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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5일 (목)

[시선나누기-33] 나비가 있습니까?

[시선나누기-33] 나비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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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 (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이가 타박타박 무대로 걸어 나온다. 맨손의 아이. 맨발의 아이. 타박타박 계산 없이 걷는 아이의 걸음. 이리저리 고개 돌리는 아이의 호기심. 아이의 빨간 코. 

 

눈앞에 나비 한 마리가 간다. 아이는 나비를 본다. 나비는 팔랑거리는 나비. 이리저리 공중에 난 길을 제멋대로 가는 나비다. 흰 나비인가? 노란 나비인가? 형체가 없는, 나풀거리는, 나비는 단 한 마리 나비. 지금 눈앞에서 아이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나풀나풀 가져가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 이것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나비. 

 

당신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나비를 따라 흔들린다. 당신의 발걸음이 휘청휘청 나비를 쫓아 걸어간다. 당신은 나비에게 다가가고 싶다. 당신은 나비와 함께이고 싶다. 당신은 나비 날개를 만지고 싶다. 당신은 나비를 가지고 싶다. 오로지 나비를 가지는 것만이 세상에서 해야 할 단 한 가지 일인 것처럼. 당신은 나비를 잡으려고 한다. 

 

당신의 어깨에는 나비를 잡아넣을 상자가 기다란 끈에 매여 있다. 당신 손에는 나비를 덮칠 커다란 잠자리채가 투명하게 들려 있다. 잠자리채와 나비채는 어떻게 다른가,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당신은 팔을 뻗는다. 온몸이 팔을 향해 쏟아지는 것 같다. 당신은 오로지 팔 하나인 것처럼, 눈빛도 숨소리도 팔 하나에 다 몰아넣은 것처럼 나비를 향해 간다.


당신은 그렇게 한 사람을 잃는다


단 한 마리 나비를 찾기 위해서 당신이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 아니라 해도, 당신 손은 나비채와 똑같은 모양으로 길어나 있다. 당신이 단 한 마리 나비를 잡으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아닐 텐데도, 당신의 가슴은 나비 한 마리를 넣을 작은 상자가 되어 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준비가 일순간에 마련된다. 계획이란 것은 당신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당신이 아는 세상의 모든 법칙을 덮으며 나비가 있다. 당신에게 시간이란 이 순간뿐이다. 

 

당신은 아이처럼 호동그래진 눈으로 사로잡히고, 당신은 아이같이 가볍게 땅에서 뛰어오르고, 당신은 아이처럼 오직 나비만 보고, 당신은 아이같이, 아이같이 온몸으로 나비를 향한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던진다. 나비채처럼 둥근 테를 갖춘 마음을, 촘촘한 그물눈의 마음을, 단박에 덮칠 긴 장대 모양의 마음을. 당신은 나비를, 단 하나의 나비를, 가진다.

 

당신은 그렇게 한 사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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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상자에 나비를 넣고 기쁘게 바라본다. 기쁘게 흔든다. 상자 안에서 나비는 이리저리 흔들린다. 아이는 상자를 매고, 아이는 상자를 다시 들여다보고, 아이는 기쁘게, 나비를 흔든다. 나비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이는 다시 상자를 흔든다. 나비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이가 상자에서 나비를 꺼내 손바닥에 올린다. 걱정스럽게 나비를 살핀다. 아이가 나비를 공중에 띄운다. 땅으로 나비가 떨어져 내린다. 아이는 나비를 손바닥에 올리고 어쩔 줄 모른다. 나비를 가슴에 품고 어쩔 줄 모른다. 아이는 나비에게 귀를 갖다 댄다. 발을 구른다. 나비를 다독인다. 나비를 제 가슴에 안고 쓰다듬는다. 아이는 저보다 더 쪼그만 아기를 돌봐야 하는 아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근심 어린 눈빛으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끝으로, 나비를 감싼다. 

 

당신은 그렇게 한 사람을 잃는다.


당신은 그렇게 한 사람을 가졌다


아이는 나비를 어깨에 얹지 않고, 아이는 나비를 머리에 얹지 않고, 아이는 나비를 무릎에 앉히지 않고, 오직 제 가슴에 갖다 댄다. 제 가슴을 내어주고 나비를 눕힌다. 온기와 숨과 박동과 할 수 있는 한 가장 커다란 후회를 동시에 내어준다. 나비를 쓰다듬는 아이는 선 채로 종종거리며 제 가슴을 쓰다듬는다. 아이는 제 마음을 쓰다듬는다. 할딱이는 나비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이의 심장처럼 멎을 듯 멎을 듯 숨을 이어간다. 시간은 멀고 영원한 것처럼 아이의 눈썹 끝에 매달려 있다.

 

나비가 움직인다, 당신의 손 안에서. 날개를 파닥거린다, 당신의 가슴 위에서. 당신은 환호한다. 기뻐서 발을 구른다. 당신은 웃는다. 나비를 가슴에서 꺼내며 당신은 나비를 공중에 놓아 본다. 나비가 난다. 당신은 나비를 놓아 보낸다. 나비가 날아간다. 나비채로 나비를 잡았을 때처럼, 나비채로 나비를 잡았던 순간보다 더 크고 환하게, 당신은 웃는다. 나비채와 나비상자를 던져버린 당신이 웃는다. 

 

당신은 그렇게 한 사람을 가졌다. 


당신은 당신을 겨우 쓰다듬는다


당신의 손은 나비채 모양이 아니고, 당신의 가슴은 상자 모양이 아니다. 당신은 아프고 당신은 기쁘다. 당신은 자유롭다. 

 

“마르셀 마르소라는 프랑스 배우가 있어. 찰리 채플린이 영화에서 마임을 알렸다면 이이는 연극 무대에서 마임을 펼쳤지. 우리나라에도 두어 번 왔었어. 그 사람이 오래전에 만든 작품이야. 빨간 코? 그냥 빨간 코라고 부르지 뭐. 그걸 쓰면 재밌잖아. 어린이들 만날 때나 심각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 싶을 때 빨간 코를 써. 그게 광대를 표현하는 거잖아. 코믹한데 깊은 얘기를 할 때, 깊은 얘기를 코믹하게 하고 싶을 때 빨간 코를 쓰지.”

 

길지 않은 무대를 빨간 코를 쓴 아이가 다녀갔다. 보이지 않는 나비를 보이지 않는 사랑이 만지다가 갔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마임 배우의 손끝에서 나비와 함께 실재하는 것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당신과 나에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 가슴 속에서 저처럼 한 사랑이 일어났다 스러진다. 한 통증이 가슴을 덮치고 사라진다. 왼쪽 가슴에 손을 얹은 저 포즈는, 자기 자신을 보는 듯 제 사랑을 보는 듯 멀리 던진 저 눈길은, 무엇을 아련하게 쓰다듬고 있는가? 당신은 당신을 겨우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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