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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7일 (수)

산악인 한의사 박헌주 원장

산악인 한의사 박헌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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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힘들었던 등반은.



첫 해외 원정인 1991년 동계 북알프스 등반에서 200m를 추락해 죽음을 경험했다. 삶의 끈을 놓고 죽었구나 하는 순간 평화가 밀려오며 그 짧은 시간동안 인생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후 모든 일에 운명론자가 됐다. ‘생각은 긍정적으로 행동은 적극적으로’라는 가치관도 생겼다. 한의사로서 어느 정도 자리가 안정되면 후배들과 함께 히말라야 원정대를 꾸리고 싶다. 산은 내게 인생을 값지고 행복하게 살게 해준다.



- 왜 산을 좋아하는가.



산은 아낌없이 주시는 내 어머니 같은 존재다. 지쳐서 가면 용기를 주고, 난관에 부딪혀 가면 힘을 주고, 삶이 고달프면 희망과 목표를 제시해 주고, 때론 채찍으로 깨우치고, 때론 너른 품으로 안아주고, 고향 같고 영혼의 안식처 같고 삶의 동반자 같고 힘의 원천지 같다.



힘들때, 좌절할 때, 용기가 필요할 때 험한 등반을 한다. 한의대 진학해서 공부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걸렸을 때는 시험 전날 월출산 암벽등반을 했고, 겨울이면 설악산에서 빙벽등반을 하면서 힘을 얻었다.



지금은 한의사로서 초심을 잃고 돈 욕심이 나면서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산에 간다. 산에서 맑고 순수한 기운을 받아오면 환자들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내 스스로 맑은 기운을 가져야 환자들에게 그 기를 전달할 수 있다. 산은 내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고, 겸손하고 낙천적으로 만들고, 그리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산의 기운이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



- 산과 한의학간 공통점이 있는가.



한약은 자연이다. 그렇다면 한약을 다루는 한의사는 자연인이 제격이다. 나는 산에서 자연과 동화된다. 나와 자연이 일심동체가 되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특히 히말라야에서는 더 그렇다. 히말라야 등반은 늘 죽음이 옆에 있지만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동반자로 인정하는 셈이다. 죽음조차도 자연의 일부다.



개인적으로 한의사 선생님들은 산에 자주 가셔서 자연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근간인 천인상응 천지인 기기승강의 본질은 원운동이 근본이며, 순환이 본질이라는 것을 산은 여실히 보여준다.



비가 내려 땅에서 물이 되고 지기를 생하고 하늘로 올라 안개와 구름이 돼 천기를 생하고 하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실체는 하나인데 말이다. 실제로 8000m 능선에 서면 티벳 쪽은 여명의 새벽이 시작되고 네팔 쪽은 캄캄한 어둠이 그대로인 밤과 낮, 음(陰)과 양(陽)이 공존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황제와 기백님은 아마 산에서 득도하셔서 한의학을 만드신 것 같다.



- 가장 아끼는 것은.



에베레스트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돌이다. 에베레스트 아래 산간마을의 셀파족 양부모로부터 선물받은 것인데 시공을 초월해 나를 히말라야로 인도한다. 차가운 돌멩이가 그곳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면서 설레게 한다.



- 에베레스트만의 멋은.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등반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행복하고 돈하고는 반비례라는 것이다. 육체적 고통이 클수록, 가진 것이 부족할수록 행복하다는 것을 히말라야 등반을 통해 많이 배웠다.



사실 이 세상은 있는 것 자체로도 주변에 온통 행복한 것이 널려있다. 히말라야에서는 숨도 맘대로 못 쉬는데 맘껏 숨 쉰다. 발 디딜 곳도 없는데 맘껏 달릴 수 있다. 텐트에서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 힘든 등반을 하고 난 뒤 돌아온 세상은 모두 행복덩어리다. 단 한 평짜리 맘 놓고 디디며 맘껏 숨 쉬고 맘껏 잘 수 있는 곳만 있어도 그 자체가 행복이다. 산에서 돌아오면 사실 길가의 돌멩이 풀 한 포기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척박한 히말라야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네팔 포터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그 험한 산길을 50kg 짐을 짊어지고 가면서 하루일당 몇 천원을 받는데 늘 웃는다. 물어보면 늘 행복하다고 해요. 삶이 힘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목표가 없고 역설적으로 너무 편안하기 때문이다. 당장에 배낭을 무겁게 지고 산에서 극기훈련을 하고 나오면 세상이 달라질게다.



인생이 목표에서 멀어졌을 때, 희망이 없어졌을 때 힘이 든다. 그래서 늘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삶이 무미건조하고 일상이 무의미해질 때 난 힘든 등반을 한다. 그리고 나서 돌아온 세상은 모든 것이 새롭고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산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해준다. 죽을 고비와 극한의 고통을 몇 번 당하고 나면 웬만한 세상사는 그저 웃어넘길 수 있다. 산은 인생을 너그럽게 해준다. 이제는 내가 건강한 기운을 갖고 있어야 환자들에게 건강한 기를 전달할 수 있으니 산에 더 자주 다닐 것이다.



- 등반 연습은 어떻게 하나.



평소에는 집 뒷산을 자주 오르면서 기초체력을 키우고, 주말이면 암벽과 빙벽등반으로 기술을 단련한다. 체력훈련은 주로 산악구보와 수영으로 한다. 겨울에는 스키장도 자주 애용한다.



- 어떤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가.



미래엔 산골에 토막 같은 한의원을 차려서 자연과 벗하면서 사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물론 환자분들도 산의 정기를 마시니 훨씬 치료가 잘 될 것이다.

자연을 닮은 한의사, 산처럼 맑은 기운을 가진 한의사, 가지려하기보다 베푸는 한의사, 금전적으로 가진 것은 없어도 그래서 늘 행복한 한의사가 되고 싶다. 버릴수록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 한의원 경영은.



물론 직업이니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 수와 수익만 생각한다면 힘든 시기일 수 있다. 하지만 소유가 번뇌라고 하지 않는가. 요즘처럼 어려운 때는 오히려 내면을 되돌아보고 한 템포 쉬어가는 여백 같은 시기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도 되고 여가를 즐길 수도 있고 책도 더 볼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면이 많을 수 있다. 임상이 짧아 잘은 모르겠지만 환자 한분 한분에게 가족을 치료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언젠가는 경영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순간보다는 멀리 내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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