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2 (월)

  • 맑음속초14.1℃
  • 구름많음12.4℃
  • 구름많음철원11.2℃
  • 구름조금동두천12.1℃
  • 구름많음파주11.1℃
  • 구름조금대관령5.5℃
  • 구름많음춘천13.0℃
  • 구름조금백령도17.1℃
  • 맑음북강릉14.4℃
  • 구름조금강릉15.7℃
  • 구름많음동해14.5℃
  • 맑음서울16.7℃
  • 맑음인천18.0℃
  • 맑음원주13.9℃
  • 맑음울릉도15.7℃
  • 맑음수원13.5℃
  • 맑음영월11.1℃
  • 맑음충주11.5℃
  • 맑음서산12.1℃
  • 맑음울진14.0℃
  • 맑음청주16.5℃
  • 맑음대전13.6℃
  • 구름조금추풍령10.0℃
  • 맑음안동13.7℃
  • 맑음상주11.8℃
  • 맑음포항16.9℃
  • 구름많음군산15.1℃
  • 구름조금대구14.8℃
  • 구름많음전주15.9℃
  • 구름많음울산15.2℃
  • 흐림창원19.0℃
  • 흐림광주18.6℃
  • 구름많음부산19.3℃
  • 구름많음통영18.7℃
  • 구름많음목포18.4℃
  • 흐림여수21.0℃
  • 구름많음흑산도18.6℃
  • 흐림완도18.1℃
  • 구름많음고창15.0℃
  • 흐림순천13.4℃
  • 맑음홍성(예)12.3℃
  • 맑음12.4℃
  • 흐림제주20.3℃
  • 흐림고산19.4℃
  • 흐림성산18.7℃
  • 흐림서귀포21.4℃
  • 구름많음진주14.8℃
  • 맑음강화13.7℃
  • 맑음양평13.6℃
  • 맑음이천12.4℃
  • 구름조금인제11.6℃
  • 구름많음홍천12.3℃
  • 구름조금태백7.5℃
  • 구름조금정선군9.7℃
  • 맑음제천9.6℃
  • 맑음보은10.3℃
  • 맑음천안11.5℃
  • 구름많음보령14.9℃
  • 구름많음부여12.9℃
  • 구름조금금산10.8℃
  • 맑음13.5℃
  • 구름많음부안15.8℃
  • 구름많음임실12.5℃
  • 구름조금정읍14.6℃
  • 흐림남원15.1℃
  • 구름많음장수9.8℃
  • 구름많음고창군15.1℃
  • 구름많음영광군16.6℃
  • 구름조금김해시17.2℃
  • 흐림순창군14.4℃
  • 구름많음북창원18.6℃
  • 구름조금양산시17.3℃
  • 구름많음보성군15.6℃
  • 흐림강진군16.7℃
  • 흐림장흥15.9℃
  • 흐림해남15.4℃
  • 구름많음고흥16.5℃
  • 흐림의령군13.7℃
  • 구름조금함양군12.2℃
  • 흐림광양시18.5℃
  • 흐림진도군15.7℃
  • 맑음봉화10.0℃
  • 맑음영주10.2℃
  • 맑음문경11.5℃
  • 맑음청송군9.4℃
  • 맑음영덕12.4℃
  • 맑음의성11.0℃
  • 구름조금구미12.8℃
  • 구름조금영천11.8℃
  • 구름조금경주시11.9℃
  • 구름많음거창11.2℃
  • 구름조금합천13.7℃
  • 구름조금밀양14.5℃
  • 구름조금산청12.8℃
  • 흐림거제17.9℃
  • 흐림남해18.1℃
  • 구름조금17.9℃
“내일 집에 갈 거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 집에 갈 거다”

한의학 웰빙 & 웰다잉 12
병원에서의 투병 생활은 누구에게나 인고의 시간

김은혜 (1).jpg


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지켜본 바로는 암 환자의 생은 희망과 두려움의 끝없는 싸움이다. 팽팽하던 싸움에 꼭 한 번씩 두려움이 승기를 잡을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당연했던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때’인 것 같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즈음이면 한 병실에서 숫자를 세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둘! 셋!” 소리를 따라가면 스쿼트를 하는 남자가 보인다. “넷! 다섯! 여섯!” 처음에는 환자를 유별나게 생각하던 병실 사람들도 지금은 같이 개수를 세어가며 앉았다 일어나고 있었다.

