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이은팔 선생(1912∼1967)은 1965년 그의 저술 『醫窓論攷』에 「紫斑病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자반병 치료 과정에서 疎風活血湯으로 치료해낸 경험을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몇일 전 중구 회현동 배원식한의원에 방문해 이종안 박사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을 소개해줘 찾아보게 됐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李殷八 선생은 大韓漢方醫學會라는 학술단체를 만들어 古方을 연구하는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학술적 토론을 이어간 한의사다. 아래에 그의 「자반병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紫斑病이란: 배원식 선생은 『신한방의학총론』에서 肌衄이라 하였다. 謝觀은 『중국의학대사전』에서 肌衄을 “血이 從毛孔中出也니 此乃陽氣怫鬱於內하여 致陰血上乘陽分하고 留淫腠理하여 不得歸經故로 血이 從毛竅而出이니라”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肌衄이란 혈액이 체표로 넘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자반병과는 다른 것이므로 血風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원인: 혈소판 감소, 혈액칼슘 저하, 혈관이상, 알레르기, 중독, 비타민C 결핍, 선천적 출혈소질 등.
○증상별 구분: 단순성 자반, 류마티증성 자반, 헤노호 자반, 출혈성 자반, 증세성 자반.
○치료: 원인을 구명하여 치료해야. 지혈제, 단백질제제, 간장제제, 비타민 C·K, 칼슘제제 등 사용. 수혈. 비장적출. 절대안정과 전신치료 등(이상원인, 증상, 치료는 서울대 의대 김성환 박사의 자료 『가정의학대전』 皮膚門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음).

○治驗1: 안모씨. 32세. 남자. 공무원. 장신으로 날씬함. 빈혈성 체질. 8개월 전부터 하퇴부에 자흑색 혈반이 발생하여 한의사, 양의사의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양의가 자반병이라고 말하고 수혈 2차례 받음. 그때마다 10여일 또는 20여일 혈반이 소실되나 다시 재발된다고 한다. 근일에는 전신으로 만연되고 코피, 토혈, 혈변이 때때로 계속된다고 한다. 토혈에 놀라서 엑스선조사를 위시하여 전신진찰을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1957년 5월14일 본원에 내원하였다. 맥은 浮數, 舌은 無苔, 대변은 이상없으나 때때로 자흑색의 혈변이 나옴. 소변은 이상없음. 안면은 萎黃. 하퇴부에 자흑색의 혈반이 나타나 있고 양측 슬관절과 고관절에 부종 홍조 흔열감이 있으며, 기거좌와에 통증이 있다고 한다. 별로 전신에 통증이나 소양감은 없다고 하며 음식부진, 권태감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 疎風活血湯 10첩을 투여하여 보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다음에 월비가출부탕을 5첩 투여하였으나 역시 효과가 없었다. 교애사물탕, 교애궁귀탕, 궁귀탕, 황토탕 등 지혈제를 투여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관절종통을 관절염의 일종이라 잡고 疎風活血湯을 5첩 투여, 궁여지책으로 자반병의 치료는 일단 단념하고 관절염이나 치료하여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랬더니 목표로 하였던 관절종통은 물론이고 혈반까지도 대부분 소실된 것이 아닌가. 다시 10첩을 투여, 혈반과 관절염이 완전히 없어졌다. 나머지 증상도 다 없어졌다. 혹시 재발이 우려된다는 환자의 요청으로 소풍활혈탕을 환제로 하여 1개월분을 투여해 오늘까지 만으로 8년이 지나도록 재발하지 않았다.
○治驗2: 13세의 여자아이. 체격은 短小. 빈혈질. 1개월 전부터 하퇴부에 점상 또는 반상의 피하출혈 발생. 그 외에는 이상이 없음. 1961년 3월18일 내원. 맥은 浮細, 舌은 無苔, 대소변 이상 없음. 腹證도 없음. 앞의 예와 마찬가지로 疎風活血湯을 4첩 투여. 이 4첩을 복용 후에 자반이 소실되고 현재까지 4년간 재발하지 않았음.
○治驗3: 20세의 미혼 여성. 비만형. 4일 전부터 하퇴부에 선홍색의 혈반이 발생. 전신권태, 식욕은 불변. 1961년 9월8일 내원. 맥은 沈數而實, 舌은 黃潤, 腹證은 없음. 대변은 2일에 한번 봄. 疎風活血湯 2첩 투여. 이 2첩으로 혈반이 소실되어 이상이 없으므로 일단 복용을 중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