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가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쌓으며 이제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보편적 의료 이용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국민 누구나 평등하고 손쉽게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며, 필수 의료와 중증 질환 치료 중심으로 급여를 확대하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및 본인부담 상한제를 도입함으로써 가계 부담을 낮추는 등 국민 건강 보장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뒤에는 모든 의료인과 관련 기관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제도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의 미래를 저해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는 바로 한방과 양방 의료 간의 해묵은 차별과 직역 간 의료 영역의 갈등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 첩약, 침술, 부항, 뜸 등과 같은 치료 방법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져 온 한의의료는 대한민국 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한의사, 의사, 치과의사로 의료법상 면허가 구분돼 있으며,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 각자의 운영 방식과 원칙에 따라 다양한 보험 형태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용자와 공급자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도적인 의료이용의 불평등과 차별적인 운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의의료 선택 제한으로 의료비 부담 가중
국민건강보험이 시행된 초기부터 일부 한의의료행위는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명목으로 보험 적용에서 치료방법이 배제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차별 속에서 첩약은 일부 질병치료에서 시범사업으로 보험 적용이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한방물리요법 치료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는 치료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치료가 되는 반면, 자동차 보험 사고로 치료받는 환자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제도 간에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동일한 치료 방법임에도 보험치료 혜택을 받는 환자와 받지 못하는 환자로 구별이 됩니다. 현재 이러한 보험 적용 방법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한의 치료에 대한 의료이용 선택이 제한되며 의료비 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나아가 국민들은 민간 실손 보험에 가입하고도 한의의료는 보험적용에서 제외돼 실손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5세대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하였고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와 보험감독기관에서는 소비자의 기본권에 부합하도록 치료목적의 한의의료 비용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실손 의료보험 표준약관은 이제 개정이 돼야 합니다.
건강검진 분야도 한의사와 의사 제도적 차별
가장 대표적인 법률 적용 차별 사례 중 하나로는 건강검진기본법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건강검진의 실시와 관련된 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14조에서는 의료법 3조에 따른 의료기관을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한의사와 한의원이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규정한 시행규칙에서는 건강검진 기관과 자격에 대한 지정기준 해당되는 관련 규정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검진기본법이 시행된 지 10년 이상 방치되었고 한의원과 한의사가 실제 건강검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관련 정부 부처에서 주도하는 가장 전형적인 제도적 차별 중 하나로 꼽힙니다.
건강검진과 관련하여 최근 검진기관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가 사는 가까운 곳에 한의원이 있어도 먼 지역에 있는 소재한 검진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부당국에서 제4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 수립 시에 한의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처럼 과거의 사고방식과 기존 관행에 매몰된다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이 정체되거나 퇴보할 위험이 큽니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의료 환경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으며, 전통 의학 또한 변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기법과 지식을 접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국민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와 통합 돌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한방과 양방 의료 간의 장벽은 반드시 허물어져야 합니다. 정부는 한방과 양방 의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시대입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한의의료의 보장성 강화 정책입니다. 따라서 국민의료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현재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로 처리되는 현행 16종의 한의의료행위를 우선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또한 2026년 수가협상 체결 시에 부대의견으로 제시된 한의의료의 정책적인 지원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하여 조속한 실무 협의와 이행을 촉구합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의약육성법’에 따른 종합계획 수립 절차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과 보완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진료 시스템의 혁신적인 알고리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한방과 양방의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다학제적 관점에서 AI 기반 치료와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의료 이용 선택에 있어 어떤 차별도 없어야”
디지털 의료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계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 중심적 의료 방식 또한 중요합니다. 전통 의료 방식은 자연 친화적 환경과 치유의 가치를 추구하며, 현대 의학과 함께 공존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 누구나 전국 어디서나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권 보장이며, 의료 이용 선택에 있어 어떠한 차별도 없어야 합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한의 치료방법과 이용제한에 따른 차별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미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관련하여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며 보건의료분야에서 통합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은 중요한 해결과제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보건의료정책에서 한의학이 배제되거나, 각종 건강증진 사업 분야에서 소외되거나, 법률 신설과 개정 시에 한의사와 한의원이 누락되지 않도록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의료불평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상생을 추구하는 보건의료정책은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료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구이자, 국민 모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