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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5일 (월)

신동진의 醫文化 칼럼7

신동진의 醫文化 칼럼7

23이라는 숫자가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게 된 영화 속 주인공이 있었다. 생일선물로 받은 소설책 한 권 덕에 그의 삶을 구성해온 수없이 많은 사건들은 숫자로 변환되었고,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비롯하여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숫자들은 23이라는 거름망을 통과해야만 했다. 점점 주인공과 23과의 연관성은 확실해져만 갔다.



재미있는 영화다. 그에게는 23이었지만 나에게는 7215이기 때문이다. 난 오늘도 출근길에 내 차 번호와 비슷한 번호판을 발견했다. 내 차 번호와 숫자는 같고, 배열만 다른 번호판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도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인가.



먼 옛날, 세상은 숫자로 이루어졌다고 말한 철학자가 있었다.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로 정리를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또한 자연이 2, 3, 5, 8, 13, 21…의 수열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해바라기, 솔방울, 앵무조개의 형태에서 이러한 숫자들을 뽑아냈다. 사람들은 이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보면, 특정 숫자가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는 죽을 4자와 행운의 7자를 말하고, 이름 글자의 획수를 따져 운수를 점치기도 한다.



아마도 내가 다른 곳에서 답을 찾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 차 번호를 입으로 중얼거리며, 내 삶을 해부대 위에 올려놓고, 숫자로 된 메스로 그 속을 온통 헤집어 놓았을 것이다. 운 좋게도 나는 내게 일어나고 있는 그 일이, 차를 몰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며, 내 몸 속에 그 해답이 있는게 틀림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 사건의 열쇠는 바로 ‘뇌’였다.



뇌는 입력되는 정보들 중에서 자기에게 익숙한 정보를 항상 먼저 포착한다. 실제로 내가 접하는 수많은 숫자들 중 대부분이, 나의 뇌 속에서 사건화 되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반면, 나와 연관된 숫자는 일일이 사건으로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내 눈에는 온통 나와 관련된 숫자들만이 눈에 띄는 것이다.



단편적인 사건을 예로 들었지만,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이 세상의 실체인가라는 질문은 ‘아마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로 대답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내 자신이 이 세상의 실체에 온전히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탐 스태포드(Tom Stafford)와 매트 웹(Matt Webb)이 지은 ‘마인드 해킹’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엿보는 해킹 실험 100장면’인데, 책 속에는 ‘맥커크 효과’라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그 실험은 피실험자에게 “가 가”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음성은 “바 바”로 들려주는 것인데, 피실험자의 뇌는 “바 바”도 아니고 “가 가”도 아닌, “다 다”로 그 소리를 해석하였다.



우리의 뇌가 일상화된 자극에 대해서만 제대로 반응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각본대로 움직이는 듯한 나의 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게 과연 자유의지란 것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고, 내 가치관은 어느 것 하나 흔들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이전 칼럼에서 ‘본성과 양육’을 논하며, ‘나’로부터 시작되지 않는 지식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 믿을 수 없는 ‘뇌’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가치관이 흔들릴 때 어디에 지식을 쌓아야하느냐는 질문에, 약선당에 계신 스승께서는 ‘생명현상의 보편타당함 위’라고 말씀하셨다. 그 가르침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나’를 알기위한 여정, ‘인간’을 알기위한 여정, ‘진화론’이 기다리고 있는 그 여정을 재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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