환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왕년에 잘나가는 체육관 관장이었다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듣고 “아, 헬스장 트레이너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본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체육관은 국가 대표 선수도 양성하던 전문 트레이닝 짐(gym)이었기 때문에 ‘관장님’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업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관장님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암을 진단받은 지 5년 차를 향해 가는 사람이었는데 팔다리에는 여전히 근육이 모양대로 꽉 잡혀 있었다. “내가 아직도 우리 아들이랑 축구 경기 뛰는 현역이야. 허벅지 튼튼한 거 보이지?” 운동하는 모습을 벽에 기대어 구경하고 있으면 하던 동작을 멈추고 바지를 살짝 걷고서 허벅지를 탁! 치며 종종 하는 말이었다.


“나도 승부욕이 생기잖아~!”

 

말기 암 환자가 많은 병동이라지만 드물지 않게 완치를 앞둔 사람도 오곤 한다. 매일같이 기대 여명을 읽어나가는 일상에서 완치 D-day를 세고 있는 환자들이 찾아오면 짓눌린 어깨가 잠시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관장님은 간암을 진단받고 1년간의 치료 후 3년 동안 재발 없이 잘 유지되어 완치 판정을 2년 남겨두고 있었다. 

 

물론 암 치료를 견디던 때는 지금 회상하기에도 깜깜한지 입에 올리는 것을 꺼렸다. 가끔 꺼내는 말을 들어보면 술 담배를 한 것도 아닌데, 날 때부터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받은 검사에서 암이 갑자기 발견되었다고 한다. 처음 진단받을 때부터 폐에 전이가 있는 4기 간암이었는데도 치료를 마치고 지금까지 재발이 없는 건 의학적으로 기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마도 투병하는 내내 꾸준히 해온 운동의 덕이 컸을 것이다.

 

“직업이 그렇다 해도 병원에서까지 매일 운동하시는 건 대단하세요.” 바지까지 걷어붙인 허벅지 자랑에 찬사를 답으로 보냈다. “아들이랑 놀아주려면 다리 힘을 키워야 해~ 맨날 축구하자고 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못하기라도 하면 나도 쉬엄쉬엄 할 텐데 경기 뛰다 보면 애가 자꾸 내 공을 뺏어 가니까는~ 나도 승부욕이 생기잖아~”

 

역시나, 열정의 기동력에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컸다. 아들은 축구 선수가 장래 희망인 초등학생이었다. 늦둥이로 태어난데다가 환자가 사는 곳이 고령 인구가 많은 곳이라, 오랜만에 동네에 등장한 꼬맹이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컸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예뻐해줘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동네 사람들 집에 아이를 맡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못 본 새에 키가 쑥 자란 아들이 혼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퇴근길에 우연히 보고 ‘애가 저렇게 혼자 있는데 돈 벌어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 그때부터 환자는 아들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같이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로는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자기를 자꾸 찾아서 귀찮다”고 표현했지만 아들 이야기를 하는 중에 번져가는 입가의 미소는 숨길 수 없는 듯했다.

 

김은혜교수님2.jpg

 

“선생님, 다리가 안 움직여진다”

 

어느 날, 숫자 세는 소리가 들릴 법한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병실이 조용한 것이 이상해 얼굴을 보러 갔다. 환자가 인상을 찡그린 채 누워 있었다.

“아, 선생님. 요 며칠 다리가 좀 이상해. 앉았다 일어나면 오른쪽 엉덩이가 아파. 걸을 때나 누워 있을 때는 괜찮은데…… 처음에는 묵직하기만 하더니 오늘은 좀 우리우리하네(욱신욱신하네).”

