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7 (화)
진수민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생
“나에게 한의학이란?”이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내가 한의학도가 되기로 한 이유가 빠질 수 없다. 그것은 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글을 읽는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내 글에서 어떤 조그만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써내려 간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갈 일이 꽤 자주 있었는데, 그건 내가 아파서가 아닌 어머니가 간호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이 나에겐 친숙한 장소이자 우상인 어머니가 오랫동안 머무는 공간으로 각인됐고, 막연하게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물론 병원에서 가장 바쁘셨지만 병원 밖의 평소의 삶 속에서도 의료인으로써의 역할을 요구받았다.
정보가 제한적인 배타적 집단이란 이미지로 각인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병원의 일을 잘 몰랐고, 그것이 본인의 몸이 아픈 것일지라도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어머니에게 물어 보곤 했다. 이건 사실 현재 사람들을 봐도 마찬가지인게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봐도 어떤 증상에는 어디 병원을 가서 무슨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걸 보면, 정보를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시대와 기술이 바뀌었을언정 사람들은 본인의 몸과 질병에 대해서 잘 모른다.
조금 더 크고나서는 병원을 단순히 모르는 것을 떠나서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크게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장기입원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그 전까지 병원은 아프면 언제든 찾아가서 얼마든 입원할 수 있고, 모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큰 병원들은 돈이 안되는 장기입원 환자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고, 생각보다도 더 많은 돈을 병원비와 간병비에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단 내가 어렸기 때문에 몰랐던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어머니에겐 본인의 부모가 아픈데 어떻게 요양급여를 받아 요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들어갈 수 있겠냐고 질문하는 전화가 참 많이 온다.
이렇게 내게 의료계란 일반인에게 알려진 정보가 제한적인 배타적인 집단이라고 느껴졌었다. 특히나 병원마다, 의원마다 처방도 그 안의 구성도 다른 한의계는 더욱 더 미지의 존재였다. 똑같이 사람을 치료하는데 어디가 아프면 한의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한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알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그 안이 궁금했고, 내가 직접 그 일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한의계는 다소 애매한 진료 및 치료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뿐만 아니라 한의사 본인도 자신이 이 의료행위를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학생들은 임상에서 어떤 술기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고,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 왜 사용되고 있지 않는지 잘 모르고 있다.
학생들을 대표해서 변명하자면 배워야 할 내용은 참 많지만, 실제 환자를 접할 기회는 학생 단계에서 많지 않아 관심을 가지기도 어려운 환경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면허권자가 돼 의료인이 돼도 남들은 어떻게 진료하는지 알 기회는 적다. 대부분이 5인 미만의 사업장에 파편화돼 살아가기 때문이다.
한의학을 당당히 멋진 친구로 소개할 날 기대
사회는 고령화로 접어들며 환자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의료인은 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게 될 것은 자명하지만, 한의사가 어떤 자세로 우리의 진료권을 보호하고 확장해 나가며 환자들에게 알릴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일개 학생인 내가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은 아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건 한의학이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를 먼저 알아가는 게 한의대생 그리고 한의사의 역할일 것이란 거다.
그래서 이를 같이 고민할 한의대생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내 욕심이고 그래서 부산대 한의전을 입학하자마자 편집부에 들어가 지금까지도 한의학을 알고 알리려 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까지의 시도는 그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있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게 한의학은 아직은 덜 친한 친구다. 얼굴은 많이 봤고, 뭐하고 사는지도 알지만 아직은 그 친구를 잘은 모르겠다. 다만 더 관심가지고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사귀다보면 언젠가는 한의학이란 친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당당히 멋진 친구라고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