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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5일 (수)

“분회 위해 소신껏 안 나서면 소는 누가 키우나”

“분회 위해 소신껏 안 나서면 소는 누가 키우나”

“임기 중 업적, 분회 시스템 구축·경남도 분회 최초 한의난임사업”
37년 회무 활동 마치는 박태수 경남 양산시한의사회장
분회 활성화가 답 20

박태수1.png

 

“개인주의는 서로가 손해죠. 이타적 사고로 협회 일에 적극 참여하려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결국 모두를 위하는 길이거든요.”

 

한의사로서 37년간 쉬어본 적 없는 회무일선에서의 활동을 마감하는 박태수 경남 양산시한의사회장은 “앞으로 한의계를 이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스스로를 “현재 67세로 전국 분회장 중 고령일 것”이라고 밝힌 박 회장은 “1993년도 한약 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서 4년 동안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귀가했고 부산 비대위 활동, 국민건강 및 한의학 의권 수호위원회 활동과 협회, 학회 일로 청춘을 보냈다”며 “이후 지부 감사부터 지부 부회장, 대의원, 부산 사하구 및 경남 양산시 분회장까지 최일선에서 한의계 발전을 위한 조직 활동에 매진한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60이 넘은 나이에 양산분회장직을 맡았다는 그는 “분회장은 40~50대에서 맡는 게 순리라 한사코 사양했으나 회장 입후보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총회가 무산되는 등 후배들의 간곡한 회장추대 부탁으로 재임을 거친 뒤 총 6년의 임기를 마치게 됐다”며 “우리 때는 조직적으로 힘을 합치고 참여해 일을 꾸려 나가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개인주의가 팽배해 단체를 위한 희생, 봉사에는 관심과 참여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의사회는 동업자 모임이고 이익집단”이라며 “인(人)부족 세(勢)부족 현실에서 권익 신장과 이익확대를 위해 십시일반과 일당백의 정신으로 단합하고 참여해야 하는데 정작 일 맡기를 꺼려하고 거절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고 반문했다.  


-한의계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5년 ‘한방의료보험 전국 확대 추진위원회’를 결성, 이전해부터 한방의료보험이 시범실시 중이던 청주, 청원 지역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하며 추진위의 정책, 기획, 각종 성명서 작성 등의 일을 시작한 뒤 37년 간 한 해도 빠짐없이 협회 일을 하게 됐다.

 

특히 1988년 창립 멤버로 참여한 소문학회 활동이 한의사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2002년도에 회장을 맡으면서 할 일이 엄청 많았다. 토요·일요강좌, 목요화상강좌, 지부강사 파견, 포항 석곡묘소 참배, 석곡 선생의 활동지였던 포항과 연계한 학술대회 개최, 석곡도서관 건립 당시 석곡 관련 책자 기증 등이었다.

 

이렇게 학회 활동이 커지며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신입입문강좌를 개최했는데 200명이 넘게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당시 한의사들이 갈증을 느낀 실제 임상에서 생리, 병리나 약 처방에 대한 원론적 이론과 실제에 대해 강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성 처방에서 나아가 스스로 처방하는 창방(倉方)의 개념을 만들어가는 소문학 원론에 입각한 개성 뚜렷한 학회였기 때문에 공부하려는 한의사들이 많이 모였는데 그때 한의사로서 조직 활동에 보람과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책을 발간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 

오인동지회의 한 분인 소헌(素軒) 정원희 선생의 유고를 2년여에 걸쳐 정리하고 교정과 편집을 해 ‘해방 후 한의학의 발자취’를 발간했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한의사 전 회원은 물론 각 지부, 전국 한의과대학에도 무료로 배포했다. 유고집에는 한의사제도의 창립과정, 제2대 국회 활동, 국민의료법에 대한 각종 문서, 각종 건의문, 탄원서, 성명서 등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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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년의 분회장 임기 동안 중점을 둔 부분은?

첫째는 분회의 운영과 관리의 시스템 구축이었다. 핵심은 조직화와 체계화인데, 시스템 구축이 안 되면 일도 제대로 안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겠다 싶더라. 

 

둘째는 인재의 발굴과 육성, 셋째는 회원 간 친선과 단합이었다. 회원 단합대회 및 야유회, 임원진 L/T, 각 대학별 동문모임 지원, 양산여한의사회 창립과 지원, 반모임 편성 및 활성화와 지원 등에 중점을 뒀다. 양산의 경우 지역 출신 토종 회원이 별로 없고 부산 등 인근에서 유입되는 회원이 많다보니 모래알 같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는 밥 먹는 월례회를 지양하고 회원들이 임상에서 필요한 실전용 특강을 1년에 2~3회 개최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했고, 다섯째는 100명 회원시대에 맞는 이사회 조직 체계 개편, 여섯째는 시대에 맞는 회칙 전면 개정 작업이었다. 

 

그 외 경남 분회 중 최초로 양산시 지자체와 한의난임사업을 추진했고, ‘첩약 건강보험 설명회’ 성황리 개최, 지난 총선 기간 여야 후보 네 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한의계 현안을 전달한 일도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됐다. 애로사항은 없었나?

첫 임기인 3년 동안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두 번째 임기 3년 동안 시스템을 풀가동해 분회 운영 관리 방안을 정착시키려고 했으나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차질이 생긴 부분은 아쉽다. 본격적으로 일하려는데 제대로 완성까지는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다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와 시스템을 설계해 놨으니 차기 집행부가 잘 정착시킬 수 있도록 측면에서 돕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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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중앙회와 지부가 분회에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 최일선에 있는 한의사들의 조직이라 분회에 요구하는 것은 많으면서도 관심과 지원은 그닥 없는 게 현실이다. 분회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예컨대 보수교육 평점의 경우 지부에서 부여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분회라고 본다. 

 

1년에 한번이라도 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으며 분회를 통해 단단한 조직이 형성돼 적극 참여하는 회원이 생기고, 그 중에 유능한 리더를 발굴하면서 능력있는 한의사 회원이 분회에서 지부로, 지부에서 중앙으로 성장해 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분회 활성화’를 주제로 전국 단위의 토론회 개최, 중앙회 차원과 지부 차원에서 각각 ‘분회장 연석회의’를 1년에 1회 정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분회장 임기 후의 계획은? 

중앙회든 지부든 분회든 도움만 된다면 37년 경력의 회무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한의사 조직의 리더로 활동하려면 회무 경력 2~3년 갖고는 안 된다. 회무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후임자와의 연계가 잘 이뤄져야 협회 연륜과 함께 거듭 발전하게 된다. 


-남기고 싶은 말?

제대로 된 첩약건강보험을 비롯해 검사기기, 진단기기 등의 사용도 보험에 적용돼 객관화된 한의학이 ‘세계 속의 한의학‘으로 자리매김하고, 후배 한의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한의계의 호황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많은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 서로 어깨 걸고 발전해 나가는 신바람나는 분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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