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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1일 (화)

‘K-Medi’ 1인 한의원, 세계 속으로!

‘K-Medi’ 1인 한의원, 세계 속으로!

오지일수록 빛나는 한의재택의료와 일차진료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섬의 북서쪽 니아스섬에서의 의료봉사
오원교 전 한국기독한의사회장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섬의 북서쪽 니아스섬, 19시간 비행 끝에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 타고 도착한 곳. 이번 해외 한의재택의료는 지인 의사 병원장의 부탁으로 진행됐다. 인천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 공항,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메단 쿠알라나무 공항, 메단 쿠알라나무 공항에서 니아스 구눙시톨리 공항으로 이어진 일정이었다.

 

대상 환자는 현지 선교사 한분이 얼마 전 오토바이를 타다가 낙상해 급성기 교통사고 통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 의사는 이런 큰 사고에 골절 없이 낙상한 것은 마치 천사가 와서 떨어지는 환자를 받아준 것 같다면서 신의 도움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게 다급히 부탁해온 의사 병원장은 한의사,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및 보건직능단체 등 82개의 기독의료봉사, NGO 산하단체로 구성된 기독교의료연합단체에서 알고 지낸 지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알고 지냈다 한들 이런 부탁을 선뜻 내게 제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선뜻 그러겠노라고 답변한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생면부지의 응급 환자를 위해서라니. 게다가 먼 이역만리,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진료수가나 지원보조금도 없는 실정이다. 첩첩산중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삼복더위에 냉방시설이 여의치 않은 환경에서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환자를 집중 케어해야 한다. 환자는 열악한 현지 의료시설 및 인력으로 인해 사고가 난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방치된 상태이기에 교통사고 후유증은 불 보듯 뻔했다.

 

 

짧은 시간 내에 기대되는 효과가 있어야 했기에 현지에 도착하기 전 환자와 카톡 메신저를 통해 기왕력을 살피니 요추추간판탈출증, 요추협착증, 유방암, 스트레스성 소화기질환, 30년 된 산후풍으로 발이 차가워 양말을 제대로 벗지 못하는 환자였다. 급성기 교통사고 뿐 만 아니라 복합질환까지 고려해야 하는 난치성 환자이다.

 

특히 한국 청년교회팀과 조인해서 1주일 안에 결정하고 출발해야 함으로 준비할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곳인지가 막막했고 진료를 요청한 기간에도 당황했다. 더군다나 응급 콜 요청이 온 기간은 이미 다른 선약이 돼 있는 상태였다. 선약은 올해 초에 다녀온 방글라데시 의료봉사 후속케어를 위해 내가 주선했던 모임으로 빠지면 안 되는 자리였다. 한 팀에게는 기쁜 소식이겠지만 또 한 팀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임이 분명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웃음을 함께 웃을 수 있게 돼”

 

무거운 마음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방글라데시 팀에게 양해를 구했다. 감사하게도 내가 없어도 모임을 잘 진행하겠다고 해주셨지만 그래도 내내 미안한 마음에 편치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인도네시아 일정은 미리 준비된, 왠지 꼭 필요한 나의 소임인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현지에 도착해서 환자의 동작과 얼굴 모양, 몇 마디 말을 섞어보며 평소 생활습관을 관찰해보니 관리가 쉽지 않는 환자임을 직감했다. 온 몸을 던져 일하는 것은 물론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인 스타일이었다. 교통사고 급성기를 지나 아급성기에는 안정을 취하고 일상의 생활도 최대한 절제하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교통사고후유증은 최소화될 수 있다.

 

그동안 한의원을 십 수년 간 운영하면서 급성기 교통사고 환자를 경험해 본 바로는 최소한 그러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우리 팀의 짐을 도와준답시고 무거운 가방도 서슴지 않고 훅훅 집어 들었다.

 

환자의 삶의 궤적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침 대학시절부터 오랜 기간 이 환자를 지켜봐왔던 동생들이 같은 팀으로 함께 동행했다. 그들에게 환자에 대해 물어보니 온 몸을 던져서 일하는 스타일이라는 직감이 맞았다. 쉽게 말하자면 지독히도 말 안 듣는 환자인 셈이다.

 

도착한 첫 날부터 친분도 없는 분들에게 친해지기도 전에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친해진 다음 주의사항을 전한다면 정해진 일주일이 금방 다 지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큰 일 났네요. 치료가 쉽지 않겠어요.” 움직임을 통제하려는 자와 움직이려는 자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복합질환의 경중과 병의 상태를 볼 때 하루에 두 번씩 치료하기로 했다. 환자가 편한 시간을 정해주면 그에 맞춰서 치료하자고 했다. 오전과 오후, 두 번에 나눠 치료에 들어갔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다행히 환자는 치료에 집중했다.

 

감사한 일은 지도대로 자신이 해야 할 업무들을 최대한 줄이고 안정을 취하면서 치료에 전념한 것이다. 평소 자기 삶의 습관대로라면 치료효과가 없거나 치료가 조금 호전되다가 금세 다시 원상으로 아프기를 반복하며, 나중에는 효과가 없거나 미비한 만성 상태로 귀착됐을 것이다.

