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우 원장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제 환자에 대해 파악했으니 구체적인 실천 전략들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이 환자의 매일의 혈당 수치를 피드백 받으면서 어떤 요인이 혈당을 올리는지 파악하고 그 요인들을 제거하면서의 변화를 계속 추적해야 합니다. 더불어 한의사로서의 처방, 치료 방법들을 조합하면서 변화를 살펴봅니다.
그에 앞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시다. 이하는 처음 ‘당뇨병 클리닉’ 상담 오시는 분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한 반에 많으면 55명까지 수업을 들었어요. 앞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을 하는데 누구는 수업에 집중하면서 필기도 하지만 중간에 아예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있고 가지각색이죠. 지금 당뇨병 관리가 이랬습니다. 우선 혈당을 재보고 기준치가 넘어가면 당뇨약 처방 받지요. 당뇨약 복용하면 우선 혈당은 잡히는 것 같지요.
그리고 나서 나름 개인별로 당뇨병 관리한다고 별의 별것을 다 찾아봅니다. 여주가 좋니, 귀리가 좋니, 뭐가 좋니 온갖 광고를 보면서 건강식품이라는 것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한다고 하루에 한두 시간씩 걷습니다. 그게 정말 좋은 건지도 모르고 계속 합니다. 누구에게는 식습관이 안 좋아서, 또 누구에게는 수면이 안 좋아서 당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기타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측정하지 않고 피드백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계속 당뇨약만 복용하면서 세월이 갑니다. 그런데요? 유능한 과외 선생님이 옆에서 공부하는 진도를 체크해서 숙제도 내주고 틀린 것 가르쳐 주고 그러면 어떨까요? 55명 수업을 한 번에 듣는 게 아니라 학생 진도에 맞게 개별 지도를 하면 달라지겠지요? 당뇨병 치료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 한의사는 환자를 체질별,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에 그렇게 우리는 한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병은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근본으로 돌아가자고 그랬지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한 생활습관병은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됩니다. 그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코칭을 우리가 하면 되기에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시행하기 전에 우리는 당뇨병 환자의 습관을 바꿔주는 습관 코치라고 정의를 내립시다. 이어 습관 코칭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습관의 알고리즘을 밝힌 <해빗 HABIT>,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참고로 당뇨병 클리닉에서 우리 한의사가 적용할 부분을 예시로 알려 드립니다.
첫째, 분명한 목표 설정: 환자에게 당뇨병 관리를 위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돕습니다. 당뇨병 환자를 초진 상담하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수의 환자가 몇 년 동안 당뇨약을 복용하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혈당을 체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냥 수동적으로 당뇨약을 타다 복용하면서 그때에만 내과 가서 혈당 체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3개월에 한 번 당뇨 수치를 체크하고 약을 복용하면서 점점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는데 자신의 당뇨병이 관리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일 혈당 체크를 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매일 혈당 체크를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섭취하는 날에 특히 혈당이 올라가는지, 그날 여행가서 잠이 들지 못했을 때 다음날 공복혈당이 평소보다 높았는지, 어제 음주를 해서 다음날 공복혈당이 높았는지를 아는 것부터가 당뇨병 치료의 시작입니다.
이후 매일의 공복혈당 수치를 하향평준화 시킨다는 확실한 목표 설정이 필요합니다. 측정할 수 있어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하고, 어떤 습관이 당뇨병 관리에 긍정적인지 명확하게 합니다.
둘째, 구체적인 행동 계획: 매일 혈당을 체크하면서 그날그날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하며 분명한 목표를 설정했다면, 다음에는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환자가 일상에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끼, 하루 중 당질제한 g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어떤 음식이 당질이 많이 포함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이후 이렇게 당질제한을 했을 때에 1주일, 2주일 후 중성지방, 공복혈당의 변화, 나아가 체지방 감소를 환자가 인지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어떻게 하면 숙면을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줄 수 있고 하루 운동량의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셋째, 환경 변화를 통한 습관 개선: 환자의 생활환경을 조정하여 건강한 습관을 장려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에 좋은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두고, 유해한 식품을 멀리하는 전략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당질이 적게 포함되었는지 알았으니 그 음식을 곁에 두어 쉽게 먹을 수 있게 하고, 그동안 당뇨병에 유해했지만 몰랐던 음식을 가정에서 제거하는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가령 그 사이 습관적으로 감자,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은 환자가 있으면 감자, 고구마를 다 치우게 하고 대신 견과류나 쥐포, 치즈 등 당질이 비교적 적은 군것질 거리를 마련해 둔다든지, 아침마다 일어나 공복혈당을 잴 수 있도록 침대 곁에 혈당계를 항시 준비하는 등의 환경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넷째, 마찰력을 활용해서 나쁜 습관 고치기: 건강하지 않은 습관을 줄이기 위해 일종의 ‘마찰력’을 만들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해 나쁜 습관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습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거리 마찰과 행동 마찰 등 마찰력을 활용하는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 3회 이상 운동하기라는 달성해야 할 습관이 있다면, 멀다는 핑계로 운동을 자꾸 미루는 습관을 제거하기 위해 먼 헬스장 대신 동네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집 앞 공원에서 운동하도록 해서 마찰력을 줄일 수 있고 일찍 자서 숙면을 취하기라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매일 밤마다 늦게까지 스마트 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습관을 제거하기 위해 스마트 폰의 깊숙한 곳에 앱을 저장하거나 자동 저장을 해지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꿀 수 있고 퇴근하고 스마트 폰의 충전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보상과 재미: 단기적인 보상 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내재적인 보상, 그리고 다른 행동과 연결하는 전략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금연, 감량, 운동 등의 대가로 보건의료 프로그램에서 대상자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형식을 가진 경우에 프로그램의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의 목표를 설정해서 보상이 이뤄지면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경우보다는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지속성의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습관의 형성 측면에서는 단기적인 보상보다는 더 장기적인 보상이, 외재적인 보상보다는 내재적인 보상이 더 습관 형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당뇨병 클리닉을 하기에 앞서 진단 설문지에서 클리닉 이후의 원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도록 유도합니다.
여섯째, 일상 속 신호의 활용: 환자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신호를 활용하여 습관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예를 들어 유혹 묶기 전략과 바꿔치기 전략을 활용 가능합니다. 유혹 묶기 전략은 현재 습관과 내게 필요한 습관을 묶습니다. 가령 듣고 싶은 팟캐스트가 있으면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면서 듣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기 전에 공복혈당을 재는 습관을 묶을 수도 있습니다. 바꿔치기 전략은 면 음식을 먹고 싶은 열망이 있으면 일반 면에서 곤약 면으로 대체할 수 있고, 탄산음료를 먹고 싶은 열망을 탄산수나 생수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두 가지 습관을 묶거나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 습관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일곱째, 습관의 자동화와 반복: 건강한 습관을 자동화하고 일상에 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환자가 습관을 더 오래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만듭니다. 여러 습관들을 조합해서 반복하다 보면 자동화가 되고 저항 없이 계속 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공복혈당을 재고, 일정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샤워 후, 정해진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는 습관을 들입니다.
환자의 행동 변화 유도하는 전략 운용
이러한 전략들은 한의사로서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와 생활환경에 맞추어 더욱 당뇨병 치료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환자들이 습관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방을 쓰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조합해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전략을 운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