체계 구축 순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상대가치와 관련해선 원가 분석에 기반한 객관화된 자료에 대한 준비를, 또한 환산지수의 선별적 인상기전 구축을 위해서는 ‘어디에 올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기준 마련이 필수적으로 준비돼야 하며, 현재의 가산율 방식을 점진적으로 정책점수로 전환시켜 기본수가 변동과 무관하게 정책을 독립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재정 통제 및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의료환경, 한의계의 역할은?
또한 대안적 지불제도의 방향과 관련해선 시범사업의 정비로 재원을 효율화하고 본사업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가치기반 지불제도 전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예방·건강증진, 아급성기·회복기 등에서의 공백이 없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가해 사람기반 지불제도의 전환 기반을 강구해 이를 이행기 혁신모델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계층적 질환군(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y, HCC) 개념을 도입해 환자 질환 특성에 따라 의료비 위험도를 반영해 보상을 조정하는 부분과 관련해 한의계가 준비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질의에 신 실장은 “HCC를 도입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수술 등과 같은 갑작스러운 질병에 대한 의료비 지출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한의계의 경우에는 일차의료에 집중돼 있는 만큼 HCC 도입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혁신형 지불제도 개편에 있어 한의계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 신 실장은 “일차의료의 전 영역에서 한의계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최근 들어 질병 치료에 더해 질병이 발생하기 전 단계부터 예방·관리하는 부분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부분에 장점을 가진 한의계가 ‘토탈 케어’의 관점에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급성기·회복기 영역에서도 한의계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수술이나 치료 후 회복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한의약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접근방안도 강구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관련 한의계의 참여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의료 취약지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주치의 모델에는 한의사가 포함되는 것도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모델을 수립하는 연구 등을 통해 한의계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협은 최근 범한의계 일차의료 총력대응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어르신·장애인 주치의, 재택의료,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등 정부 정책의 흐름을 기반으로 사업 추진 로드맵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차의료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는 판단 아래 회원에게 급변하는 정책의 흐름을 공유하기 위핸 일차의료 보건의료정책 전문가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