 

멀리서 자기를 위해 찾아온 한의사에 대한 성의는 최대한 자기가 건강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한 듯 했다. 그때부터 환자는 많은 일을 멈추고 대부분의 일들을 남편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일보다 건강해지는 것! 이것이 지금 환자 자신의 최대 사명이었다. 처음에는 침, 부항, 약침, 도침 등으로 치료하니 1~3일간의 기력저하, 졸림 등 호전반응이 있었다. 맥진을 해보니 척맥이 거의 잡히지 않을 정도로 하초가 약해져 있었다. 한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 속에서 약침으로 하초 보강치료를 하면서 통증치료를 하니 3일 이후는 치료효과가 선순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회복 속도는 빨라졌으며, 컨디션도 좋아졌다.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뿐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골반다리 통증과 소화기질환, 산후풍으로 인한 30년간 발이 시렸던 것도 나았다고 좋아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거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급성기교통사고 환자 한 분을 치료하기 위해 현지에 간 것이었다. 하지만 환자 분이 치료를 받아보니 자신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느낀 이후 남편도 챙기고 싶고, 현지의 지인들에도 의료서비스를 해줄 수 없느냐고 간청했다.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러분들을 진료했다. 환자 자신의 건강이 많이 호전된 것은 물론 함께 치료받은 남편까지 건강이 회복되니 그의 만족도는 급상승했다. 또한 여러 환자들까지 한의치료로 건강하고 행복한 웃음을 함께 웃을 수 있게 됐다.

 

오원교.jpg

 

“한 사람의 사랑이 무너지면 그 지역 전체가 무너져”

 

선교라는 것이 그렇다. 현지 선교사 한 사람이 무너지면 그 선교사를 바라보고 있는 현지에 있는 많은 사람과 지역이 무너진다. 그것은 오지일수록 더욱 더 그렇다. 선교사나 NGO 단체의 멤버 대부분은 현지 나라에서 경제적 지원, 낙후시설 보강, 필요한 교육 전개 등 민간대사로써의 가교 역할은 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결손은 현지의 수혜 대상자 뿐 아니라 소속 지역사회와 국가에도 적지 않은 손실이다.

 

사랑을 심을 때 누군가는 살아난다. 작은 날개 짓이 꿈쩍 않던 산도 움직인다. 나와 연결된 가족, 집단, 국가를 풍요롭게 만드는 나비효과가 아닐 수 없다.

 

침, 부항, 뜸, 약침, 추나도구, 도침, 알콜솜 및 곡반 등 위생세트 등 간단한 한의진료 도구를 챙긴 1인 한의원의 이동진료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한의사의 최고 특권이다.

 

초음파유도하약침 치료를 위한 핸즈온 초음파와 추나진단 도구도 챙겨가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방재택의료의 진단 고도화를 시도했다. 한의진료 대국민 환자 만족도는 약 86%로 대체로 높은 편인데, 적응증과 부작용에 유의하면서 한의재택진료 서비스에서 진단 치료 장비를 과학화하니 신뢰도와 만족도가 한층 더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선교사나 NGO단체들이 활동하는 지역의 대부분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낙후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선교사나 NGO단체의 멤버가 해외에서 부상이나 질병을 당하면 우리나라로 입국해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국내 의사의 요청을 받아 한의사가 해외로 찾아간 특이 케이스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 및 친지들도 대부분 선교사인데, 그들은 선교사로 30년 간 재직하면서 이번처럼 단 한명의 선교사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료인이 직접 방문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난, 기근, 응급질환 등 국가나 지역사회의 재난에 KOMSTA와 NGO나 기독교단체 등이 긴급하게 의료 및 구호로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자신의 질병 치료를 위해 현지에서 응급케어를 받기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NGO 멤버나 선교사들의 경우, 자신의 질병 케어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즐비하다. 그냥 고통을 참아 내거나 자가 치료로 고통을 조금 덜거나 질 낮은 현지 의료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이 전부일 수 있다. 그렇다보니 몸과 마음이 엉망일 때가 많다. 그들이 스스로 헌신하는삶의 몫이겠거니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의사의 가성비, 최소 인원 이동으로 최대 효과 가능

 

K-Medi! 세계 속으로 한의사가 움직이는 것, 그 가성비의 크기는 질병의 종류와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인원의 이동으로 최대의 효과가 가능하다. 특히 재택의료 및 일차진료에서 만큼은 최고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과 타 직능을 존중하는 가운데 어느 직군과도 능동적으로 협력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피드백을 받아본 바로는 근골격계, 내과, 호흡기, 비뇨생식기, 부인과, 정신과심신증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일차케어에서 한의진료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한의학은 몸과 마음을 하나의 유기체로 접근해 근본적인 치료와 생활의 섭생을 중시하는 통합진료에 나서기 때문에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인도네시아에서의 급작스런 현지 의료 봉사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한국기독한의사회 김동하 회장(참조은한의원)을 비롯한 기독한의사회 회원들과 기독교의료연합단체 임원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따뜻한 동행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한의사는 결코 미운오리새끼가 아닌 백조이다. 누군가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우리끼리라도 서로 격려하며 함께 걸어가다 보면 하늘이 감동하고, 땅이 응답해줄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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