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부장 김성호
의료산업화, 병원 영리화·민간보험 활성화 ‘중점’
정부에서는 우리 국민의 해외 원정진료로 인한 국부의 유출을 막고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외국 환자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등 의료산업을 육성하여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증대를 하겠다는 의료산업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산업화의 면면을 보면 결국 의료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의료장비 개발이 아닌 의료서비스에 대한 산업화 주장으로써 병원의 영리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해외 원정진료로 인하여 국부유출이 심각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의료산업화를 위하여 왜곡 보도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원정진료비는 연간 1,000억원에 불과하며 일부를 제외하고는 신생아의 미국국적을 얻기 위한 미국 원정출산이 대부분으로, 의료기술이 발달한 독일이나 다른 선진국으로 해외 원정진료를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국적 취득을 위한 해외 원정진료는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부가 의료산업화의 성공사례로 보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는 공공의료 이용률이 84%이며(우리나라 10%), 진료과목이 특화된 극히 일부 병원(래플즈병원-성전환, 샴쌍둥이 분리수술 전문)만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특정질환을 진료하거나 상대적으로 의료기술이 낙후된 동남아지역의 일부계층 환자들을 고액의 수가로 진료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산업화와는 양상이 다르다.
그리고 인접한 중국의 경우에도 외국 환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한방과 양방을 협진하는 대체의료 체계를 확립한 결과로써 우리나라와는 진료체제가 다르며, 게다가 음성적인 장기이식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외국인 환자 유치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민간보험회사가 추구하는 의료산업화는 그늘도 깊다. 의료산업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의료복지부분에 대하여 성공회대학 김동춘 교수가 평가한 다음 글이 이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은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세계 최고이지만, 미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세계 27위에 불과하고, 의료비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쿠바와 평균수명이 거의 같다. 입만 열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나라라고 자랑하는 미국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통계이다. 미국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의료부분이다. 돈 없는 사람은 사실상 병원에 가기를 포기해야 한다(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현실이 이러함에도 의료산업화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포화상태에 이른 민간보험사의 이익 창출을 도와주고,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으로 일부 고소득층의 고가 진료 욕구만을 충족해 주며, 또한 이들의 고액 진료비 지불수단 확보를 위한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계속된다면 사회 양극화에 이어 국민의 의료이용에도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의료이용에 차별이 없는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이상으로 끌어올려 의료이용의 양극화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여야 한다.
자신의 진료비는 자신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나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의료산업화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복지국가로 가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