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서울특별시한의사회(회장 박성우)는 9일 송촌지석영홀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책임연구원을 초청, ‘AI 시대 한의 임상진료의 변화 전략’을 주제로 특별강의를 개최했다.
이번 강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가 단순한 AI 활용을 넘어 한의 임상지표, 의료기기, 생명의료 빅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미래 임상진료 체계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상현장서 실제로 의미 있는 데이터 수집 및 표준화 필요
이날 이상훈 책임연구원은 강연을 통해 생명의료 빅데이터와 한의 임상지표의 연결, 의료기기 활용, AI 지식 연결망 생태계 진입 방안을 중심으로 한의 임상의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AI 시대 한의학의 핵심은 단순히 알고리즘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상현장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표준화할 것인가에 있다”면서 “특히 한의 AI 발전을 위해서는 △한의 의료기기 개발 △의료기기 표준화 △생물학적 기전 규명 △정량적 생체지표 빅데이터 수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전자의무기록 EMR 텍스트 기반 AI의 한계도 짚었다. 즉 환자의 실제 생체지표가 아니라 의사가 주관적으로 선택·기록한 정보를 학습할 경우, AI가 새로운 임상기술을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교과서적 판단을 반복하는 데 머물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한의계가 AI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형태로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물학적 의미 살린 진단 연구 및 데이터 축적 필요
이와 함께 이 책임연구원은 한의학의 변증 체계를 AI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그는 “사상, 팔강, 육경, 육기 등 한의학 이론은 복잡한 임상 현상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예측하기 위한 일종의 ‘차원 축소 모델’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LLM의 벡터 임베딩, 셀프 어텐션, 트랜스포머 기술은 한의 변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군집 추출, 유비추론, 개념화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책임연구원은 “한의 진단기술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수치화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의미를 살린 진단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예를 들어 설체색, 설태량, 설태색, 소변색, 한열, 맥상 등의 한의 진단 요소를 모세혈관 충혈, 세포 탈락 속도, 구강 미생물, 요농축, 대사율, 혈류역학적 변수 등과 연결해 해석 가능하고 정량화 가능한 생물학적 지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AI·의료데이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핵심 의제
이어진 토의 및 질의응답 시간에선 지현우 서울시한의사회 이사의 진행 아래 △한의 임상자료의 데이터화 △의료기기 활용 △임상기록 표준화 △AI 시대 한의계의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박성우 회장은 이번 강연의 의미와 관련 “AI와 의료데이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한의 임상 현장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핵심 의제”라고 평가했다.
특히 박 회장은 “AI 시대에는 한의사가 기술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한의 임상 현장의 경험과 지표를 객관화하고, 의료기기 기반 정량 데이터와 표준화된 임상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한의학이 미래 의료 데이터 생태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이번 강의는 AI를 단순한 유행 기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이 가진 임상적 강점을 데이터와 의료기기, 표준화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한의사회는 이번 강의를 계기로 AI 시대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유하고, 향후 한의 임상현장에서 의료기기 기반 정량 데이터와 표준화된 임상 프로토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