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석 원장
한의학정책연구원
산조인의 기원(基原)
산조인(酸棗仁)은 안신(安神)하는 효능으로 한의학 임상에서 아주 많이 사용하는 약재다. 영혈(營血)을 보하여 안신하고, 수렴지한(收斂止汗)하여 영심(寧心), 안신(安神), 염한(斂汗)에 뛰어나며, 특히 “생용호면(生用好眠), 초용불면(炒用不眠)”이라 하여, 수면장애에 없어서는 안 될 약재다. 이처럼 한의학 임상에서 없어서 안 될 중요한 약재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공급량 때문에 현재 임상에서 원활하게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산조인(酸棗仁)의 기원은 『대한민국약전』에 “산조(酸棗) Zizyphus jujuba Miller var. spinosa Hu ex H.F. Chou (갈매나무과)의 잘 익은 씨”라고 수재되어 있다. 산조(酸棗)를 묏대추나무라고도 하는데, 약전에서 국명을 묏대추나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중국약전과 같이 산조(酸棗)라고 한 이유는 우리나라 식물도감에서는 묏대추나무의 학명이 Zizyphus jujuba Miller라고 되어 있어 이와 구별하기 위함이다.
즉 기본종인 Zizyphus jujuba Miller에 그 변종인 산조(酸棗) Zizyphus jujuba Miller var. spinosa Hu ex H.F. Chou 와 대추나무 Zizyphus jujuba Miller var. inermis Rehder로 구별되고 있으며, 한약재로는 산조(酸棗)의 씨를 산조인(酸棗仁), 대추나무의 열매를 대조(大棗)로 사용한다. 산조(酸棗) 열매의 핵 안에는 한쪽이 약간 볼록한 씨가 두 개 들어 있는데 이 씨를 산조인으로 사용한다. 대추나무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는 하지만 핵 안이 대체로 텅 비어 있고 씨는 거의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산조인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산조인의 산지와 생산
산조인은 우리 국내 생산량은 없다. 산조(酸棗)는 중국 양쯔강 이북에 야생 또는 재배하고 있는데, 주로 해발 1,500m 이하의 양지바른 산기슭, 황무지, 해안 등지에 분포한다. 그중에서 河北의 형대(邢台), 山東의 기몽(沂蒙), 遼寧의 조양(朝陽)이 산출량이 가장 많고 품질도 가장 좋아 역사적으로 이름이 높다. 이 밖에 內蒙古, 甘肅, 山西, 安徽 등지에서도 산출된다.
중국에서는 산조인을 전통적으로 집산지에 따라 순조인(順棗仁)과 동조인(東棗仁)을 높이 쳐주었다. 순조인은 호북성 형대(邢台)를 중심으로 만리장성에 이르는 곳에서 생산되는 것인데, 형대의 옛 이름이 순덕(順德)이기 때문에 순조인이라 하였다. 동조인(東棗仁)은 산동성 기몽(沂蒙)에서 생산되는 것을 말한다. 순조인은 납작하고 통통하며 신선한 것은 자홍색인데 여름이 지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동조인은 순조인에 비교하여 약간 크지만 통통하지 못하다. 신선한 것은 붉은색인데 여름이 지나면 적갈색으로 변한다.
야생하는 산조(酸棗)는 가뭄과 한파에 견디는 힘이 강하여 자연 번식이 강하지만,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야생 산조를 전지(剪枝)하거나 뿌리를 쳐주고 비료를 주는 등 인공관리를 하여 결실률을 높이고 있다. 9~11월 열매껍질이 붉은색이 되면 수확하는데, 너무 가물어 껍질이 청록색이 되면 씨가 익지 못하여 씨의 생산량이 떨어진다.
수확한 산조(酸棗)는 과육은 버리고 씨만 취한다. 과육은 탈피기를 사용하여 제거하거나 물에 1주일 정도 담가 발열시켜 부란(腐爛)되면 물에 깨끗이 씻어 제거한다. 이렇게 얻어진 과핵은 파핵기(破核機)를 사용하여 핵각(核殼)을 제거하고 순수한 씨를 취한다. 알이 크고 충실하며 바깥면이 자홍색으로 광택이 나고, 핵각 등 잡질이 없는 것이 양품이다.
산조인의 수입량
산조인은 우리 국내 생산량은 전무하고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의약품과 식품으로 수입된 산조인의 양은 다음 <표 1>과 같다.
