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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4일 (일)

유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유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④
“유급에 대한 우리의 태도, 학풍, 한의대 문화 등 여러 가지 고찰해 볼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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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한의대생들의 교류 단체 ‘대신만나드립니다(대만드)’ 주최로 열린 ‘대만드 살롱’에 연자로 초대되어 다녀왔다. 

 

한의대생들의 진로 탐색과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오프라인 행사였는데, 전국에서 지원한 열정적인 한의대생들과 반가운 만남의 시간이 꽤 의미 있었다.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을 미리 전달받고 강연을 준비하다 예전 학생 시절에 했던 고민을 요즘 한의대생들도 그대로 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질문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게 했던 질문은 유급 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한의대 유급제도의 존재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유급제도의 폐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급이라는 제도는 필요할까?


사실 타 전공 대학생들은 유급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등 특정 전공에만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과목 성적이 낮다고 해서 한 학기나 1년을 쉬었다가 후배들과 함께 다시 수강해야 한다는 점은 졸업이 늦어지고 그만큼 사회 진출이 늦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해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한의과대학에서는 유급된 학생이 해당 교과목만 재수강하도록 하지 않고 전체 교과를 다시 수강하도록 하기 때문에 한의대 학생들에게 유급은 반드시 피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학생들은 유급이라는 제도가 불필요하고 때로는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험 성적이 낮아서 받는 벌칙으로 생각한다면 과도하다고 불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시험 문제의 오류나 채점 기준의 정당성 등을 문제 삼아 유급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나 유급이라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 직업의 특성상 특정 기준이나 역량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무사히 진급시키고 졸업시킨다면 추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 교과에서 목표로 한 학습 기준을 달성하여 유급을 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의학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유급이라는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 제도를 둘러싼 우리의 태도나 학풍, 한의대 문화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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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드 살롱’에 연자로 초청된 필자.

 

유급시키는 것만이 능사일까?


현재 한의대 학생들은 선배들, 동기들을 통해 어떤 교과목의 어떤 교수님이 유급을 주시는지, 안 주시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유급이 많이 나온다고 알려진 교과목의 학습에 편중되는 현상이 드러난다. 

실제 학습의 중요도나 본인이 흥미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유급을 피하기 위한 학습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의료인으로 성장해 나간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교수님을 조심하라는 유급에 대한 정보의 공유보다는 어떻게 공부하면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선배들의 팁이 공유되어 학생들이 한의학 학습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유급을 당한 학생은 무조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고, 성적은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방관자적 입장은 교수나 학과가 지양해야 할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유급을 당했으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수강할 때는 정신차려서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것은 교육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과에서는 학업 성취가 낮은 학생들이 과연 무엇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파악하여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학생에 대한 맞춤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역량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서 유급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이 역량에 도달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교수자 역시 유급 경험이 있는 학생에 대해 낙인을 찍고 편견을 갖거나, 유급이라는 제도를 무기 삼아 부당하게 학생을 통제하는 것을 삼가야 할 것이다. 

학생이 유급당한다면 그 결과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모든 성적 산출 기준을 제시하고 의혹의 빌미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유급을 경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유급이나 휴학 이후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심리적 불안이 가장 높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은 우울이나 편집, 신경증적 경향도 유의하게 높아 정서적으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면 더욱 내재화되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의대생이나 한의대생들이 진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10대 시절 학업성취도가 매우 우수한 학생으로 성장했다가 대학에 와서 학업 실패를 처음 겪게 되는 것으로, 그 충격이나 공포는 생각보다 매우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학업 성취가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도 교수가 참여하는 상담 체계를 마련하여 학생 상담을 활성화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업 실패를 극복하거나 예방하도록 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며, 학생의 복학 후 학교생활 적응 과정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과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학교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면 6년제 과정을 10년이 넘도록 재학하고 있는 안타까운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반복해서 유급되는 상황이라면 학과 차원에서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반면, 입학부터 본인의 의지대로 입학하지 않았거나 한의학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다른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의 경우도 있는데, 청춘을 허비하지 않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학생들 역시 학과나 학교의 상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누군가에게는 유급 경험이 상처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본인 자신에 대한 파악과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오히려 그 경험이 약이 되어 복학한 이후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이며 훌륭하게 학업을 마치는 학생도 많다. 

 

낮은 성적으로 매 학기 유급에 대한 걱정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기보다는 모든 학생들이 유급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즐겁게 한의학을 학습하여 양질의 의료인으로 성장해 나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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