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제주특별자치도한의사회(회장 현경철·이하 제주지부)가 실시한 ‘취약계층 무료 한방 이음사업’이 장애인들의 삶의 질 제고와 높은 진료 만족도를 보임에 따라 올해 2차 사업에선 더욱 확대된 규모로 시행된다.
이 사업은 제주지부가 제주도 보건위생과와 함께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시행한 제주 읍·면·동 거주 취약계층 재가장애인 대상 한의방문진료 사업으로, 지역 한의사를 활용해 도민건강 증진과 공공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기획·추진됐다.
대상자는 관내 장애인(장애인 복지카드 소지자)이며, 지체장애·뇌병변장애·안면장애 등 중증의 경우 우선 지원되도록 했고, 기타 장애의 경우에도 유형과 상관 없이 만성 근골격계질환, 소화기장애 등 지속적인 한의진료가 필요한 경우 포함(저소득층 우선)됐다.
홍보 및 모집은 △제주시 탐라장애인 종합복지관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지역 장애인 복지관을 비롯해 △참여 한의원 △제주지부 △제주도청 보건위생과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진료 중인 최미영 제주지부 총무이사
“한의방문진료, 장애인 의료 사각지대의 대안”
이번 사업을 기획한 최우석 제주지부 내무부회장에 따르면 제주지부는 앞서 △장애인 분야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20년·한방건강복지증진사업) △찾아가는 한의-재활 운동지도 서비스 지원사업(‘21년) 참여를 통해 장애인 관련 의료실태를 파악한 바 있으며, 이에 제주도 및 도의회의 사업 제안에 따라 우선적으로 재가 요양 중인 중증 장애인을 대상자로 선정하게 됐다는 것.
최우석 부회장은 “중증 장애인들은 이동의 불편함과 더불어 의료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차의료 한의방문진료 수가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사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본인부담금에 대한 걱정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에서 참여 한의사들은 자신의 관할 지역 재택 방문을 통해 대상자별로 △침·약침·뜸·부항·추나 치료 △건강상담 등 포괄 한의진료서비스를 월1회(총 6회 방문) 실시했다.
최 부회장은 “기획 당시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단기간에 자주 치료할 것인가’, ‘텀을 두되, 장기간 치료할 것인가’ 등 많은 고심을 했다”면서 “결국 최대한 장기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방향으로 이 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사업에선 총 33명의 지부회원이 참여해 대상자 60명에게 총 323회의 진료를 실시했다. 1회차에서 회원 17명이 대상자 29명에게 160회 진료를, 2회차에서는 회원 16명이 대상자 31명에게 164회 진료를 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 부회장은 “치료는 건강상담과 침 치료를 기본으로, 환자에 따라 담당 한의사가 약침·뜸·부항·추나 치료에서 운동요법 지도까지 다양하게 케어를 진행했다”면서도 “관련 예산이 확대된다면 비급여 제제나 탕약 등의 한약 처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진료, 장애인 진료 만족도 및 삶의 질 제고에 기여
△정신지체장애 △뇌병변장애 △호흡기장애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대상자들은 주증상뿐만 아니라 △요추·슬관절·족저부 통증 △하지 근력 저하 및 마비 △수술로 인한 쇠약 △손떨림 △빈혈 △와상 등의 수반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사업 초기 대상자들은 한의진료 경험 및 정보 부족으로 “침 치료가 아플 것 같다”, “진통제 주사를 놔달라”, “침 맞고, 해당 부위가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진료 이후에는 “방문 횟수를 늘려달라”, “올해에도 대상자로 선정되길 희망한다”, “무료라서 부담이 없다”, “인근에 병·의원이 없는데 방문으로 시행돼 좋았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 부회장은 “호전도는 장애 유형·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으나 공통적으로 장애 수반 증상 및 장애 외 증상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대상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준혁 수석부회장도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대상자의 집으로 찾아가 불편한 점을 상담해 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침·부항 치료 등을 실시할 수 있는 한의진료의 큰 이점이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제주지부 내무부회장
2차 사업, 대상자·횟수 확대 및 간호조무사 동반
이러한 진료 만족도를 바탕으로, 올해 제주도 보건정책과 의약관리팀과 진행하는 2차 사업에선 64명의 대상자에게 7회의 한의진료가 시행되며, 간호조무사와 동반·방문하는 등 사업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최 부회장은 “2차 사업에선 협회 보수교육을 통해서도 진행한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안내’ 매뉴얼에 따라 간호조무사와 함께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아직까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시범사업에서 보조인력 동반수가가 책정되지 않고 있지만 한방이음사업에서는 이를 반영해 1회 방문진료비를 상향하고, 재택 방문 외에 시설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 부회장은 “이번 사업은 제주도 및 도의회에서 제주지부와 한의약을 믿고 맡긴 사업인 만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성과 열정으로 참여해 주신 회원·임직원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예산이 확충돼 대상자와 진료 횟수가 확대되는 등 도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강 수석부회장은 “방문진료를 다녀보면 대부분이 독거로, 모든 일을 대상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TV만 보고 있는 무위고(역할상실)가 컸다”면서 “정신적인 공허함을 채워주고,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인 만큼 올해 2차 사업에선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이에 대한 보람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지부와 도는 이달 1차 사업에 대한 정산 및 평가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