퇴원을 앞둔 시기였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아들과의 축구 약속이 있었다. 관절 가동 범위를 확인해 봤더니 모두 정상이었다. 아마도 운동 중에 삐끗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후 며칠간 운동을 쉬게 하면서 증상을 지켜봤더니 이내 곧 “안 아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과 놀다 보면 승부욕이 자극된다던 아버지는 곧바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원래는 스쿼트를 한번 시작하면 200개 정도까지 하시는 분이라 오랜만에 다시 들리는 숫자 세는 소리를 반가워하며 “200!”이라는 외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소리는 도중에 멈췄고 병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급히 갔더니 오른쪽 엉덩이를 붙잡고 침대 위에 퍼질러 앉아 있는 환자의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 다리가 안 움직여진다.” 급하게 찍은 엑스레이에서 오른쪽 고관절 골절이 확인되었다. 이어서 찍은 CT에서 골절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관절을 타고 들어가 뼈를 갉아먹은 암 때문이었다. 

이전 영상에서는 너무 작아 알고 봐도 보이지 않는 점들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일부만 남아 있던 간에도 새로운 암 덩어리들이 점점이 생겨 있었다. 완치를 기다리며 아들과 축구 약속을 잡은 아버지에게 3년 만에 나타난 재발은 간과 고관절뿐만 아니라 폐, 척추 뼈, 쇄골 뼈까지 퍼져 있었다.

CT를 같이 보면서 재발된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가던 관장님은 컴퓨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곧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치료제가 많아 이전에 하셨던 치료를 제외하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위로인지 걱정을 더하는 건지 모를 말을 건넸다. 

그 말에 관장님은 “맞다. 내가 행복한 일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거지,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잖아”라고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상을 약탈당한 두려움이 삶에 대한 희망을 짓밟으며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부러진 고관절에 대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동안 운동은 전면 중단되었다. 당연히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아들과의 축구 약속은 기약 없이 밀렸다. 고관절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골절의 위험이 있는 뼈들도 차례대로 방사선치료가 결정되었고 그와 동시에 항암 치료는 어떤 종류부터 시작해야 할지 논의가 오갔다. 

며칠간 병실에 틀어박혀 있던 환자는 아들과의 영상 통화로 점차 희망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골절된 뼈가 완전히 어긋난 것은 아니었기에 살살 걸을 수는 있었던 환자는 매일 아침 방사선실로 걸어갈 때마다 “방사선 받고 올게!”라고 외치며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열흘간의 방사선치료가 끝나는 날이었다. 마침 항암제 종류도 한 가지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고 그다음으로 쇄골 방사선치료가 예정되어 있었다.

“방사선 받느라 고생하셨어요. 1, 2주 지날수록 엉덩이 아픈 거 점점 좋아지실 거예요. 힘드시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항암 치료를 시작…….” “아니, 내일 집에 갈 거다.”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예감할 수 있는 목소리와 말투였다.

“아들이 기다린다. 걸을 수 있을 때 축구하기로 한 약속 지켜야 된다. 치료는 나중에 집 근처에서 받을게.” “나중이 언젠데요? 그리고 일단 치료를 받으면서 오래 사셔야 아드님이랑 축구도 오래하시죠.”

 

“아니, 지금 내 1순위는 아들이다. 그 다음이 치료고. 그리고 선생님, 내가 간암을 버틴 지가 5년인데 이게 재발되면 앞으로 어떤 말을 들으면서 지내야 하는지는 내가 더 잘 안다. 일단 아들 얼굴 좀 보고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재발된 간암 4기의 평균수명은 일 년이 조금 넘는다. 

 

그 사실을 알고서 아들과의 약속이 먼저라고 말하는 듯한 관장님을 설득할 길은 없었다. 원하는 날짜에 집으로 보내드린 후 주말에 안부차 전화를 걸었더니 한층 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도 에너지가 넘쳤던 분이라 병원 생활에 적응을 곧잘 하셨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을 보고 더 기운 차린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누구에게나 병원에서의 투병 생활은 인고의 시간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문득 나조차도 환자를 살리는 치료라며 그의 일상을 뺏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정말 더 살 수 있는 건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면서 의사의 욕심으로 치료를 강요하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후에 연락을 더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걸어가기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삶의 희망을 되찾았을 거라 믿는다.

김은혜 연구원




  • [한의약 이슈 브리핑] 활짝 열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관문

  • 주영승 교수의 한약재 감별정보 <20> 패모

  • [한의약 이슈 브리핑] 한의사의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사용 합법

  • [한의약 이슈 브리핑]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사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소송 관련 탄원서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