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 숙 영국 Exeter대학 연구원
50∼75세 사이의 슬관절염 환자 294명을 대상으로 그림 1(1212호 15면 참조)과 같은 디자인으로 침과 극소침, 대기군의 효과를 비교했다(침:극소침:대기군=149명:75명:70명).
슬관절염에서의 무작위추출 침임상시험
평가는 관절염에 널리 쓰이는 설문지인 WOMAC(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OA index)과 건강과 관련하여 전반적인 삶의 질을 평가하는 설문지인 SF-36을 이용했다.
2개월 후 결과는 침치료가 극소침 대조군이나 대기조 대조군에 비해 WOMAC, SF-36 모두 효과가 뛰어났으나 6개월 후 평가에서는 극소침 대조군과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작위추출을 시행하기 전에 4주간 두통에 대한 일기(headache diary)를 끝까지 기록한 302명의 편두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침, 극소침, 대기군의 효과를 그림 2와 같은 디자인으로 임상시험했다.
두통이 발생한 일수와 PDI는 2개월 치료 후 비교시 침, 극소침군 모두 효과가 있었으나 두 군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편두통 발생이 50% 이상 감소한 경우를 반응자(responder)로 볼 때 대기군은 약 20%의 환자가 반응자였던 데 비해 침군과 극소침군은 모두 반응자 비율이 모두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치료수단으로 침을 배제하기는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성요통과 슬관절염에서도 반응자 비율이 모두 침군에서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독일 대규모 침임상시험 결과를 보고 침과 극소침 사이에 유의한 효과차이가 나지 않는 것에 대해 발표장에 있던 침에 대해 호의적인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나 이 글을 읽는 한의사들이나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시술자는 모두 140시간(diploma A) 혹은 350시간(diploma B)의 침구교육을 이수한 침구사로 한정되었으며 경혈의 선택은 2개의 침관련 학회의 자문을 통해 선택되었다.
극소침 대조군은 침의 대조군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서도 비교적 널리 이용되는 대조군으로 침과 극소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침만의 고유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편두통에서의 무작위추출 침임상시험
많은 침임상시험에서 침이 플라시보침과 유의한 차이가 없어 침이 플라시보효과와 다르지 않다는 안타까운(?) 결론을 만나게된다.
실제 세계적으로 침이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경우는 급성 치통과 임신이나 암의 화학치료, 수술 후의 오심·구토에 내관자침하는 경우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나머지 수많은 질환과 증상들에 대해서는 침은 아직도 검증을 거쳐야 할 치료법인 것이다. 많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의 증례에 의존하지만 아무리 많은 증례가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디자인하여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임상시험 1건이 제시하는 근거의 힘을 따르지 못할 것이다.
한의학이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그동안 혜택을 누려왔다면 이제는 환자들이 혹은 보건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침 또는 한약의 효과에 대한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때 한의계에서 내가 이렇게 해 보니 신기하게 낫더라라는 임상경험들을 모아 국가보건정책을 뒷받침할 근거로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이루어진 임상시험 결과들을 역수입하자니 한의학을 민족의학이라 말하기 무색할 것이다.
침치료가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보건정책의 지속적 후원을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치밀한 기획 하에 제대로 짜여진 방법으로 엄격하게 수행된 임상시험을 거쳐 경쟁력 있는 효과를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기존의 침임상시험이 중의학적 치료나 경락, 경혈을 고려하지 않은 침구치료를 위주로 한 것과는 달리 우리 고유의 침치료로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의욕을 갖고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임상시험의 출발이 증례보고인 만큼 새해에는 한의사들의 무용담이 틀을 갖춘 증례보고 발표로 이어지는 소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