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3월16일 55세의 남자 환자가 입안 전체에 발생한 구내염으로 내원했다.
구내염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년에 한 두 번, 한 번 발생시 2∼3개 정도로 별 치료없이 넘어갈 정도였는데, 올 2월에 피곤과 감기가 겹치면서 구내염이 발생한 이후 직장 내 여러 사건들이 생기면서 체력 저하가 심하더니 월말에 구강 전체로 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했다. 통증이 심해 5군데 병원을 다녔고 병원마다 감기, 위염, 설염, 베체트병 의심, 베체트병은 아니다 등 각기 다른 소견을 들었고 약은 스테로이드제와 진통제, 궤양치료제, 구강 가글제(탄튬)와 연고제(스테로이드 제제) 등 비슷한 처방으로 한달 간 복용했으나 궤양과 통증 강도가 심해져 본원에 오기 전날이던 3월15일에는 입을 벌리기가 어려운 정도로 턱에서 머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으로 밤을 새운 상태로 음식을 섭취하기도, 양치를 하기도 어려워 병원에 왔다고 했다.

환자의 구강상태를 살펴보니 구개, 구개궁 목젖, 협점막, 혀 위 아래, 구인두 뿐 아니라 후두벽까지 1cm 내외의 궤양이 20개 정도 됐다. 구강내 통증, 미각소실, 전신무력감 등으로 치료가 장기화 될 것을 예상하여 입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

구강내 조열로 판단하고 청심연자음을 투여했고, 협거 지창 대영 염천 외금진 옥액혈에 침 치료를, 외금진 옥액에는 소염 약침을 시행했다. 끈적한 타액을 개선하기 위해 유동식이라도 섭취하고, 타액선 마사지를 아로마를 이용하여 시행했다. 감잎차를 음용하도록 했고, 설첨부 통증이 심한 부위에는 라벤다 페퍼민트와 소염약침을 혼합한 아로마 오일을 수시로 점적하도록 했다. 적극적인 치료와 환자 안정이 겸해져 입원 3일차인 18일경부터 제반증상이 빠르게 호전돼 5일차인 3월21일에 통증을 비롯한 자각 증상은 모두 0에 가까울 정도가 됐다.

호전도는 매우 좋았으나 입원시 ESR, CRP 등 염증 수치가 높고 후두까지 궤양이 퍼져있었으며, 궤양이 있던 자리가 나으면서 반흔이 생기는 듯해 베체트병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경과를 조금 더 보고 싶었지만, 환자는 급히 퇴원하고 직장복귀를 희망해 향후 증상의 추이를 잘 지켜보고 베체트병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으니 치료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월25일에 내원시 구내염은 호전상태 유지하고 있었으나 목 주위와 두피 안으로 모낭염이 여러 개 발생했다. 내원 전 스테로이드제를 상당히 복용해 이로 인한 부작용일 가능성과 혹시 베체트병의 부증상인 여드름양 모낭염일 가능성이 있어 있단 지켜보기로 했다.
4월2일 내원시에는 그 사이 5∼6군데로 새로 궤양이 발생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불안한 기색이였고, 본원 내원 전에 들었던 베체트병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것으로 보여 추가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베체트병의 진단은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베체트병의 진단기준은 환자가 여러 해의 시간 동안 증상이 진행한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이 환자의 경우처럼 베체트를 의심하기 시작하려는 시점에서는 특징적이거나 진단 가치가 있는 병리검사나 명확한 진단가이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과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환자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베체트와 연관된 검사를 시행함과 퇴원 후 느슨해진 치료를 다시 독려하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했다.

추가로 시행한 검사는 RF, Anti CCP Ab, ANA, ANCA HLA B51, CRP로 자가 항체의 여부, 유전적 연관성이 있는지, 염증 수치의 상승이 지속되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결과는 HLA B51만 양성으로 나왔다. 정리를 하자면 일반적인 아프타성 구내염보다 후두까지 퍼지는 염증, 그리고 그 염증이 반흔이 남고, 여드름양 모낭염이 있고, 구강 내 궤양이 호전 후 바로 재발하는 경향과 유전학적인 소인이 보여 오늘 진료실에서 베체트병이라고 진단은 어려워도 향후 베체트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있는 환자에 해당한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환자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궁금해했다.
전체 베체트병 환자의 30∼40%는 유전자 원인이지만 나머지 60∼70%는 이 유전자 없이도 발생한다. 즉 HLA B51 항목 양성이 시사하는 점은 앞으로 인체면역을 떨어지게 하는 위험인자들을 최대한 피하거나 조절하되 지금처럼 증상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체트병은 환자에 따라 구강증상에서 피부, 관절, 신경계 증상과 가장 조심해야할 안구증상까지 증상의 폭이 넓고 다양하다.
재발성 아프타성 구강궤양의 상태는 베체트병의 첫 순서 증상으로 진단보다 6∼7년 먼저 선행해 자주 재발하는 것은 질병활성도의 요인이 된다.
이 환자가 만약 향후 올 2월 같은 체내 환경이 다시 형성되면 구내염이 재발하고 다른 장기로의 햡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은 구내염 치료를 잘 마무리해야 되고 앞으로는 전신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안구 침범의 예방을 위해 충혈, 안구통증, 시력저하감과 같은 증상시 안과 검진도 필요하다.
불안해 하는 환자에게 이같은 내용과 더불어 현재의 치료에 집중할 것을 다시 설명드렸다.
구강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생진양혈탕을 처방했고, 감잎차 음용 및 아로마 오일 등의 외용치료를 꾸준히 할 것, 영양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규칙적인 식사와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 것 등을 권했다.

약 한달 후인 5월2일 내원한 환자는 그 사이 혀끝으로 한개만 더 발생하고 나머지 궤양들은 모두 가라앉는 모습이였다. 그 사이 내외적으로 피곤한 일이 조금 있었으나 치료 덕분인지 구강은 양호하다고 했다. 물론 현재의 상황으로 낙관하기만은 어렵지만 환자 스스로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함을 인지했기 때문에 크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을 기대한다.
구강환자는 환자만큼이나 치료자도 어렵고 끈기를 가지고 집중해야 하는 질환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한의치료가 큰 역할을 해준 임상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