이를 보면 산조인은 한해 평균 의약품으로 32,703 kg, 식품으로 144,166 kg이 수입되어 총계 176,869 kg이 국내에서 소비되었는데, 식품이 한약재보다 무려 4.4배가 더 많았다. 특이한 것은 부적합 비율이 타 한약재에 비하여 높은데, 의약품으로 수입된 것은 부적합 비율이 평균 12.2 %나 되었지만, 식품으로 수입은 부적합 비율이 2020년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고, 2020년에도 3.3 %에 불과하였다. 산조인의 수입 부적합 사유는 대부분 산조인이 아닌 동속식물인 인도대추 Zizyphus mauritiana Lamk.의 씨인 면조인(緬棗仁)을 수입하다 적발된 것인데, 이로 미루어 보아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변조하여 수입 통관할 때 한약재보다는 식품으로 수입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산조인이 영심(寧心), 안신(安神), 염한(斂汗)에 뛰어나며 수면장애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한의학 임상에서 최다빈도 처방의 하나인 귀비탕(歸脾湯)의 주요 구성약물임을 감안할 때, 수입된 산조인의 양이 연평균 32,703kg에 불과한 것은 한의계 임상에서 사용되는 산조인의 양에 현저히 미달하는 양이라 할 수 있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귀비탕에서 산조인과 함께 많이 사용되는 용안육(龍眼肉)의 2020년 수입량이 209,849kg인 것을 보아도 산조인 32,703kg은 너무도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식품으로 수입된 산조인 145,671kg 가운데 상당량이 한약재 산조인으로 이동하여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면조인(緬棗仁)의 기원과 산지
대추는 크게 중국계 대추(Chinese jujube)와 인도계 대추(Indian jujube)로 나뉜다. 중국계 대추는 중국에서 기원전 2,000년 전부터 화북지방과 만주 일대에 주산지가 형성되고, 우리나라, 일본 등 아시아 지역과 러시아 남부, 독일 등 유럽지역 및 미국 대륙의 중남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온대 낙엽과수이다. 인도계 대추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주로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베트남, 중국 남부 지방을 포함한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는 상록관목으로 내한성이 약하여 온대지방에서는 재배가 힘들다. 인도대추는 종류에 따라 열매 크기가 1cm에서 6cm까지 다양하다. 열매가 큰 것은 사과와 비슷하고 과육에는 수분이 많으며 아삭한 맛이 난다. 단 맛이나 신맛이 강하지 않아서 맛이 담백하다.
산조인과 면조인의 관능검사
산조인은 한 면이 조금 융기되어 있고, 다른 한 면은 비교적 평탄하며 중앙부는 융기한 선이 있다. 개체가 크고 충만하며 파쇄되지 않은 것이 양품이다. 내과피(핵각) 및 그 밖의 이물이 3.0 % 이상 섞여 있지 않아야 한다.
면조인은 산조인에 비하여 약간 크고 두께는 얇다. 바깥 면이 황갈색을 띠고 납작한 원형으로 한쪽 면은 평탄하고 다른 한쪽 면은 약간 융기되었는데 능선은 없고 씨껍질이 얇다. 바깥 면에 흔히 비늘모양의 무늬가 있다.<그림 1>
산조인 유통품을 보면 면조인을 약간 볶아 표면을 산조인처럼 붉은색 계통으로 변조하였거나 산조인 정품에 적절한 비율로 혼입시켜 전문가들도 잘 모를 만큼 변조된 것이 많다.<그림 2> 이 밖에 갈매나무과 식품인 헛개나무 Hovenia dulcis Thunb. 의 씨[지구자(枳椇子)]를 혼입하는 경우가 있고, 한 때 콩과 식물인 점베이 Leucaena leucocephala (Lam.) de Wit의 씨가 [은합환자(銀合歡子)] 산조인에 혼입되어 유통된 일이 있으니 관능검사 시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구자(枳椇子)는 편원형으로 배면이 조금 융기되고 복면은 비교적 평탄하며 지름 3~5 mm, 두께 약 2mm이다.<그림 3> 점베이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바깥 면은 흑갈색이며 한쪽 끝은 동그랗고 다른 한쪽은 뾰족하다. 길이 8~10mm, 너비 5~7mm, 두께 1.5~1,8mm이다.<그림 4>
면조인의 공정서 수재 검토 필요
중국에서 원천적으로 산조인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변조하여 수입 판매한다면 많은 이익이 남는다. 2022년 1월 현재 산조인 정품의 수입 원가는 1kg 당 12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인 2021년 1월에는 1kg당 9만원 정도였는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산조인으로 변조된 면조인의 수입 원가는 2022년 현재 1kg당 13,00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변조한 제품들은 한의원에 산조인으로 공급되므로 그 피해는 오롯이 한의사들이 입게 될 것이다. 그나마 면조인을 가공하지 않고 면조인 상태로 면조인 가격으로 한의원에 공급하는 사업자는 양심적이라 할 수 있다.
면조인은 우리나라 공정서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면조인(緬棗仁), 또는 전자조(滇刺棗)라는 이름으로 운남(雲南) 등에서 지방 습용품(習用品)으로 인정하여 유통되고 있으며, 베트남 약전에는 조인(棗仁)이라는 이름으로 수재되어 정품 산조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실제로는 정품 산조인만으로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면조인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며1), 타이완에서는 유통되고 있는 산조인의 36%가 면조인이라는 보고가 있다2). 이처럼 면조인을 약전에서 정품 산조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타이완 등에서도 면조인이 산조인과 함께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국내 산조인 공급은 정품 산조인 뿐만 아니라 면조인도 함께 공급되어 임상에서 필요한 수요를 공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면조인을 철저하게 차단한다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조인의 공급량으로 미루어 보아 산조인의 값이 더욱 치솟아 임상에서 적절하게 활용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면조인의 사용을 무조건 차단할 것이 아니라 공정서 수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면조인의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식품으로 수입되고 있는 면조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
1) 王惠淸 편저; 中藥材産銷, 四川科學技術出版社. 2004
2) 陳文惠, 陳佩儀, 劉宜祝, 羅吉方. 市售酸棗仁藥材之鑑別及其成分含量測定. 食品藥物研究年報. 2011;2: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