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지난 12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중국 베이징에서 2024 세계전통의약대회가 열렸다. 대한암한의학회 회장이신 대전대 한의대 유화승 교수님께서 중국 학회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으시면서, 우리 둘(최준, 양희준)에게도 학회참석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도 대한암한의학회 임원진 분들과 함께 베이징의 세계전통의약대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방문하는 베이징이라 많이 설레고 기대가 됐었다. 도착하는 공항에서부터 학회장까지 가는 길을 보며, 안면인식과 큐알코드 결제, 맑은 하늘과 깨끗해진 도로 등 이전보다 많이 발전되고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도착 시부터 흥미진진했다.
학회장은 베이징 중국 국가 컨벤션 센터(CNCC)로, 중국답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학회장에서 학회가 열렸다. 처음 개회식이 열리는 메인 홀은 크고 거대했고, 세계 각국의 장차관급 보건행정공무원, 전통의학 각 분야의 전문가, WHO 관계자 그리고 중국 고위관리층 등 여러 VIP들이 참가했기에 출입증의 큐알코드와 안면인식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입장 자체가 불가했다.
개회식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시진핑 주석의 축하메시지를 낭독했고, WHO 사무총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했다.
WHO의 브루스 에일워드는 WHO의 목표는, 보건 시스템의 전면적 보편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통의약의 발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하며, 보건분야의 여러 과제들이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학 중 전통의약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태국 대표는 이번 전통의약대회를 통해, 세계의 전통의약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고, 교류를 통해 자국의 전통의약을 발전시키며 서로의 보건정책, 교육 및 실천을 이해할 수 있게 돼 전통의약이 보건의료체계에서 더욱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연설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말 많은 전통의약을 연구하고 전통의약의 정책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고, 대한민국 한의학이 세계의 전통의약의 한 파트를 담당하면서 전 세계의 전통의학의 장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세계 속에서의 한국 한의학의 위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틀간 이뤄진 학회에서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다양한 강연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인상적인 주제는 ‘한약의 품질 관리(quality control)’에 대한 것이었다. 중국의 구어드안 교수는 수많은 화학성분을 포함하는 한약의 특성상 품질 관리가 매우 어려움을 지적하며, 수년간 수행해 온 품질 관리 접근법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팀은 화학적, 대사적, 생물학적 분석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삼위일체 분석(trinity analysis)’을 중심으로 한 심층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한약의 품질 지표를 명확히 하고, 품질 표준을 확립하고자 했는데, 이를 과립제, 완제품 형태의 한약, 고전적인 형태의 한약 등 다양한 형태의 한약 및 한약제제에 적용해 왔음을 설명했다. 이 강연을 통해 한약의 품질 관리가 단순한 성분 분석을 넘어 임상적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생각하게 됐다. 또 일본의 도시아키 마키노 교수는 한약의 품질 관리에 대해 특정 마커 화합물(marker compound)이 아닌 활성 성분(active compound)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자(附子)는 중국 약전에 따르면 benzoylaconitine, benzoylhypaconitine, benzoylmesaconine이 지표 성분으로 명시돼 있으며, 이들의 함량에 따라 부자의 품질이 정해진다. 하지만 마키노 교수는 본인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한 부자의 활성 성분은 neoline이었으며, 신경병증성 통증에 있어서는 neoline 함량이 높을수록 부자의 품질이 좋다고 평가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은 한약의 실질적 효능을 증대시키는 방법론으로써 매우 설득력이 있었고, 한약의 품질 관리에서 전통적 방식과 현대과학적 접근법의 균형을 찾는 그의 관점은 한의약의 현대화에 있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WFCMS) 종양분과 학회가 열렸다. 광안문병원 종양과의 정홍강 교수님의 학회인사말과 함께 학회가 시작됐다. 첫 번째로 유화승 교수님께서, 발표를 하셨는데, 유화승 교수님께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온도 민감성과 특정 유전자 변이의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를 발표하셨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가진 NSCLC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냉·열 점수와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기 위해 GWAS를 분석한 결과, 4번 염색체 SORCS2 유전자의 rs145814326과 9번 염색체 SEMA4D 유전자의 rs79297667 변이가 각각 한증 점수와 열증 점수와 유의미하게 연관돼 있었음을 발표하셨다. 이 외에도 광안문병원 호우웨이 교수님의 중서의 결합을 통한 폐암치료, 중의과학원 펑리 교수님의 식도암 치료에 있어서의 중서의 결합의 발전, 캔터키 대학 양신셩 교수님의 폐암에 있어서 플리에코딘 D 성분의 세포사멸 유도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날 저녁에는 광안문병원 종양과에서 우리 한국 대한암한의학회 팀을 위한 만찬을 열어주셨다. 특히 광안문병원 종양과의 박병규 교수님을 뵌 것이 너무 뜻깊은 자리였다. 대한민국 최초로 한의종양학의 지평을 열어주신 경희대 최승훈, 원광대 문구, 대전대 조종관 교수님께서 중국에 오셔서 중의종양치료를 참관하실 때 박병규 교수님께서 멘토의 역할을 해주셨고 또 유화승 교수님께서도 6개월간 이곳 베이징 광안문병원 종양과에서 연수를 하셨다고 방선휘 휘림한방병원장님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살아계신 한의종양학의 최고 권위자를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영광이었다. 다른 광안문병원 종양과 관계자들과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미국 캔터키 대학에서 전립선암의 PDCD4(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4)에 대해 연구하시고 돌아온 타이순 박사님과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박사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광안문병원과 중의학계에서 임상도 매우 중요시하지만, 기초에 대한 연구도 굉장히 중요하게 진행하는 것을 들으며, 중의학이 세계적으로 근거중심의학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광안문병원 종양과 참관이 있었다.
광안문병원까지 숙소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했다. 처음 본 광안문병원은 정말 거대한 병원이었다. 이 거대한 병원이 중의중심 병원인 것에 놀라고, 환자가 정말 많은 것에 또 놀랐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층별 안내도에서, 중의병원에서 방사선종양학과도 있고, 외과도 있고, 면허의 범위가 서의와 큰 차이가 없이 중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종양과 병동 참관을 했다. 병동 입구에서 중의사 선생님께서, 광안문병원에서 사용중인 중의약 제제를 소개해 주셨다. 경구투여하는 약부터, 고삼추출물로 구성된 정맥주사제, 황기 인삼추출물로 구성된 정맥주사제, 아출추출물로 구성된 흉수치료제 등 다양한 정맥주사제도 소개해 주셨다. 실제 병동에서, 이런 한약기반 정맥주사제가 거의 모든 암환자들에게 투약 중이었다. 중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암환자의 여러 증상들을 (특히 기력저하) 양약이 해결하지 못할 때 한약기반 정맥주사제가 큰 역할을 해줄 때가 많아서, 중의병원에서는 한약기반 정맥주사제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병동에서 편평상피세포 폐암 수술 후 항암치료 중 기력저하 및 통증을 주소증으로 입원 중이신 환자분의 치료도 참관했다. 환자분의 기력저하와 통증 치료를 위해, 한약정맥주사제제 치료를 하고 있었다. 또 귀에 왕불류행 이침을 시술하고, 족삼리혈을 중심으로 족양명위경 경락을 따라 굵은소금과 오수유로 만든 팩 형태의 온열치료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