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秉澤 先生(1935∼2016)은 1972년 경희대 한의대를 만학의 나이로 졸업하고 종로구에서 만춘당한의원을 개원했다. 현재는 아들 이필래(경희대 한의대 84학번) 박사가 한의원을 계승해 진료 중이다. 1974년 5월 창간호로 간행된 『월간 한의약』에는 이병택 선생의 임상연구로 「침 치료를 받기 전 알아야 할 상식」이란 두 쪽짜리 연구논문이 게재돼 있다.
그는 여기에서 ‘芝隱鍼灸醫學會 理事’라고 직함을 적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한방부인과와 침구과를 중심 전문과목으로 개원해서 한의사로 활동 중이라고 밝히면서 침의 작용을 ‘通氣’라고 하고 적혈구, 백혈구, 임파액 등 수많은 물질이 보이지 않는 기의 힘으로 순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침 치료를 받기 전 알아야 할 상식」에서 그는 ①기후 ②음식 ③심리적 작용 ④과로나 피로할 때 ⑤몸이 극도로 쇠약해졌을 때 ⑥시술을 받을 자의 자세 ⑦결론의 순으로 상식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알아야 할 침 치료 받을 때의 주의사항을 적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그의 목소리로 정리한다.

①기후: 일기가 온화하고 화창한 날씨에는 우리의 몸도 여기에 순응하고 있으나 소나기와 천둥이 치는 악천후에는 우리의 심리적 면과 육체적으로 침울하거나 우울하며 피부 또한 긴장한 상태 하에 있는 것이다. 좋은 날씨에 침을 맞는 것이 좋다. 그러나 피치 못해 맞아야 할 때는 상관없다.
②음식: 식사는 너무 과식한 후나 과음한 후는 피하는 것이 좋다. 급체로 關格이 된 경우는 제외하고 가급적 위의 부담이 적고 어느 정도 완하된 후에 침 치료가 좋다. 너무나 음식을 못 먹어서 기아상태에도 침은 피한다.
③심리적 작용: 침에 대한 공포심이 대단한 때에는 어느 정도 공포의 환경에서 벗어난 다음에 치료를 받아야 하며, 大驚·大怒時에는 마음이 안정된 후에 施鍼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시술을 받는 자나 시술하는 자도 같다. 예컨대 너무 화가 난 시술자가 침을 놓았다면 모르는 사이에 침으로 독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어긴 즉 쇼크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④과로나 피로할 때: 너무 과로하여 피로할 때에 침을 맞으면 얼마 아니 남은 氣力이 脫氣될까 염려된다. 식욕이 없어서 식사를 조금하고 맥 빠지게 간신히 왔을 때 차를 타고 막 들어온 경우, 뛰어서 숨이 차서 왔을 때 등은 5∼10분 정도 안정시킨 후에 침을 시술해야 한다.
⑤몸이 극도로 쇠약해졌을 때: 오랜 질병으로 피골이 상접하게 약화된 경우, 上血이나 下血을 많이 하여 貧血을 일으키는 때, 泄瀉를 많이 하였거나 땀을 많이 흘리며 氣와 血이 허약해졌을 때, 産後 얼마 아니되었을 때는 體液의 감소로서 남은 氣力을 소모시킬까 두렵기 때문이다.
⑥시술을 받을 자의 자세: 서서 있을 때 침을 놓는 것과 앉아 있을 때 침을 맞는 것과 편하게 드러누워서 침의 치료를 받을 때에 몸의 편안하고 불편하고에 따라서 머리가 팽돌며 아찔하다든지 속이 메식메식하여 토할 듯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어야 한다.
⑦결론: 이상의 내용을 시술자는 사전에 잘 파악하여 치료에 임해야 하고,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도 이해하고 치료를 받아야 질병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