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열정 넘치는 학생과 공중보건한의사가 손을 맞잡았다. 소규모 모임으로 시작한 국제의료봉사단체 KOMIV(Korean Medical International Volunteer)는 첫 필리핀 진료 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한의학의 인술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KOMIV의 공동대표 남태광(우석대학교 본4)·이인홍(김제시보건소)을 만나 단체의 설립 과정과 비전, 그리고 ‘사람을 위한 의술’이라는 인술의 본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남태광 학생, 이인홍 공중보건한의사
학생과 한의사, 손잡고 꾸려낸 KOMIV
“처음에는 우석대 출신 선배님들과 재학생 몇 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출신 학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열린 단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남태광 대표는 KOMIV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행정과 대외 업무는 사업 경험이 있는 남태광 대표가, 임상 교육과 진료 실무는 의료봉사 경험이 풍부한 이인홍 공동대표가 각각 맡았다. 남 대표는 현지 기관과의 MOU 체결, 단체 설립 행정, 기부처 발굴 등 외부 업무를 총괄했고, 이 대표는 임상 교육자료 제작, 사전 스터디 운영, 진료 현장 지도를 책임졌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죠.”
남 대표는 현재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해외 의료봉사에 대한 오랜 꿈은 필리핀 한의약 수출 가이드라인 집필에 참여하면서 현실적인 도전으로 다가왔다. “막연했던 꿈이 점점 구체화되었고, 결국 ‘한 번 해보자’는 결심으로 이어졌죠.”
국내 봉사 경험은 있었지만 해외 봉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평소 도침 스터디를 도와주던 이인홍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흔쾌히 동참해주셨고, 그 덕분에 KOMIV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이인홍 대표는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며 만난 환자들을 통해 KOMIV의 교육 방향을 설정했다. “의료 취약지 환자들은 스스로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복합적인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본과생들도 낯선 현지 환경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에 그는 단순한 매뉴얼보다는 통합적인 진단 접근법을 중심으로 교육을 구성했다. 기본적인 압통점 촉진부터 신경포착, 자세 및 보행의 이상 등 실제 진료에 바로 적용 가능한 내용이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실전에서 통하는 방식이었죠.”
현지 인식 바꾼 ‘첫 진료’, 언론도 크게 주목
사실 첫날까지만 해도 한의학에 대한 현지의 신뢰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근골격계 질환, 어지럼증, 소화기 증상 등에서 빠른 효과를 보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지 간호사와 시청 직원들부터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엔 조심스럽던 안내가 점점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환자 수가 증가하자, 현지 언론도 KOMIV의 활동을 취재했고, 현재는 필리핀 전통의약청(PITAHC) 및 Cavite 내 지자체와의 추가 MOU도 추진 중이다.
가장 큰 도전은 ‘한약’에 대한 현지 의료진의 이해 부족이었다. 사용한 약물과 의료 행위에 대해 현지 DOH, FDA, 지역 의료기관 및 지자체의 허가를 모두 받은 상태였음에도, 봉사 전날 의사들과의 사전 미팅에서 한약 사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남 대표는 “논문을 기반으로 약효와 기전을 설명하며 설득했습니다.” 결국 봉사기간 동안 한약은 정상적으로 사용됐고, 치료 효과를 본 현지 의사들도 이후 긍정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KOMIV만의 차별성, ‘현지 협력’과 ‘체계적 스터디’
남 대표는 KOMIV가 타 의료봉사단체와 차별화되는 점을 ‘현지 지자체 및 정부 기관과의 직접적인 협력관계’로 꼽았다. 필리핀 전통의약청(PITAHC) 및 공인 직업학교와의 MOU는 안정적인 운영 기반이 된다. 두 번째는 ‘한의사 선배와 함께하는 스터디 시스템’이다. 실제 임상에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선배들이 스터디를 직접 도우며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KOMIV는 학기 중 월 1회 국내 봉사를, 방학 중에는 연 2회 해외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전북 운주면을 방문했으며, 필리핀 외에도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검토 중이다. 봉사 전에는 해부학·침술·약침 스터디를, 봉사 후에는 케이스 리뷰를 진행하며 학술적 교류도 병행할 예정이다.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학술과 실무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봉사단체가 목표입니다.”
또한 남 대표는 KOMIV의 활동이 한의학의 글로벌 확산에 실질적인 기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의학의 술기들은 비용효율이 뛰어나 의료 취약지나, 의료비용이 높은 국가들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침, 뜸, 추나와 같은 비약물적 치료는 최소한의 자원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어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 함께할 때 현실이 돼”
남 대표는 인터뷰 말미, “선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어요. 제가 대표로 있긴 하지만, KOMIV는 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함께해준 이인홍 대표님과 여러 선배님들, 팀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고 전했다. 그는 ‘혼자 가지 말고 함께 갈 길을 찾자’는 메시지로 앞으로도 서로를 도우며 함께 성장해가는 의료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인홍 공동대표는 한의사로서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에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 나와 보니,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마주합니다.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 공부하고, 선배님들께 배우며 끊임없이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봉사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접근하는 힘을 기르게 했다고 덧붙였다. “저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항상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실력을 갖춘 한의사가 되어, 한의학의 가능성을 더욱 넓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