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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보건의료정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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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행정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보건의료정책 기대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 국민의 실익 제고 차원으로 접근
한의의료기관 혈액 및 소변 검사, 헌재 허용 5종 의료기기 급여 시급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의사 포함하는 법적 근거 필요

의료기기 (2).jpg

 

국민 10명 중 8.5명이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전혀 변화 없는 낡은 규제로 인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활용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의사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4.8%가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했다.

 

이와 함께 ‘한의사가 현대 진단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진단만을 위해 양방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에 의료비를 절감하고 중복 방문의 불편함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질문에는 83.9%가 ‘동의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의사 X-ray 사용에 75.8% 찬성

 

또한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전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질문에도 84.1%가 ‘동의한다’를 선택,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은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의료서비스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 사용과 관련한 국민의 찬성률이 5년이 흐르는 사이에 무려 9%p가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방병의원 이용 및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의병의원에서 한의사가 X-ray 및 초음파기기와 같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느냐 아니면 반대하느냐’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가 75.8%, ‘반대한다’가 19.0%로 집계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변화와 개혁이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의 당위성이 크게 높아져가고 있음에도 법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7년 여론조사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당위성 외에도 ‘한의약 신의료기술 평가’, ‘치매 국가책임제’, ‘장애인주치의제’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는 반대로 이 분야 역시 답보 상태로 남아 있다.

 

2017년 당시 “현재 새로운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는 한방의료기술에 대해서는 평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방의료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1%가 한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신설에 동의했다.

 

또한 “한의학에서도 치매 관리가 가능한 한약제제가 있음에도 아직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치매 관리를 위해 한약제제까지 보험혜택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5.7%가 치매 관리를 위해 양약뿐만 아니라 한약제제까지 보험혜택을 적용하는 것을 찬성했다.

 

또 “장애인의 의료선택권을 위해 양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도 장애인 주치의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7.6%가 당연히 한의사도 장애인 주치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5년이 경과했어도 낡은 규제는 여전”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은 물론 한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신설, 치매 관리를 위한 한약제제의 보험 급여화, 한의사 장애인 주치의제 참여 등은 아직도 보건의료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중이다. 

 

특히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료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에 대해 의료법상에서도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조문이 있지 않음에도 사실상 한의사의 임상 실제에서는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가령 의과의 경우에 있어서는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에 대한 급여화가 오래 전부터 이뤄지고 있으나 한의과는 그렇지 못해 환자들의 정확한 질병 진단에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헌법재판소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으로 한의사의 사용이 허용된 5종 의료기기(안압측정검사기, 자동시야측정검사기, 세극등검사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청력검사기)도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인해 한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큰 제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한·의과 의료기관을 중복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만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이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소모 비용을 자부담으로 떠안아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20년 연말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36명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법률안의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개설자나 관리자가 안전관리책임자가 되도록 하고, 의료기관 개설자나 관리자가 의료인이 아닌 경우 등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81.0%에 이르고, ‘한의사의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진료 활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83.5%에 이르는 국민의 요구와 정면 배치된다.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활용, 장애인 주치의제 참여, 치매 국가책임제에서의 역할 확대 등은 매번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나 복지부장관의 업무 보고 시 지적되는 사항들이다.

 

이때마다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으나 그에 따른 진지한 고민과 후속조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의 상황만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처가 나은 무책임의 극치다.

 

보건당국은 한의사들의 현대 진단의료기기에 대한 관련 과목 이수 여부, 한의사 국가시험의 관련 문제 출제 여부 등이 검토할 부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핑계에 불과하다.

 

의료기기 (1).jpg

 

특정직역 눈치 보기로 국민의 실익 외면

 

온전히 국민의 편익과 건강 증진만을 바라봤다면 해결돼도 벌써 해결될 일이었다. 미해결의 난이도 높은 과제로 남은 이유는 딱 한 가지, 특정직역에 대한 눈치 보기다.

 

정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민간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다. 대부분의 과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뜯어고쳐 해당 분야의 발전 동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재 보건당국의 태도다.

 

복지부동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논란 중인 ‘간호법’ 사태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직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큰 갈등을 겪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판단 보류는 복지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갈등 조정과 해결을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

 

복지부의 이 같은 무관심 때문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분야가 바로 한의의료 정책이다. 국민의 필요도를 놓고 한의 정책을 추진해야 함에도 늘 의과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고 있다.

 

적폐는 멀리 있지 않다. 보건 당국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혁파해야 할 적폐다. 좌고우면할 필요 없이 국민의 실익을 최우선으로 두면 많은 난제들이 쉽게 풀릴 수 있다. 새 정부의 출범 기치가 공정과 정의다. 무엇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잣대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하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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