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盧正祐(1918〜2008)는 동양의약대학 교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 경희대 부속한방병원 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쌓은 한의학자이다.
1994년 『東洋醫學』 9월호에 노정우 교수는 「哲學과 醫科學의 만남」(東西醫學 架橋의 試論)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융합적 만남을 시론적으로 검토했다. 이 시기 그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활동하는 시기로, 그의 소속을 ‘동서의학연구교육재단(미국하와이)’로 표기하고 있다.
그는 서두에서 한의학을 현대의학의 공백과 문제점을 채워줄 대안적 의학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현대의학의 공백과 문제점의 실례로서 중풍의 예방에 체질과 증상에 큰 구별이 없어 특정 약물을 거리낌 없이 장기 투여하는 것, 92년부터 93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유행성 감기에 대한 해열진통제의 남용에 의한 부작용 등을 들었다. 이러한 미해결의 분야에는 연구방법의 바꿈, 인체의 질병을 보는 인식 방법의 교체 등의 과감한 개혁사상의 도입이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병명 + 투약 = 치료’인 서의요법과 ‘처방의 적응조건 + 처방에 맞는 증후군’인 동의요법을 구분하고 동일한 병명이지만, 환자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하기 때문에 적합한 특수처방으로 병에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유행성 감기의 한방처방을 △KATARSIS형(가미이진탕, 삼소음, 형방패독산) △호흡기형(삼소음, 마행감석탕, 소청룡탕) △위장형(곽향정기산, 육화탕, 불환금정기산, 인삼양위탕) △간장형(형방패독산, 소시호탕, 시호사물탕) △과로형(쌍화탕, 보중익기탕) △노인형(태음조위탕, 조위승청탕, 보중익기탕) △류머티스형(구미강활탕, 가미사물탕)으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노정우 교수는 한약의 약물요법의 특징으로 소화, 흡수에 부담을 주지 않고 흡수됨, 물에 잘 용해되는 성분을 가진 자연물이기 때문에 식물과 같이 쉽게 소화흡수되는 장점이 있음, 한약을 사용하면 인체가 필요한 성분만을 받아들이고 필요치 않은 것은 배설해버리고 받지 않음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의사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처방은 300여년 내지 6∼700년의 장기간에 걸쳐 생체실험 내지 임상경험을 거친, 가장 안전하고 약효가 보장된, 부작용이 수반되지 않는 처방인 것이다.”
미국에서 사상체질의학 위주로 치료한 7개의 치험례를 제시하면서 동서의학의 장단점을 체크할 수 있는 기회로서 그는 동서의학의 융합적 시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1세기의 새로운 의학은 과학을 능가하고 초월한 곳에서 새로운 철학적 인식으로 생명을 이해하고 질병을 규명할 수 있는 높은 차원의 의학사상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첫째, 생체와 질병을 보는 인식의 전환으로서 ①현미경적 시각에서 망원경적 시각으로의 전화 ②연구방법에 있어서 수직적 사고에서 수평적 사고로의 전환 ③질병과 생명현상에 대한 분석-종합-총합적 관찰(부분과 전체와의 관계) ④각 장기 상호간의 연관성에 관한 인식을, 또한 둘째 동양고유의 사상체질의학 사상의 도입으로서 ①날로 불어나고 있는 화학약물의 해독으로 오는 醫原病, 체질별로 약을 구별하여 쓸 때 일체의 부작용없는 사상체질의학의 특장 도입 ②오늘날 의학의 추세가 분과에서 점차 종합적인 방향으로 지향하고 있는 추세의 반영 ③체질의학을 주축으로 하여 동서의 의학이 제휴와 합작을 통해 새로운 국가기간산업의 하나인 보건의약산업을 도모할 것 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