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윤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나 박사님이라는 호칭, 그리고 앞으로 부르게 될 교수님이라는 호칭보다 오늘은 후배님으로 부르고 싶어집니다. 특정 학교의 동문이라는 선후배의 좁은 의미보다는 먼저 겪은 경험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훈훈하고 정감 있는 관계로 호칭을 정하고 싶었는데, 충분히 저의 진심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한의대 교수가 된 지 만 3년이 지났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경험해야 할 것이 많은 초보 교수이지만 후배님보다 먼저 교수가 되었다는 단순한 그 사실 하나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무겁게 받아들일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가볍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 한의대를 졸업하고 힘든 대학원 과정을 거쳐 다시 학교에 들어오겠다는 결심을 하신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한의대를 졸업한 뒤에는 학교 쪽으로 잘 돌아보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교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이 저에게는 참 좋게 보입니다.
분명히 후배님 주변에는 이 선택에 대해 우려하거나 만류하는 사람과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 모두 존재할 것입니다. 중요한 선택에는 저마다 이유가 다를 수 있겠지만 교육과 연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소신으로 진로를 택한 것이라 믿습니다. 동료 교수로 후배님을 마주할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 필요
‘대학 교수는 학생이나 교육을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특히 한의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학생이나 교육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교육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사람도 충분히 교수가 될 수 있고, 그 수 또한 꽤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배님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저 밥벌이의 수단으로 싸늘한 직업적 의미만 남은 교수가 아니라 자신이 애정과 열정을 쏟은 만큼 보람을 얻고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일상을 보내는 교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육의 질은 교수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발전하는 교수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너무 막연해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롤 모델이 되는 분을 정하는 겁니다. 교육과 업무 등 교수 생활의 전반에서 닮고 싶고 되고 싶은 롤 모델이 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도 존경심이 절로 드는 몇 분의 교수님이 계십니다. 앞으로 오래 교수 생활을 한다 해도 저 분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분을 길잡이 삼아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제 복이라 생각합니다. 후배님에게도 이미 그러한 교수님이 계실 수도 있고 앞으로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도 다른 누군가에게 롤 모델이 되어줄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며 정진해 나갑시다.
흔히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개성이 뚜렷한 현대 사회에서의 대인관계 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자세는 교수에게 특히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학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교수 개개인이 뚜렷한 개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교수 사회에서 예상 못 한 채로 당황스럽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는 있으나 교수 사회만큼 철저히 개인화된 조직 문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도 발생하고 건네진 말들이 소문이 되어 사실처럼 돌아다니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필수적인 일들에는 협력도 하지만 조직 내에서 서로 반목하기도 쉬운 직업이 교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 역시 한의대가 유독 심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면서 열심히 소통”
고마울 때 고맙다고 하고,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윤활유라 생각하는데, 그러한 당연한 표현에도 인색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도 많기에, 매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을 하면 좋습니다. 후배님의 진정성이나 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왜곡 없이 교수 사회에서 인정받게 되면 좋겠습니다.
교수의 일은 생각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교수가 되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일들이 많지요. 특히 젊은 교수에게는 학과의 많은 업무가 할당됩니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 좋아 교수를 희망했는데 다양한 잡무에 시달리면서 지치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 일을 해 내면서 소속감과 사명감이 생기기도 하고 자신의 새로운 성장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일이나 자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어디에 항의할 수도, 당장 변화시킬 수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후배님 같은 젊은 인재가 한의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의대에서는 모두가 다 바쁘고 열심히 일하지만, 아직까지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시스템이 부재하여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함께 차근차근 하나씩 서서히 개선시켜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체계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면서 열심히 소통해 나갑시다.
“매일의 일상이 봄꽃처럼 활짝 만개하길”
교육과 업무를 함에 있어서 너무 열정이 과한 상태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저는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교수님들도 번아웃 상태에 빠지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후배님에게는 일찌감치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를 마련하라는 말을 당부드립니다.
평소 원하던 학교 밖의 모임 활동이나 몇 가지의 취미생활, 여행 등은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그러한 작은 시도들이 오히려 교육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게끔 돕는 수단이 됩니다.
후배님에게 이렇게 글로 조언이나 당부를 드렸지만 사실 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제가 선배라는 이유로 주제넘은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후배님이라면 제 마음을 잘 알고 들으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제가 힘들고 지쳤을 때 묵묵히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공감해주시며 따뜻한 조언을 해 주신 모 선배 교수님처럼 저 역시 후배님에게 그런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벌써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매일의 일상이 봄꽃처럼 활짝 만개하기를 소망하며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괄목상대로 후배님과 다시 만날 그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