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부산대학교와 경성대학교 공동연구진이 음양(陰陽)에 따른 심리 기제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사상성격검사(SPQ)’ 검사도구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에 비대면 진료와 상담, 한·양방 협진 등 교육 분야와 임상 현장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부산대에 따르면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채한 교수와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는 사상 체질과 음양의 측면에서 개인의 고유한 기질을 측정하는 다차원적 생리심리검사인 'SPQ(Sasang Personality Questionnaire)' 시행 도구를 개발, 최근 출시했다.
‘SPQ 검사’는 개인의 행동 태도, 인지 방식 및 정서 반응을 분석하는 세 가지 척도와 이를 합한 총점으로 구성된다.
총점을 사용해 음인·평인·양인의 세 가지 음양 유형을 구분하며, 하위척도를 사용해 피험자의 음양 유형 속에 숨어 있는 생리심리 프로파일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음양 유형에 따라 침과 한약을 사용하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데, 예를 들면 양인은 근육량과 에너지 사용이 많으므로 해열 및 이뇨작용을 관리해야 하는 반면 음인은 소화능력과 에너지 부족을 관리해야 한다.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다룰때도 이 검사를 적용할 수 있다.
양인의 경우 공격성·규칙위반 등 심리적 문제가 과소 통제돼 나타나는 '외현화된 문제행동'이, 음인에게는 불안·우울 등 심리적 어려움이 과도하게 통제돼 나타나는 '내재화된 문제행동'이 자주 나타난다.
또한 양적 행동 특성인 경우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적응적 정서조절전략'을 많이 사용하며, 양적 정서 특성을 갖고 있을 때에는 우울증이나 기능성소화불량 등에 취약하다.
그동안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은 몸과 마음의 건강한 발달을 돕기 위해 동양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이론인 ‘음양’을 활용하고자 했지만, 음양 심리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검사가 개발되지 못해 사용이 제한돼 왔다.
음양 심리학의 과학적 증명으로 개발된 이번 검사는 SPQ 관련 SCI급 논문이 16편에 이르는 등 통합의학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 한의학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한의SPQ를 개발한 채한·이수진 교수 부부는 지난 20년간 한의학·심리학 융합 연구를 진행해 오면서 2003년 국내 최초로 사상의학을 해외 SCI급 논문에 소개하기도 했다.
채한 교수는 “SPQ는 추상적이라고만 여겨 왔던 음양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과학적 검사로 건강한 일반인이나 환자, 남녀나 연령 등의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되고 표준화된 심리검사도구”라며 “매년 해외 학회와 SCI급 논문으로 꾸준하게 연구결과가 발표돼 왔으며 현재 해외 공동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신체특성과 임상증상에 대한 검사들과 함께 사용하면 사상체질 진단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교수는 “기존의 많은 심리검사들은 한국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해외에서 개발돼 우리 실정에 맞게 표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왔다”며 “SPQ는 한국인의 음양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어 타당도와 신뢰도가 확보된 과학적인 심리검사도구로써 동양의 지혜와 임상 관련 지식들을 다양한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SPQ 설문지 개발자인 채한 교수와 검사도구 매뉴얼을 출판한 한국심리주식회사는 한의학 발전을 위해 사상체질의학회와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에 SPQ 검사도구 판매액의 일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들은 두 학회와 함께 임상현장에서 SPQ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임상연구와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