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최성훈 기자] 의료사고 발생으로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배상금액이 고액화되는 추세에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의무보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자의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는 물론 의료종사자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의료배상책임의 보상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연구원 정성희·황현아 연구위원과 홍민지 연구원은 최근 ‘의료배상책임의 현황과 과제: 보상체계 중심으로’ 제하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사고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의료분쟁으로 인한 합의나 조정・중재 성립금액과 건수 또한 매년 증가추세를 보였다. 의료분쟁과 관련한 문의나 상담 건수는 최근 5년간 연 평균 11.1% 증가했으며,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건수도 14.3% 증가했다.
또한 조정・중재처리 건수는 지난 2017년 2225건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준이며, 조정・중재처리 건 중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건수는 698건(합의 611건, 조정성립 83건, 중재 4건)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의료분쟁으로 인한 합의 및 조정・중재 결과배상금액 또한 매년 35.6%(평균 금액 12.2%) 증가하는 추세인데, 의료사고배상금액은 2017년 71억원으로 전년(57억 원) 대비 25% 증가, 1억원 이상 고액배상금액건도 2017년에 10건으로 전년(5건) 대비 100% 증가했다.
이에 영국과 미국 일부 주의 경우 의료배상책임 보험제도를 법령에 기반해 의무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의사단체 규정으로 운영하거나 회원 가입 시 자동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직 종사자가 자율적으로 의료배상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 상황.
[사진='의료배상책임의 현황과 과제: 보상체계 중심으로’ 보고서 표 캡처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 의료배상책임보험의 강제의무 조항 포함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도입·운영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이용량은 고령인구 및 질환자 증가, 건강보험 확대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환자의 권리의식도 향상되는 추세임을 감안해 볼 때 향후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은 지금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의료사고와 관련한 분쟁에 소요되는 비용은 의료비지출 규모와 비례하는데, 이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은 경상의료비의 약 1%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2018년 경상의료비 144조4000억원 중 의료사고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은 약 1조 4천억 원(경상의료비 144.4조 원) 수준으로 추계해 볼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정성희 연구위원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 의료배상책임보험의 강제의무 조항 포함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도입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왔는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대불제도는 의료종사자의 피해구제 자력을 확보해 주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배상책임보험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료배상책임보험의 의무가입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배상책임보험만으로 의료사고의 피해를 완벽하게 구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배상책임보험의 배상자력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안전망으로서 기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